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느덧 9월인데 초가을은커녕 여름 날씨가 언제 끝날지 알 수가 없다. 일기예보도 볼 때마다 안 맞아서 뉴스나 날씨 확인도 거의 하지 않는다. 토요일 새벽에 운동을 가기 위해 눈을 떴는데 생각보다 바깥은 어두웠다. 준비를 마치고 밖에 나왔는데 의외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시간대였다.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 새벽이 지나 날이 밝았고 제대로 뛰지도 못할 정도로 역시나 더웠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도착해서 두 시간 안 되게 뛰었는데도 기진맥진이었다.
운동을 마치고 햄버거를 먹으려고 맥도날드에 들렀다. 토요일 새벽에 운동하고 맥도날드에서 커피와 햄버거를 먹는 루틴은 최상의 주말을 알린다. 집 근처 맥도날드에 자주 가는데 이 지점은 아침 점심 저녁으로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커피를 마시면서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도 한 번씩 사람 구경하는 습관이 있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더 많아서 어느새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까지 보게 되는데 막 생각하면서 보는 것은 아니고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다. 한참을 앉아서 그러고 있다가 집에 돌아와서 샤워하고 포근한 이불에 나른한 잠결에 잠이 들고 말았다.
잠에서 깨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정오가 다 되어갔다. 집에 오기 전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두 개나 먹어서 점심은 거르고 머리를 감고 잠들어서 머리 상태만 확인하고 나갈 준비를 했다. 흰 티에 밝은 청바지 하나 걸치고 지난주에 들렀던 매장에 가서 옷을 사러 갈 생각에 나섰다. 사려고 했던 티는 원하는 크기가 없었고 바지는 같은 바지지만 다른 색상을 사려고 했는데 품절인지 보이지 않았다. 목적을 순간 잃어서 매장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옷을 입어보고 만족스러워하는 사람, 옆에서 옷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 매장 직원 등 하나같이 표정과 말 그리고 행동이 모두 달랐다.
매장에 오면서 흘린 땀을 식히고 다시 집 근처 유니클로 매장이 생각이 나서 가기로 했다. 금방 들렸던 매장보다 유니클로 매장에 있는 사람들의 연령대는 꽤 높았다. 매장 직원들은 직업상 수칙이자 기본이겠지만 매우 친절하고 표정이 밝았다. 마음에 드는 바지와 티가 있어서 결제하고 나왔다.
그렇게 옷을 사고 바로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갔는데 자리 하나 잡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매장 직원들은 쉴 새 없이 바쁜 모습이었지만 손님들을 응대하는 표정과 말투만큼은 한결같이 친절했다. 잠이 몰려와서 콜드브루 벤티 사이즈를 주문하고 구석진 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받고 홀짝 마시니까 살 것 같았다. 정신이 번쩍 드니 매장 안은 엄청 시끄러웠었다. 노트북을 열어서 작업하는 사람, 가족들과 와서 같이 이야기 나누는 사람, 연인과 와서 데이트하는 사람들로 다양했다. 혼자서 온 사람은 나 혼자뿐이었다.
생각대로라면 사려고 했던 옷을 사고 돌아왔다거나 옷을 더 많이 구경하고 그랬을 텐데 반대로 사람들을 더 많이 구경하고 관찰했던 오늘이었다. 혼자 카페에 와서 커피를 마시면서 카페 안과 주변 그리고 사람들을 구경하는 취미는 대학생 시절 한 살 위 대학 동기 형이 알려주고 보고 터득한 취미다. 그전까지만 해도 카페라는 공간은 지인과 같이 가는 곳 아니면 시험 기간에 공부하러 가는 곳이었다.
인적이 드문 곳을 좋아하고 찾아가는 성향이지만 주말인 것을 간과하고 사람이 붐비는 곳만 가게 되면서 사람 구경만 실컷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옷차림새, 머리 스타일, 패션 그리고 말과 행동까지도 훑어보게 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삶을 사랑하는 사람은 얼굴 표정만 봐도 알 수 있다고 한다. 그 사람의 눈과 피부에서 무언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의 내면과 주변에서 환하게 빛이 난다고 한다. 삶과 누군가를 사랑하고 적극적인 관심을 가진다는 것은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다. 그런 사람은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주변을 환하게 하고 기분 좋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어떤 외적인 모습도 영향이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삶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자신감 있어서 동시에 매력을 느끼게 한다. 삶을 사랑한다는 것은 헤아리면서 그것을 받아들일 줄 아는 즉, 이해를 넘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정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삶을 사랑하고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소유한 것과 다른 것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만족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게 된다.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삶에 생명력이 있다. 인간이란 주변 환경과 사람들과 관계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