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3

by 쓸모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갑작스레 안 좋아진 얼굴 피부를 만지면서 흉터가 언제쯤 진정될까 생각했다. 요즘 노래를 도통 듣지를 못했다. 기계적이고 루틴으로만 보내다 보니 정작 능동적이고 하고 싶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지 못했다. 눈이 완전히 떠지고 오래된 팝송을 들었다. Ne-yo의 So sick을 듣는데 뭔가 모르게 토요일 아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솔직히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쉬는 날인데도 해야 할 것들과 내게 요구되는 일들이 계속 떠올라 이불 안에서 나오지 않고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다. 오전 내내 잠이나 잘까 했었는데 예전 팝송을 듣고 있자니 에너지가 충전되는 기분이었다. Ne-yo 노래에 이어서 Maroon 5, Sam Smith, Adele 등의 노래를 이어서 듣고 있으니 토요일 아침이 비로소 반가웠다. 이불 안에서 나와서 책상에 앉아 생각도 정리할 겸 생각에 있는 것들을 펼쳐내기 위해 노트북을 열었다.

책상에는 어제 먹다 남은 물이 컵에 있어서 물을 마셨다. 보통 아침에 잘 먹지 않는 편이다. 오래된 습관이다. 근시와 난시가 둘 다 있어서 안경을 쓴다. 안경을 쓰지 않으면 빛 반사와 번짐이 심해서 사물을 볼 때와 글을 볼 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안경을 써야 밋밋한 얼굴에 포인트를 더 해줘서 근시와 난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안경을 쓰고 다닌다.


어제는 거의 두 달 만에 미용실을 갔었다. 그 두 달 전에는 처음 갔던 미용실이었으며 더불어 머리를 해줬던 디자이너도 처음 만나 정돈을 했었다. 그 당시 아주 만족스러워서 어제 또 방문했다. 어제는 퇴근하고 저녁에 방문했는데 그때도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 그 디자이너만의 경험과 특유의 손님들을 편하게 해주는 능력이 나를 대할 때와 옆에서 다른 손님을 대할 때 보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문득 느낀다. 지금은 장발 머리에 도전 중이다. 보통 장발 머리라고 하면 잘 생긴 사람들이 하는 편인데 우선 나는 그렇지 않다. 어제도 적당히 기분 좋게 머리 손질을 받고 돌아왔는데 또 문득 지금까지 정말 나에게 어울리는 머리는 어떤 머리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주관 없이 미용사가 잘라주면 잘라주는 대로 했고, 어렸을 때는 연예인 사진을 보여 주면서 이대로 해달라고 했다거나 그냥 변화를 좀 줘야겠다 싶으면 보통 파마를 했었고, 정말 궁금하기로는 바버샵에 가서 머리 손질을 받아보기도 했다. 그래서 문득 나에게 정말 맞는 옷을 찾는 것처럼 어울리는 머리는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최근의 생각들을 돌아보니 사람을 계속 이해해보려고 했던 것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사람인 걸 아는 데도 말이다. 때때로는 나 자신을 이해 못 할 때가 있는 것이 사람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과 관련된 글도 좀 썼고 생각도 했었다. 결론이라는 것은 지을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것은 타인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타인을 향하다 보면 끝도 없다. 그것을 멈추고 온전히 나를 돌아보고 나의 갈 길을 가면서 나 자신이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되어 가면 된다는 것이다. 타인의 이해되지 않는 행동들이 나의 기준과 잣대 그리고 경험들로 바라보는 부분이 크기도 하다. 나와 그들이 살아온 환경과 배경 그리고 세대가 다른 것인데 그것을 인식하기란 또 어렵다. 타인을 바꾸려고 강요하거나 가르치는 것보다는 내가 변화를 추구하고 겸손하게 낮아지는 것이 이롭다는 생각이다.


노래를 멈추고 몰입된 상태에서 벗어나고 보니 해야 할 것들이 계속해서 생각이 난다. 나에게 요구되는 것들을 또 무거운 짐과 두려움으로 생각하지 말고 요구되는 것들이 그만큼 요구될 자격이 있기에 최선의 것으로 보답하자는 생각을 해야겠다. 오후에는 읽고 있던 서머싯 몸의 <면도날>을 좀 읽어야겠다. 주말 동안 날씨도 따뜻해지던데 햇빛도 좀 맞으면서 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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