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그러워지기

by 쓸모

아침마다 아침 식사를 챙겨 먹지는 않는 편이다. 냉장고에 채워져 있는 석류 원액이 있어서 출근 전에 석류 원액에 시원한 물을 타서 마시고 출근한다. 석류 원액을 볼 때마다 한때 유행했었던 배우 이준기가 광고한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라는 CF 광고가 떠오른다. 아마 30대라면 대부분을 알만한 광고일 것이다.

이번 여름도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더위도 잘 먹고 추위도 잘 타서 여름과 겨울 둘 다 힘든 체질인데 특히 이번 여름은 너무도 더워서 밖에 나가기만 해도 힘이 겹다. 그래도 저녁 시간 때는 선선해져서 산책 루틴을 빼먹지 않고 하고 있다. 요즘 저녁에 걸을 때면 아는 지인들을 몇몇 마주치고 인사를 나눈다. 그럴 때면 내게서 보기 힘든 미소와 웃음으로 환대한다. 마주하는 지인들은 인생의 선배이시자 자녀가 있으신 어머님들이신데 어찌나 반가워하고 칭찬을 하시는지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나서 생각을 좀 하면서 걷게 되었다.

생각하면서 걷는다는 것은 나와의 대화의 시간이자 나만의 방문을 연 것과 다름없다. 때아닌 들었던 생각은 가깝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바라보는 기대와 잣대가 높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 발전과 성장을 추구하는 성향의 영향이 있어서 오래 알고 가깝게 지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하여서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으며 기대하는 바람직한 방향과 기준이 나름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어렵다. 그런 탓인지 기준이 높아져서 바라보는 시선이 차가워지고 내뱉는 말들이 냉정하다. 상대방이 듣기에는 위축이 된다거나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조절해서 말을 해도 다정하기보다 냉정한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연애를 할수록 더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일상을 나누는 것과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도 좋고 즐겁지만 내 안에서는 좀 더 깊고 성숙한 대화를 원한다든지 누구보다 친하고 가장 가까운 친구와도 같은 존재이다 보니 더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쨌거나 나 자신만의 괴로움일 수 있다. 가장 가깝고 친근한 사람을 향하여서 드러나지 않는 너그러운 말과 행동 그리고 여유로움은 오히려 나와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향하여 드러난다.

왜 이토록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하여서 너그러워지는 것이 어려운 것이며, 바라보는 시선과 기준이 높아지고 기대감이 큰 것일까? 생각을 해보면 가깝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애초 이런 기준이나 기대가 없기 때문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기대가 있어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사람들과 더 친해지고 알아가기 위해서는 이해를 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래서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아진다고 생각이 든다.

조금은 너그러워지면 어떨까? 사람들 살아가는 것 어차피 다 똑같고 그런저런 이유로 산다는 것이 어렵고 힘겨울 때도 있는데 상대에게 기대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고 뭘 얻겠다고 그러는가. 이러면서 나의 허물을 돌아보게 된다. 나를 향하여 참아주고 기다려준 인생의 선배들도 있다. 뭘 그렇게 많이 경험했다고 알고 있다는 듯이 행세하지 말고 허점이 많고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돌아보면서 나 자신을 더 먼저 알고 겸손해질 필요를 많이 느낀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는 겸손한 사람이 너그러워질 수 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번에야 조금은 느끼게 된다. 나를 향하여 너그럽게 대해주고 기다려준 가장 가까운 부모님과 인생의 선배들을 돌아보면서 이제는 내가 누군가를 향하여 너그러워지고 따뜻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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