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by 쓸모

평화롭고 여유로웠던 일을 마치고 퇴근하자마자 당근 거래를 하러 갔다. 이전부터 고민하고 서려고 했던 헤드폰을 적당한 가격에 올라온 물건이 있어서 즉흥적으로 거래하기로 했다. 집 근처에서 마침 만날 수 있었고 시간대도 딱 맞아서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퇴근하자마자 헤드폰 거래를 하러 갔고 지난 주말부터 지출이 급격히 늘고 있는 카드 잔액을 보면서 9월에는 좀 아껴야지 하면서 판매자에게 계좌이체를 했다.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고 더워서 퇴근하자마자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일하는 동안 직장동료가 짜파게티가 먹고 싶다는 말이 머리에 계속 맴돌아서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거래했던 헤드폰을 열어 봤다. 오래된 버전이어도 적당한 가격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어서 만족스러웠다. 헤드폰은 사려고 할 때면 가격을 보고 항상 망설였었다.

핸드폰과 헤드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고 노래 몇 곡 정도 들어본 다음 요즘 입고 있는 스타일과 잘 어울리는지도 궁금해서 옷을 갈아입고 헤드폰을 목에 건 채로 아이패드까지 챙겨서 카페로 나갔다. 자몽허니블랙티를 주문하고 아이패드로 읽고 있던 책을 읽어 가면서 헤드폰으로 노래를 들어보면서 겨울이 되면 더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분 앉아 있지도 않았는데 극심하게 잠이 몰려왔다. 카페에서 한 시간도 안 지나서 집으로 왔고 바로 누워서 잠이 들었는데 누운 순간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저녁에 잠을 푹 잤는지 잠에서 깨고 난 이후로 새벽 한 시가 지나도 잠이 오질 않았다. 에어팟을 잃어버린 이후로 자기 전에는 보통 유튜브를 보다가 잠이 드는데, 오늘 데리고 온 헤드폰이 눈에 들어왔다. 헤드폰을 귀에 끼고 노래를 한동안 들었다. 고요한 밤에 노래를 들으니 상당히 좋은 음질을 감상할 수 있었다.

평소에 주우재 유튜브를 즐겨보는 편인데 최근에 가수 권진아를 초대해 이야기 나누는 편을 봤었다. 그 회차에서 가수 권진아의 노래 중 <재회>라는 노래를 들었는데 가수 권진아만이 낼 수 있는 음색이고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리보이 노래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 권진아 노래를 들었다. 평소 기리보이 노래를 좋아한다. <재회> 노래도 좋아서 듣다가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듣고 있던 노래를 다 듣고 들어봤는데 이후로 이 곡만 계속해서 반복재생해서 듣기 시작했다. 이 노래 가사에서 “어쩜 애쓰면 쓸수록 나를 이렇게 바보로 만들어 진심이었기에 더 초라한 이 밤 널 잃고 싶지 않아서 놓쳐왔던 나를 이제는 찾아보려 해”라는 가사가 자꾸만 맴돌았다.

삶과 사람 그리고 관계란 <진심이었던 사람만 바보가 돼> 이 노래 제목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과는 다르게 어떤 관계에 있어서 최선을 다하려다 보면 어느 순간 진심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이 느껴지고 떠오르기도 했다. 끝맺음을 잘하는 편이기도 하고 흐지부지하게 지나갈지라도 마음을 쓴다거나 연연하지 않는 편이지만 어떤 것과 누군가를 얻고 싶은 마음이 커지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진심이 되기 마련이다. 애쓰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애쓰게 되고, 적정한 선을 유지하려고 하면 그 선이 어렵고, 기대하지 않다가도 자연스럽게 기대라는 씨앗이 자라고 만다. 그 씨앗은 진심이었던 사람에게만 자라서 자라나거나 시들게 된다. 사람은 왜 진심일수록 자신을 놓치면서까지 상대방에게 진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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