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7

by 쓸모

금요일보다 월요일 연차나 수요일 혹은 목요일에 연차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주말을 보내고 오늘은 연차로 하루를 쉬는 월요일 아침이다. 늦잠을 자려고 해도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일찍 눈이 떠진다. 요즘 일기예보가 좀처럼 맞지 않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밖에 날씨는 흐렸다. 새벽에 했던 리버풀과 아스널 경기 하이라이트를 다시 보고 난 다음 다시 잠들었다.

출근 시간이 지난 시간대에 눈이 떠졌다. 한적함이 느껴지니 오전에는 러닝을 갔다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에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까 하는 본성이 사무쳐서 Chat GPT를 통해 러닝을 갔다 오면 좋을지 물어보고 난 다음 옷을 갈아입고 늘 뛰던 코스로 향했다. 날씨는 흐리다가 뛰는 동안 점점 맑아졌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어서 비좁거나 부딪힐 일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는데 운동을 게을리 한 탓인지 3km만 뛰어도 숨이 차고 너무 힘이 들었다. 편의점에 들려서 물을 사서 마시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서는 씻고 바로 점심을 든든하게 먹었다. 냉장고에 있는 나물과 흰 밥에 참기름을 섞어서 비빔밥을 해서 먹었다. 그러고는 바로 책과 노트 그리고 아이패드를 챙겨서 카페로 향했다. 어제부터 이제는 나갈 때마다 마스크를 쓰기로 했다. 치과 교정치료를 하고 있어서 요즘은 더 하관이 신경 쓰이기 때문이다. 카페는 방금 뛰었던 러닝 코스를 그대로 걸어서 20분 넘는 거리에 있는 스타벅스로 향했다. 점심시간 시간대라 카페 안에는 시끄러웠고 사람들로 가득했다. 평소에는 창가 쪽 혼자 앉을 만한 자리에 앉는데 자리가 없어서 4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유일하게 비어 있어서 그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편은 아닌데 일행이 오는 티를 내고 앉았다. 콜드브루 벤티 사이즈를 시키고 자리에 가져다 놓고 걸어오는 동안 찝찝해서 챙겨 온 미스트를 화장실에 가서 뿌리고 다시 돌아와 앉았다. 앉아서 전부터 읽고 있었던 몽테뉴 <수상록>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책을 읽었다. 오후 3시가 다 되어 갈 때쯤 책은 다 읽고 덮었다. 책을 덮고 나서 약간의 피로함과 무료함이 찾아왔다. 동시에 이런저런 공상과 마음이 심상에 떠올랐다. 여전히 카페 안은 시끄러웠다. 카페 안은 소란스러웠지만 오로지 떠오르는 공상과 심상에 집중하였다. 가방에서 펜과 노트를 꺼내 자유롭게 감정과 생각 그리고 나 자신과 나눈 대화들을 노트에 기록했다.

그러고 글을 쓰려는데 깜빡하고 키보드를 챙겨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김이 새서 챙겨 온 물건들을 다시 가방에 넣고 들고 온 우산을 챙겨서 다시 집으로 걸음을 향했다. 올 때는 비가 내렸었는데 갈 때는 비가 그쳐 몹시 습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떠오른 생각과 마음들은 그새 잊었다. 적지 않은 피곤함과 나른함이 찾아와서 잠깐 잠이 들었다. 나중에는 또 잠깐 밖에 나가 산책을 다녀올 생각이다. 아까부터 떠오르는 상념들이 자꾸만 떠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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