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2

by 쓸모

어제 마신 카페인 때문인지 해가 뜨려고 할 즈음에 잠이 들었다. 기억에 남는 건 가까운 동생과 음료랑 햄버거를 먹고 산책을 함께 했던 시간이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그 어느 것 하나 잊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었다. 가끔 혹은 자주 그럴 때가 있다. 나 자신도 편하고 상대방이 편하면 몇 시간을 같이 있어도 에너지가 오히려 채워지고 피곤하다는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결이 맞는 사람이라는 걸 생각할 때가 많다.

‘나’에게서 고유하고 뿜어져 나오는 결은 무엇일까?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름 ‘나’에 대해서 친하고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알면 알수록 도통 모르겠는 것이 ‘나’인 것 같다.

동생을 만나기 전에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읽었었는데 잘 읽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어려운 편에 속하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데 얼마 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처럼 몰입은 되지 않았다. 그 책은 꽤 두꺼운 책인데 한 달도 안 돼서 다 읽었었다. 책이 읽히지 않을 때마다 노트를 펼쳐서 잡다한 글만 썼다. 자주 들리는 스타벅스에 가서 읽었었는데 갈 때마다 그날처럼 조용하고 한산했으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책이 잘 읽히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잠에서 깨어 시간을 보니 아홉 시 반을 넘겼다. 미지근한 물 한 컵을 마시고 옆에서 잠들어 있는 반려견을 쓰다듬어 주면서 일어났다. 배변 패드에서 냄새가 올라와서 화장실 가는 김에 들고 정리를 했다. 컵에 미지근한 물을 따르고 책상 앞에 앉았다. 어제랑 비슷한 루틴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글을 썼는데 지금까지 많은 글을 쓴 것은 아니지만 쓴 글을 보면 하나같이 의식의 흐름 그 자체다. 형식도 없고 주제도 없는 그런 글이다. 그러다가 갑자기 이런저런 걱정과 불안이 엄습했다. 스스로 감당하고 짊어질 것들이 몇 가지가 떠올랐을 때 노트북을 열었다.

떠오르는 생각과 의식들로 인한 이런저런 글을 기록하다가 어제 만난 동생이 해 준 말이 생각이 났다. 그 동생은 나를 향하여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날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는 것이다. 왜 그런 확신과 감정이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으나 단순히 어제의 대화 속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기 위한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렇게까지 생각할 정도로 남들에게 그렇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게 문제라면 또 하나의 문제일 수 있겠다. 그래서 그 동생이 왜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상대에게 어떻게 보이고 느껴졌기에 그런 생각이 떠올랐을까는 꽤 흥미로웠다. 그러고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의외로 의심이 들지 않았고 마음이 녹아내렸었다.

거리가 한산하고 조용하다. 뭔가 허회경 가수의 노래가 듣고 싶어져서 <김철수 씨 이야기> 노래를 틀었다. 침대 위에 있는 반려견이 밖에 나가고 싶다고 눈초리를 쏜다. 잡생각 그만하고 강아지부터 산책시키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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