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퍼-5

by 쓸모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어제 일찍 잠들어서 새벽에 한 번 깼다가 다시 잤었다. 늦잠을 잘 수 있는 이유는 연차를 하루 썼기 때문이다. 특별히 약속이 있거나 그래서 쓴 것은 아니고 연차도 많이 남았고 주중에 하루 정도는 쉬어야 주말이 그나마 금방 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주말은 금방 지나가지만 말이다.

집은 조용했다. 부모님과 같이 지내는 중인데 볼 일이 있으신지 두 분 다 나가고 아무도 안 계셨다. 창문을 열어보니 밖에 날씨는 흐렸고 동네도 사람이 안 지나가고 조용했다. 계속 보고 있던 전화기를 잠깐 내려놓고 머리와 마음에서 스치는 생각과 마음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많은 생각이나 긴 시간 동안 생각을 한 것은 아니다. 생각하던 중에 반려견이 달려와 옆에 오더니 안아 달라고 해서 안아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면서 생각하던 것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10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보통 아침을 먹지 않는 편이고 요즘 이상하게 식욕도 없는 편인데 배가 약간 고프기 시작했다. 지금 먹으면 애매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참았다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후에는 카페를 갈 생각이라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갈 생각이다. 카페만 가는 것이 아니라 카페를 간다는 것은 산책도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카페와 산책은 내게는 삶에서의 평생의 취미이자 즐거움일 것 같다.

책상 앞에 잠깐 앉았다. 노트북이 책상에 놓여 있는데 노트북을 보면서 가장 잘 샀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질 때다. 지금은 거의 방치 상태이지만 몇 년 전에는 블로그를 정말 열심히 했었던 적이 있다. 거의 매일 글을 썼었는데 그렇게 썼다가 큰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하기도 했고 주어진 일상과 피곤함과 게으름이라는 핑계로 잘 안 쓰기 시작했다. 기계적이고 의무적이며 무엇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내가 원하지 않는 글들을 발행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크게 작용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발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도 직장생활을 계속 실패하고 회피하기도 했으며 나름의 도피처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고마운 존재다.

아직은 출판이라는 목표나 꿈은 아직 없지만 살면서 수많은 기록과 글을 남기고 싶다는 막연한 꿈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면 알고 있고 모른다면 모르는 공간에 글을 남기는 중이다. 글쓰기를 배워본 경험은 없지만 훌륭한 작가의 책을 많이 읽어보는 것이 지금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작용이 된다. 언젠가 글쓰기를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나의 글이 훌륭해졌다고 생각이 들 때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읽어주는 날이 온다면 얼마나 삶이 윤택하고 의미 있을지라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도 나의 형편없는 글들을 읽어주고 읽었다는 표현까지 해주는 독자와 작가들이 있다는 것도 감사하다. 여하튼 노트북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면서 글이 만들어져 가는 과정과 순간이 즐겁기만 하다. 많이 해봐야 늘고 경험이 된다는 말처럼 그저 글을 많이 쓰고 싶다. 남들이 보고 글이라고 안 여길 수는 있어도 나는 내가 쓴 글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배가 고프다. 냉장고를 열어서 있는 것들로 뭐라고 만들어 먹어야겠다. 먹고 카페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동네와 사람들 구경도 좀 해야겠다. 오늘은 서머싯 몸 작가의 <인간의 굴레에서>를 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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