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한 태도

by 쓸모

가을이 오려나 어제저녁에는 티셔츠를 입고 다니기에는 바람이 쌀쌀했다. 더우면 잠을 제대로 청하지 못해서 평소에는 에어컨을 틀거나 창문을 열어 놓고 잔다. 모기나 벌레가 들어오지 않게만 해놓고 창문을 열었는데 밤에는 진짜 가을바람처럼 차가운 바람이 들어왔다. 그래서 에어컨은 끄고 창문은 반 정도만 열어놓고 찬 바람에 얇은 이불을 덮고 잤다.

몇 주 동안 익숙해있던 체온보다는 차갑고 서늘한 체온과 한기가 느껴져서 새벽에 몇 번 깼다가 다시 잠이 들곤 했다. 오늘은 휴무날이다. 알람도 꺼두고 조금이라도 늦잠을 자려고 했는데 눈을 떴을 때는 평소 출근할 때 일어나는 시간과 다름없었다. 오히려 출근하는 날보다 더 일찍 깼다. 시간을 확인하고 오늘 쉬는 날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다시 얇은 이불을 제대로 덮고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 시간은 오전 아홉 시쯤이었다. 오전에 교정 치료가 예약되어 있어서 시간 맞춰서 준비하면 됐었다. 오전에 흘러 들어오는 바람도 약간 쌀쌀했다. 얇은 이불을 다리와 팔로 감싸 안은 채로 월레스와 그로밋 애니 영화가 생각이 났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옷도 입혀주고 씻겨주고 식탁 앞에 간단한 아침 식사까지 준비해 주는 장치나 기계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편이다. 스타일과 향수 그리고 아침 메뉴를 미리 설정해 놓아서 매일 아침에 버튼 하나로 하루를 시작하고 준비할 수 있으면 정말 편하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당장 일어나서 치과에 갈 준비를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하고 씻으러 갔다.

오전 시간대 버스 안은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이 탔다. 쉬는 날 어디론가 갈 일이 있을 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항상 그런 것 같다. 한 때 어르신들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그렇게 가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는데 또 이런 생각이 잠깐 들면서 버스를 타고 치과에 갔다.

치과 교정 중인데 교정 치료를 하지도 꽤 지났다. 많은 비용이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걸 떠나 매번 갈 때마다 밝은 분위기로 환대해 준다. 처음에는 부담스럽고 익숙하지 않았는데 이런 분위기와 친절한 태도가 여기를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들기도 했다. 갈 때마다 치과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평일 오전 시간대라서 그런지 한적하고 조용해서 좋았다. 도착하기 전 버스에서 미리 치과에 5분 정도 늦을 수도 있겠다고 미리 전화드리고 갔는데 가끔씩 시간을 못 지킬 때가 많다. 시간을 잘 활용하고 관리하는 편은 아니지만 어떤 약속에 있어서 시간을 지키는 것에는 아주 중요시 여기며 때로는 엄격할 때가 있는 편이다.

치료는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시간을 제대로 볼 수도 없었던 것도 있지만 담당 주치의와 치위생사 선생님들의 이런저런 치료 설명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친절하고 밝은 분위기여서 시간이 금방 지나갔었다. 다음 예약도 오늘처럼 평일 오전으로 잡고 문 밖을 나설 때까지 밝고 친절한 대우를 받고 나왔다.

치과 근처에 바로 스타벅스가 있어서 그곳으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 사이즈와 초콜릿 케이크를 주문했다. 직원이 음료가 나오는데 오래 걸릴 수 있다고 하는데 친절한 치과와 직원들과 잠깐 있다가 나와서 그런지 정말 천천히 준비해 줘도 된다고 느긋하게 말하고 창가 쪽에 자리가 비어서 가방을 내려놓고 자리를 잡았다. 카페 안에는 외국인도 있었고 혼자 온 사람들도 있었고 수다 떠는 사람들로 다양했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와 케이크가 나왔다. 받고 케이크를 먹으려는데 포크가 제대로 씻겨지지 않아서 포크를 들고 직원한테 가서 느긋하게 포크를 바꿔달라고 말하고 새로운 포크를 받아 앉아서 케이크와 커피로 첫 끼를 먹기 시작했다.

마침 이 날 가방에 챙겨 온 책은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를 들고 왔는데 약간 기대가 된다. <인간의 굴레에서>는 너무 두꺼워서 아직 읽지는 못했는데 그전에 <달과 6펜스>를 너무나 인상 깊게 읽었기 때문이다. 잠이 오면 또 글을 쓰거나 노래를 들을 생각이다. 그리고 잠깐은 이번 달에 돈을 너무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사고, 안경도 사고, 옷도 사고… 다음 달에 조금이라도 더 아끼고 절약하지 뭐. 케이크와 커피를 먹고 책이나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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