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6

by 쓸모

비가 많이 내린다. 퇴근하고 잠깐 쉬려고 누웠는데 잠이 들어버렸다. 자고 깨어나서 보니 저녁에 야구를 볼 생각이었던 야구 경기가 비 때문에 우천 취소가 되었다. 침대에서 꼼짝도 안 하고 내리 유튜브만 봤다. 유튜브만 열면 매일 사건 사고의 연속이다. 기억에 남는 소식은 유명한 연애 프로그램에 나왔던 일반인이고 심지어 요즘 방영 중인 프로그램에도 나오는 중인데 대형 사고를 친 것이었다.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원래 인간이란 어렵지만 말이다. 요즘은 유튜브도 어느 정도 보고 있으면 약간은 흥미를 쉽게 잃는 것 같다. 자주 보던 것들만 봐서 그런 건지 집중력이 저하된 것인지 시간이 긴 영상은 집중도 안 되고 영상 자체도 어떤 내용인지 기억에 남질 않고 딴짓도 많이 한다. 비가 많이 올 땐 어디 갈 일이 없고 집에서 나가지 않고 침대에 누워 빗소리를 들을 때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을 좋아한다.

밖에 비가 오는 줄도 모르는 옆에 있던 강아지는 자꾸만 나가자고 눈치를 주는데 어쩔 수 없어 자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더니 포기하고 이후로는 얌전해졌다. 시간을 보니 저녁 먹을 시간이 한참 지났다. 요즘은 저녁 시간 때가 되어도 그다지 배가 고프질 않아서 거르는 편인데 엄마가 오이 냉국을 해놓았다고 해서 군침이 돌았다. 냉장고에 몇 개 남은 만두와 계란을 굽고 김치 하나를 꺼내서 김이랑 같이 해서 밥을 먹었다. 요즘은 엄마가 만든 오이 냉국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저녁 먹고 나서는 잠깐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열어 이렇게 글을 쓴다. 문득 어렸을 때 원하는 직업이나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생각을 했다. 되돌아보면 누군가로부터 구애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우며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어른이든 누구든 타인으로부터 간섭받는 것을 싫어했다. 성인이 되어서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에 대한 경험과 생각 그리고 사람에 대해 궁금해지고 알면 알아갈수록 복잡한 것이 사람이라는 영향도 컸다. 그 어릴 적 직업관이나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던 일을 지금은 이루지는 못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다 다시 떠오르는 것은 글 쓰는 법을 배워서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가능하겠지만 돈이 정말 많이 드는 일이자 꿈인 듯하다. 영화를 통해서도 영향을 많이 받은 것도 크다. 똑같은 영화를 10번 이상 볼 정도로 영화를 좋아할 정도로 영화감상이 취미였다. 영화배우는 휴 그렌트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좋아한다. 특히 영화 노팅힐을 10번 이상 봤는데 극 중에서 휴 그렌트 역할이 노팅힐이라는 거리에 작은 서점을 운영했었는데 그러한 삶을 꿈을 꾸었던 것 같다.

현실의 삶은 정반대로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고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많이 모은 것도 아니다. 실제로 안 바뀔 수 있고 이대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십 대에 생각해오던 삶이 이십 대에는 다르고 이십 대에 생각하고 소망했던 삶이 삼십 대의 삶이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다. 내일 일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일이다. 그래서 요즘은 그저 주어진 삶과 오늘을 감사하자는 마음이 크다. 생명과 건강, 물질과 여유, 사랑과 가족 모든 것이 감사할 일이며 오늘은 다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말을 동기부여로만 받아들였던 이전과는 다르게 요즘에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행복의 근원이라고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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