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4

by 쓸모

문득 올해도 반이나 지나갔다는 생각에 달력을 보니 6월 중순이다. 새해 목표나 다짐을 세우기보다는 하던 일을 성실하게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지내며 그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으면 하는 생각을 하는 편이다. 마찬가지로 나에게도 건강이 있어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으며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사랑할 수 있는데 나의 삶에 가장 감사한 것은 건강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달력을 보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멈추고 올해도 그저 그렇게 지나가고 있으면서 크게 다를 것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주어진 하루와 오늘에 감사하면서 사는 것이 더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을 많이 모으지는 못했지만 언제든 맛있는 것을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돈이 있음에 감사하고 사회적 성공이나 지위는 아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가족들이 건강하고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오늘이 있다는 것에 더 의미가 크다.

금요일 늦은 저녁부터 한동안 내리지 않던 비가 마치 몰아서 내리듯 퍼붓듯이 비가 내린다. 다음날 토요일은 쉬는 날인데 오랜만에 쉬는 기분이 들었다. 흐리고 우중충한 날씨에 토요일 오전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서 오랜만에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들을 짧게 기록하고 나서 책상에 있는 노트북에 눈길이 가더니 책상에 앉았다. USB가 먹통인지 아니면 노트북 USB 단자가 손상되었는지 나름 오래되었고 자료와 경험을 쌓아온 자료들이 담긴 USB가 고장이 난 것만 같아 요 며칠째 신경이 쓰였다. 다른 단자에 다시 꼽아보니 어이가 없게도 인식이 되어서 USB가 다시 작동되어서 이전에 썼던 글들을 열어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 있을 일정에 맞춰서 자료들을 준비하고 얼마 만인지 늦은 모닝페이퍼를 쓴다.

며칠 가지는 못했지만 매일 감사하고 주어진 오늘과 순간들에 감사하며 지내왔다가 다시 익숙해지고 무던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사람이 살아갈 때 감사가 없는 삶은 결국 당연하게 되고 익숙해지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이나 가족들이 건강하고 함께 시간을 보낼 때 그리고 삶을 누릴 수 있는 물질이 있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건강하고 함께 지낼 수 있는 그 자체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고 감사로 여긴다는 것은 느끼고 시사하는 바가 많이 다른 것을 느낀다. 문득 비 내리고 흐린 토요일 늦은 아침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미숫가루를 마신다. 옆에서 보던 반려견이 바라보면서 먹고 싶다고 달려들고 짖는다. 벌써 점심 먹을 시간에다가 약속이 있다는 것이 다시 떠올랐다. 어떤 생각을 적으려고 했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는다. 점심에는 돈가스를 먹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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