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월에는 자취를 하기로 마음을 먹고 가장 바쁜 나날을 보냈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거의 매일 방을 보러 다녔다. 최대한 본가와 직장과 가까우며 기본 옵션을 중점적으로 생각했다. 처음에는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방을 구하려고 했다. 전세를 생각하고 오피스텔 위주로 방을 보러 다녔는데 전세금은 비싼데 보러 간 방마다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방식으로 여러 오피스텔을 보러 다녔는데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대학생 때 기숙사에 살아본 것과 한 자취방에서 여러 명과 살아본 경험 말고는 사실상 자취이자 독립을 해본 경험이 없다. 주변에는 자취하고 있고 경험 있는 사람들이 보기보다 있어서 주변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처음부터 열까지 사사로운 것까지도 일거수일투족 물어봤다. 안 물어보고는 보는 기준이 높아져서 눈앞에 좋아 보이는 순간적인 감정과 판단을 내릴 것 같았다. 무언가에 대해서 경험이 없고 처음 시도해보고자 하는 것 그리고 중대한 고민을 할 때 풀어 놓을 수 있고 구할 수 있는 관계가 있는 삶을 산다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삶이다.
지난주에는 특히 여러 방을 보러 다녔는데 한 날 퇴근하고 방을 보고 있는데 이날 만났던 중개인이 아직 올라오지도 않았고 곧 비게 될 좋은 방을 추천해줬다. 사진상으로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붙박이장과 침대 그리고 TV와 인터넷까지 옵션으로 있어서 일주일 뒤에 보기로 일정을 잡았다. 방을 보러 가기로 한 날까지 다른 방은 안 보고 시간이 지나자 주말에 보기로 한 날 4명이나 보기로 일정이 잡혔다고 주말에 연락이 왔었다. 점점 방을 이곳저곳 보러 다니는 것도 조금 지쳐서 방을 보기도 전에 계약금을 넣었다. 전세는 부담스럽고 해서 월세로 가기로 했다.
주말에는 만에 하나의 일이 생가지 않는다면 돌려받을 보증금이지만 한 번에 큰 액수의 돈을 누군가한테 맡기거나 내보는 것도 처음이며 매달마다 월세가 나가는 삶이라는 것과 부모님의 곁에서 벗어나 독립의 과정을 거치고 현실과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약간은 걱정이 되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돌아보면 부모님의 곁을 떠나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보는 삶을 살아가는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하게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며 현실과 미래를 준비해서 미래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통하여 독립이라는 나름의 삶의 계획을 생각했었는데 산다는 게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어제 계약금을 걸어둔 방을 보러 갔다. 여태 본 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고 사진으로 봤던 구조와 배치 그대로였다. 다음날 바로 집주인을 만나 계약서를 작성했다. 작성하고 큰 액수를 타인에게 이체하는데 긴장이 되고 가슴이 떨리기도 했다.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듣고 물어보고 그랬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도 약간 들었다.
집주인과 인사하고 중개인과도 헤어진 다음 본가와 자취방이 가까워 필요한 물건들을 직접 옮기기로 했다. 본가에 있는 세면도구, 햄, 올리브유, 소금 등 받고 보관해 둔 선물세트와 휴지, 노트북과 아이패드, 세면도구와 이불 그리고 신발까지 짐을 직접 들고 걸어서 옮겼다. 특히 선물세트와 이불을 옮길 때 너무 힘들었다. 안 쓰던 근육을 전체적으로 써서 전신이 근육통이 올라왔다. 본가에서 강아지 산책시키고 씻고 자취방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싶어 자취방으로 향했다.
자취방에 와서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디퓨저, 태블릿 거치대, 드라이기, 휴지, 테이프 클리너 등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고 불을 끄고 누웠다. 창밖을 바라보면서 첫 자취방에서의 밤하늘의 사진과 침대에 둔 인형의 사진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감사일기를 작성했다. 별 특별한 감정이 올라오거나 들지는 않았다. 어디에 사는 것은 살아가면서 정말 중요한 문제이자 선택이지만 잘 곳이 있고, 먹을 것이 있으며, 쉴 만한 공간이 있고, 열심히 돈을 벌고 사람들을 만나고 살아가는 그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사도 하고 첫 자취인데 기념으로 지인들과 같이 짜장면 시켜 먹어야겠다. 잊고 있던 근육통과 피로감에 생각이고 뭐고 몸이 너무 피곤해서 이만 자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