이번 주 내내 날씨가 좋다가 금요일 저녁부터 비가 내리더니 새벽에는 응어리를 풀어놓듯 비가 쏟아진다. 벚꽃이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하면서 길거리마다 물감처럼 분홍색으로 채워졌었는데 비가 내리면 벚꽃은 비의 힘을 이기지 못해서 바닥에 흩날릴 것이다. 토요일 밤이면 잠이 잘 오질 않는다.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씻고 방 안에 불은 다 끄고 은은한 작은 조명만 켜두고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이틀 전에 화장실 대청소를 했었던 것이 떠올랐다. 화장실에 곰팡이가 펴서 했던 청소였는데 그 생각이 떠오르고 생각에서 지나가자 원인이 무엇일까 하고 문득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멍하게 뜨고 있던 눈이 커지면서 알게 된 것은 화장실 문은 열어둬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각자 방식은 다르겠지만 여태 화장실 문을 닫고 생활을 했었는데 이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화장실에 간 김에 그 이후로부터 문을 닫지 않기 시작했다. 벙 안을 살펴보니 빨래를 돌려놓고 정리해놓지 않은 빨랫감과 바닥에 보이는 먼지와 머리카락을 보면서 요즘의 생활방식과 나의 상태를 보여준다고 생각이 들었다. 창문을 통해 밖의 빗소리가 강하게 들려 창문을 열어보니 쉴 새 없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방충망 사이로 비 냄새가 흘러들어오는데 비가 오는 날에만 맡을 수 있는 비 냄새가 좋다. 바깥에는 아무도 걷지 않았으며 인기척도 없었다.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새벽에는 지인에게 부재중 전화 두 통이 왔었는데 피곤하고 귀찮았으며 전화를 한 이유를 대략 알기 때문이기도 해서 확인만 하고 전화기를 침대 어딘가에 던져놓았다. 새벽에 배송된 택배가 있어 그것도 정리할 겸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빵과 시리얼로 대충 아침을 먹으려고 침대에서 나왔다. 방 안에는 잔잔한 재즈로 채웠다. 프라이팬에 열을 달구고 마가린을 두 숟가락 정도 떠서 녹였다. 거기에 모닝빵을 올려서 마가린을 묻혀주고 설탕을 약간 뿌렸다. 약간은 달고 쌉싸름하게 준비한 모닝빵과 시리얼로 오전 열 한시의 아침을 먹었다. 모닝빵과 후식으로 마신 커피로 매일 같이 보내는 일상에서 잠깐 벗어난다. 그러고 책상에 앉고 노트북을 펼친 김에 워드 파일을 열고 글을 쓰고 기록을 한다. 글도 여유롭고 생각난 김에 쓴다.
살아간다는 것이랄까 일상을 보낸다는 건 매일 같이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돌아오고 뭐 먹을지 고민하고 뭐 입을지 고민하고 약속도 어쩌다 보니 잡혀 누군가를 만나고 휴가 언제 갈지 생각하고 주말 언제 오냐며 평일을 보내는 그런 하루하루가 살아간다는 것 같다. 부모님으로부터 생명을 얻었고 내가 짓지도 않은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고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환경에서 지내고 그곳에서 어떤 이유든 집단에 속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살아간다. 오늘이라는 하루도 호흡과 생명이 있어 아침에 눈이 떠진 김에 일상을 보내고 버티고 견딘다. 태어난 김에 살아갈 수밖에 없고 최선을 다해도 되고 대충 살아가도 된다. 글이라는 것도 심상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생각난 김에 쓴다. 요즘 글을 쓰는 이유는 그렇다. 태어난 김에 살아가는 건 나답게 살아가는 것이다. 어젯밤부터 새벽 내내 오던 비가 그치고 오후에는 날씨가 화창하다. 마시던 커피를 마저 먹고 대충 걸쳐 입고 산책이나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