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8

by 쓸모

어제저녁에 아주 오랜만에 고깃집에서 삼겹살을 먹었다. 하필 치아 교정을 새로 달아서 제대로 먹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저녁을 먹고 근처에 인형 뽑기를 할 수 있는 곳이 눈에 띄어서 인형 뽑기를 하러 갔었다. 인형 뽑기는 어릴 적 오락실에서 아주 가끔 하고 거의 해 본 기억이 없다. 잘 뽑지도 못하고 하다 보면 조절하기 어려울 정도로 돈을 많이 쓰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면서도 이날 돈을 과하게 썼다. 한 3만 원 이상 썼던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보니 생각보다 인형을 뽑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동행했던 동료가 인형을 뽑고 있을 때 나도 뽑고 싶은 인형을 뽑았다. 어쩌다 하다 보니 만화 영화 <월레스와 그로밋>에 나오는 악당 펭귄을 뽑았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결과가 있고 수확을 얻으면 욕심이 올라와 조절하지 못하는 게 마음인 것 같다. 아슬아슬하게 뽑힐 듯 말 듯한 인형을 계속 뽑으려고 몇 번을 결제했는지 모른다. 이 날 알게 된 것은 악당 펭귄의 이름인데 페더스 맥그로우라고 한다. 뽑은 인형을 들고 버스를 타고 집에 갈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내 쪽으로 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에는 비가 홍수처럼 내렸었다. 주중에 처방받은 피부약 덕분에 가려움증은 덜했다. 그동안 가려움증 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이루었는데 이 날 밤에는 카페인을 과다 섭취해서 새벽 늦게까지 눈 떠졌었다. 새벽부터 운동을 하러 갈 예정이라 조금이라도 더 자면 좋지만 어두운 방에서 조용히 생각하고 지난 일들을 회상할 수 있는 시간도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나 새벽에 자주 할 수 있어서 필요로 하고 좋아한다.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별 일이 없으면 하는 마음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많은 힘과 연결이자 유지가 된다. 그러나 그게 마음과 같이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자 관계다. 알면서도 헤아리기 어렵다. 때때로 사람들이 성가시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거슬릴 때면 지혜로운 생각과 판단을 내리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날 저녁에 있었던 일로 잠깐 생각하다가 잠이 들었다.

알람 소리가 울리기 전에 잠에서 깼다가 다시 잠이 들었는데 다시 일어났을 때는 알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전화 소리에 일어날 수 있었다. 평소 새벽 6시에 운동을 가다가 1시간 늦춘 새벽 7시에 운동을 하러 나서는 것이 조금 어색했다.

애플워치를 깜빡하고 두고 와서 어느 정도 운동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체력이 닿는 데까지 운동하고 돌아왔다. 점심까지 해결하려고 아침과 점심 겸으로 돼지국밥을 먹으러 갔다. 초등학생 시절 아무것도 모르고 땡초를 먹고 충격적으로 매운맛을 경험했던 기억이 크게 남는 동네 국밥집이다. 식사를 하려는데 중학교 축구부로 보이는 중학생들이 단체로 들어왔다. 한 두명이 아니라서 중학생들이 시끄럽고 떠드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지만 국밥은 맛있어서 식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국밥을 먹고 집에 돌아와 개운하게 씻고 누워 메이저리그 경기를 봤다. 개인적으로 오타니 쇼헤이 선수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이날 경기는 오타니 쇼헤이 선수에게 야구의 신이 들린 듯 상상을 그 이상의 경기력을 생중계로 보다가 잠이 들었다.

오후 2시가 돼서 눈이 떠졌는데 개운하고 상쾌했다. 이번 달 지출이 많아 조금 아끼려고 중고거래 어플을 통해 모바일 커피 쿠폰을 저렴하게 구매했다. 대충 모자 쓰고 옷을 입고 동네 스타벅스에 갔다. 판매자로부터 받은 모바일 쿠폰으로 결제하려고 바코드에 찍었는데 두 장 모두 사용한 쿠폰이었다. 그때 정말로 민망했다. 다행스럽게도 카드를 챙겨 와서 카드로 다시 주문하고 결제했다. 돈 몇 푼으로 인하여 오후의 기분과 분위기를 결정하다니 너무 피곤했다. 그보다는 결제할 때 사용한 쿠폰이라 뜨며 마주한 스타벅스 직원 앞에서의 민망함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순간이다.

겨우 자리가 하나 비어 있어서 앉아 자리를 잡았고 들고 온 책과 아이패드를 꺼내고 바로 주문한 커피가 나와서 받고 다시 앉았다. 오전에 자고 나서 피로가 풀렸는데 다시 피로가 몰려왔다. 어제와 오늘 일상 속에서 일어난 작은 일들로 인해 몹시 피로하다. 잠깐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있다가 커피 한 모금 마시니 정신이 든다. 그러다 들고 온 책은 제대로 읽히지도 않아서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게 있다가 집에 돌아갔다. 또 한숨 자고 일어나야 개운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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