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5

영혼의 우울감

by 쓸모

어제 하루 쉬고 아침에 일어나보니 몹시 피곤했다. 전 직장은 거리가 멀어서 힘들었는데 지금 직장은 걸어서 왔다 갔다 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더위도 잘 먹고 추위도 잘 타서 여름과 겨울을 선호하지 않는 편인데 요즘 날씨가 딱 좋은 것 같다. 특히 저녁에 산책하기에 너무 좋다.

요즘은 직장과 일에서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함께 배우고 일하는 동기들은 적응도 하면서 일도 많이 는 것 같은데 이상하리만큼 왠지 모르게 비교하게 된다. 분명 동기들은 너무 좋은 동기들이다. 선배들의 지적이 있을 때면 주의를 더 살피고 경각심을 가지기도 하는 것 같다. 완벽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대비하고 적응하고 늘어난 실력에 비해 잘 해내지 못했다. 버티고 견디는 것만으로도 잘하는 것인데 은근한 욕심이 많이 드는 요즘인 것 같다. 오늘은 일도 바빴다. 일이 거의 마무리되어 갈 즈음에 직원들과 떡볶이를 시켜 먹었다. 그렇게 배가 고프지 않아서 몇 젓가락하고 주변을 정리한 다음 인사드리고 퇴근을 했다. 집에 오자마자 긴장이 풀리고 편안함을 느꼈다. 정리하고 침대에 눕자마자 잠이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깨고 일어나보니 저녁 8시가 넘었다. 배는 그다지 고프지 않아서 안 먹고 강아지 산책을 시켜 준 다음 편한 옷을 입고 좀 걸으려고 나섰다. 걷다 보니 슬리퍼 사이즈가 너무 딱 맞아서 발에 물집이 생겼다. 자주 걷는 산책길에 요즘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걷다가 왠지 모를 우울감이 찾아왔다.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어두운 면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나의 인생을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해석하는 성향이기도 하다. 걷는 내내 설명하기 어려운 우울감과 싸우기도 하면서 영혼과 논쟁을 펼치면서 걸었다. 이 우울감을 뭐라고 설명하기란 어려운데 영혼의 우울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무의식 상태에서 벗어나 의식 상태가 되자마자 영혼은 떠났고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날씨는 선선했고 발에 물집은 더 커져가고 있었다. 집에 가야겠다. 좀 쉬어야겠다. 나의 어둠은 오로지 나의 영혼만이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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