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의 일이다. 세부 사람들을 보면서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주어진 오늘과 하는 일에 대해 매우 즐거운 마음에서 드러나는 웃음들로 넘친다. 낙후된 환경에서도 그들은 걱정근심이 얼굴에 드러나기보다 인생을 즐기는 것이 묻어나 보였다.
처음으로 떠나온 해외여행으로 가장 처음 느끼고 본 것이다. 나도 지금 이 순간은 그들과 함께 어울려 걱정과 근심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들과 동요되어 벌써부터 한국으로 떠나기 싫어진다.
하지만 돌아가야 한다. 오늘 세부 사람들을 보며 후회 없이 보내고 돌아가서 이들처럼 즐기며 보내는 열정이 가득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것을 배웠다. 그들은 어찌나 한결같은지 첫날부터 보았다. 이들을 보며 인생을 알게 되는 것이 여행이자 떠남이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것들에 대해 알게 모르게 욕심이 생기고 시기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단 하나라도 신경 쓰지 않게 되어 그게 나는 좋다. 다시 돌아간다면 다시 얽매이는 것들이겠지만 오늘 이들을 보면서 웃음으로 의연하게 마주하고 싶다.
하루는 택시기사한테 사기를 당할 뻔한 평생 잊지 못할 경험과 추억을 기사가 만들어 줬다. 터무니없는 20만 원을 부른다. (이 돈은 세부에서 유명한 뫼벤픽 리조트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돈이다.) 사기도 많이 쳐봤는지 태연하게 부르는 게 더 웃겼다.
그러나 사실 너무 무서웠다. 택시기사에게 쥐어준 우리 전재산을 다 빼앗겨 버렸다면 어땠을지. 경찰에 가서 시간을 다 보내고 우리 계획이 다 무너지면 어땠을지. 택시기사에게서 지갑을 빼앗고 우리 돈을 되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지는 등 혈투를 벌인 건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웃긴 이야기이다.
한 번쯤은 다른 사람에게서 일어난 일들이나 그냥 듣고 나에게는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던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했다. 사람이 참 귀찮아해서도 안 되는 듯싶다. 앱 하나만 깔았으면 될 것을. 귀찮음 하나로 일을 크게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위기가 닥쳐올 때 생존본능을 100% 발휘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란타우에서의 저녁. 란타우에서 담을 수 있는 저물어 가는 노을을 볼 때 시간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서 내 눈과 마음 그리고 사진으로 인생이라는 여정에 담으리라고 노을과 나는 대화를 나누었다. 노을이 나를 보고 여기 와줘서 고맙다고 나도 이만 갈 테니 너도 여기서 잘 있다 가거라고 지며 손을 흔든다.
한국에 있을 때 지나쳐온 진짜 나를 이번에 보았다. 사소한 것에 얼마나 귀찮아하는지, 사람을 볼 때 비판적이라든지, 책임감이 정말 없고, 매사에 내 기준으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걸 보고 내 영혼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영혼과의 속삭임을 통해 비로소 가장 필요할 때 떠나야 했음을 알게 되었다.
또 하루는 호텔 예약도 잘못해서 돈 더 내고, 귀차니즘 하나로 택시기사 잘못 만나고, 빌린 가방 지퍼 고장내고, 중요한 SD카드도 잃어버리고 참 이렇게 보내기도 힘든 여정이었다.(이 말 고도 더 있는데 생각이 안 난다) 다시는 이런 여행 보내기도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