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부터 날씨가 무척 더워지기 시작하고 이번 한 주를 보내면서 보니 올해도 벌써 7월이다. 추위도 잘 타고 더위도 잘 먹는 체질인 나에게는 이렇게 무더운 여름을 또 어떻게 보낼지 벌써부터 고민이다. 늘 가던 카페에 가려면 옷이 흠뻑 젖고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햇빛이 강렬한 여름이다.
오늘은 휴가를 냈다. 요즘 쉽게 지치고 피곤하며 집중이 잘 안 됐는데 오랜만에 늦잠을 자고 일어났다. 오전 10시에 깼는데 딱 적당했다. 옥상 쪽에 가보니 뺄래 새제 냄새가 풍기더니 엄마는 빨래를 널고 있었다. 오늘 같은 날씨라면 빨래 널기에는 딱 좋았다. 뭐 해 먹기에는 어정쩡해서 마지막 한 개 남은 컵라면을 끓여 먹었다. 어디를 갈지 고민조차 하지 않고 늘 가던 카페에 가려고 씻고 이것저것 챙기면서 나갈 준비를 했다. 지난주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무선 키보드에 커피를 쏟은 뒤에 키보드가 먹통이 되어서 새로 사야 할지 고민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전까지 고장 났던 키보드가 나서기 전에 다시 확인해 보니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아이패드를 꺼내고 고장 났다 살아난 키보드로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작고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좋은 기분을 느끼는 것도 인간에게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매일마다 선크림을 빼먹지 않고 바르는데 오늘은 과할 정도로 많이 바르고 나갔다. 늘 가던 카페까지는 20분 넘게 걸리는데 가까운 카페로 행선지를 바꿀지 급히 고민이 되었다. 발걸음을 이랬다 저랬다 옮기다가 늘 가던 카페에 가는 것이 마음이 편하고 휴가를 낸 기분을 더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늘 가던 카페로 향했다. 도착할 때까지는 너무 덥고 땀을 많이 흘려서 후회했지만 도착해서 카페 안을 들어갔을 때 시원함을 느끼자마자 다시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콜드브루와 생크림 카스텔라를 주문하고 가져와서 창 쪽에 앉았다. 도착했을 때는 한적하고 사람이 없어 넓고 트인 공간과 잔잔했던 소음이 좋았는데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가 정신을 차려 보니 어느새 붐비고 직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분주했다. 오전에 먹은 작은 컵라면과 먹고 있는 카스텔라로 적당히 배를 채우는 점심시간이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볼펜 잉크가 점점 연해지더니 잉크가 거의 다 떨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고 나름 일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노트 여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이패드를 펼쳐 보니 다시 살아난 키보드에 집중했던 것인지 펜슬을 두고 왔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았다. 또 최근에는 이어폰을 잃어버려서인지 펜슬도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괜히 신경이 쓰이기는 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생각을 하고 글을 쓰면서 보냈는데 카페 안은 자리 하나 없을 정도로 꽉 차있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시러 온 사람들은 커피를 포장해서 돌아갔다. 혼자서 온 손님은 나 혼자 뿐이었다. 오후에는 책을 읽을 생각이다. 요즘 드는 생각은 스스로 영혼을 어지럽히고 더럽히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영혼에 포카리 스웨트 같은 맑고 청량함이 공급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 하나의 수단과 방법과 길이 바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오후의 카페는 조금은 잔잔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