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이사 오고 지낸 지 일주일이 지났다. 버려야 할 것들도 버리고 소유할 것들을 남기고 할 수 있었고 나름 혼자 살아가는 목적과 이 공간의 활용과 방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고 있다. 단순히 먹고 자며 생활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을 확장해나갈 수 있는 공간이자 목적성을 세우려 한다.
막상 자취방에서의 생활을 시작해보니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고 돈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나간다. 첫 자취라 그런지 필요한 것들을 구하면 또 필요한 것들이 생각이 난다. 김치도 내 돈으로 사보고, 주방용품과 생활용품들도 직접 사보는 경험들을 해보기 시작한 것이다. 초반이라 그런지 청소도 보이면 하고 빨래도 미리미리 하고 환기도 자주 시키고 생각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생활을 한다. 특히 향에 민감해서 디퓨저와 캔들 그리고 탈취제 등 냄새와 향에 대한 관리에는 철저하다.
책은 너무 많아서 읽고 있는 책과 사놓고 못 읽은 책들만 챙기고 나머지는 본가에 두기로 했다. 아직 옮겨야 하는데 못 옮긴 짐들도 있어서 본가에 계신 부모님께 몇 번이나 부탁할 정도로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들은 직접 치우거나 옮길 예정이니 건드리거나 버리지 말라고 당부했기도 했다.
오늘부터 저녁 메뉴가 괜찮으면 직장에서 저녁을 먹고 퇴근을 하기로 했다. 저녁에 등갈비가 나와서 먹고 퇴근을 하려고 일을 마치고 식당부터 들렸다. 알아보니 직장 식사 한 끼에 700원 정도 하기에 저녁도 해결하고 절약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점심과 저녁 모두 직장에서 먹고 퇴근을 했다.
퇴근하고 근력운동을 시작하고자 마음을 먹어서 팔굽혀펴기 200회 정도 하고 샤워를 했다. 머리를 말리면서 본가에 계시는 부모님도 뵙고 강아지 산책도 오랜만에 시킬 겸 본가에 잠깐 들르기로 했다. 그러면서 들고 와야 할 물건 몇몇 가지들을 챙겨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본가는 이전과 가구 배치와 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강아지는 안아달라고 짖으며 달려왔다. 부모님과 잠깐 안부 나누고 챙겨가고자 생각한 물건들을 찾는데 하필 소중하게 다루고 몇 번이나 부탁한 물건을 어머니가 버렸었다. 이곳저곳을 뒤져서 겨우 다시 찾았는데 물건은 약간 파손이 되었었다. 그때부터 언성이 높아지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으며 옆에 거들던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욕설까지 퍼부었다.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났다. 우리 가정은 늘 이랬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늘 무시하고 함부로 대했으며 반면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대들고 핑계와 거짓말이 일상이었다. 심하게는 서로 폭력과 욕설도 오가며 다툰 적도 많았다. 그런 가정환경과 분위기에서 자라온 나는 늘 숨고 싶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런 부모님을 보고 자라온 나는 결국 상처가 되고 그것이 인격이 되기도 하고 지울 수 없어서 억누를 수밖에 없는 기억과 삶을 살아왔다.
어머니는 지체 장애를 앓고 있어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게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며 지적 수준이 초등학생 정도인 것을 이성으로는 아는데 이날 본성이 앞서 소리를 높여 온갖 감정들이 섞인 말들을 퍼부었다. 겨우 물건 하나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아버지의 욕설과 나의 언성 높인 심한 말들로 인하여 상처받고 있을 어머니인 걸 알면서도 나의 본성과 자아를 제어하지 못하는 내가 너무 괴로웠다. 억누르고 있던 기억들이 올라오고 서로가 상처만 남은 하루였다.
돌아보면 우리 가정과 나의 삶에 은총이 입게 되어 여기까지 지내오고 살아오고 있다. 바꿀 수 없고 받아들이고 싶지 않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에 수긍하고 인정하고 받아들 수 있었던 것은 은총 덕분이라는 것이다. 노래 중에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 가사 중에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있을 때 잘해 그러니까 잘해”라는 소절이 있다. 후회만 남는 시간을 뒤로한 채 돌아가면서 이 노래 가사가 생각이 났다. 오늘 나로 인하여 받은 어머니의 상처는 냄비에 데여 손목에 입은 화상보다 더 깊을 것이다. 물건 하나는 소중히 다루는데 정작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세상 유일한 부모님에겐 그렇게도 소중히 여기고 대하지 못하는 건지 참으로 괴롭다. 부모님이라는 존재는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잘하려고 하면 왜 그리도 큰 상처만 남기는 걸까 이따금 마음이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