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글을 쓰고 싶은데 그 찰나를 놓치면 안 쓰게 되고 육체에 지배를 당하고 말아버리는 것이 일상이다. 아침부터 오후 내내 밖에 있다가 샤워하고 난 다음 한 숨자고 일어났다. 에어컨 바람과 선풍기 바람을 교통해서 맞으면서 자고 일어나 흐트러진 머리와 몽롱한 지금 이 상태가 은근히 좋다. 일어나 찬물 한 컵 마시고 방을 둘러보다가 책상과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카페에 갈 때만 책상에 앉아 있던 요즘이었는데 오랜만에 방에 있는 책상에 앉았다. 카페에 가면 읽으려고 가방에 넣어 두었던 몽테뉴 <수상록>을 꺼내 잠시 읽었다. 읽는 동안 반려견이 다가와 무릎에 앉더니 지금까지도 얌전하게 앉아 있다.
읽고 있던 책을 잠깐 덮고 아무 생각 없이 있다가도 스쳐 지나가는 이러저러하고 사사로운 생각을 붙잡아 골몰히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생각이 든 것 중 하나는 어떤 상황, 장소, 관계를 막론하고 머리에 떠오르거나 마음에 올라오는 생각이나 말들을 꼭 한 번 감찰해보고 있는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면서 다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기도 하고 예전부터 사람과 관계하고 시간을 보내며 관찰할 때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모두 의식을 하면서 말을 하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항상 가졌었다. 왜 그러냐 하면 나라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너무 많이 하고 그 말들로 인하여 관계의 어려움이 찾아온다거나 분위기에 맞지 않는 말을 뱉었던 상황들이 여전히 나의 무의식과 내면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로 인하여 괴롭다거나 만회하고 싶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몰랐던 것들을 알게 해준 하나의 발판이라고 삼으려 한다.
집단에 속해 있어야 하는 상황이나 누군가와 관계하고 시간을 가질 때 더욱더 나다운 요즘의 일상이다. 그 나다움이라는 것 중 하나가 말을 아끼고 더 많이 듣고 상황과 주변을 살피려는 의식으로 매순간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본디 말하기보다 관찰하는 것과 듣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더 풍요롭다. 그래서 아껴서 좋을 것은 아무래도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