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유독 시간이 더 빨리 가는 것 같다. 얼마 전만 해도 습하고 더워서 힘겨웠는데 벌써 11월인 데다가 겨울옷을 준비하고 있다. 날씨는 전쟁 같은 여름보다 서늘하고 차분한 가을이 좋다. 더운 것보다는 추운 게 낫다. 체질상 더위도 추위도 잘 타서 사계절을 항상 대비해야 하는 체질이지만 굳이 정한다면 겨울이 나은 것이다.
오늘까지 한가로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지난 평일부터 예상치 못하게 주어진 반차와 여유로운 토요일의 근무 그리고 월요일 휴가까지 해서 한가롭고 여유롭다. 느긋하고 한가로운 것을 아주 좋아하고 그런 느낌을 받을 때 스스로도 여유로워지고 마음 또한 넓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여유로우려면 환경과 많은 조건이 갖추어야 느낄 수 있다지만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나라는 사람으로 살아갈 때 느긋하고 여유로운 사람이었다고 듣고 생을 마무리하고 싶을 정도로 여유로운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을 추구한다. 이렇게 추구할 수 있고 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으며 감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삶과 현재 그리고 모든 것들이 감사할 수밖에 없다.
어젯밤 모든 알람을 꺼두다가 휴대폰 자체를 아예 끄고 잤다. 한 번씩 휴대폰을 끄고 자거나 생활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가 때로는 이롭다. 아침에 눈을 뜨고 꺼둔 휴대폰 전원을 켜서 확인해 보니 출근을 하고 일하고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오히려 주말 동안 쌓인 피로감이 가시질 않아 눈이 감겨 시간만 확인하고 다시 자고 일어났다. 일어나서 해야 할 일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가려고 했던 지인이 원장으로 계시는 치과에 전화를 했다. 처음 방문하는 거라 월요일이고 그래서 예약이 어려웠을 텐데 감사하게도 오전에 진료가 가능하다해서 이불을 정리하고 바로 나갈 준비를 했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 중 의사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감사한 일이다.
자주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사소하지만 타이밍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도 횡단보도에 다다를 때 신호가 딱 맞게 바뀌는 것조차도 좋아한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도 귀찮다며 미루려고 했던 일정과 일들도 오전의 시간을 채워주고 어차피 해결해야 할 일이었는데 해결까지 한다는 그 적절한 타이밍을 좋아한다.
처음 들르는 치과라 찾아가는데 약간 헤맸지만 예약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다. 참고로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지만 심각한 길치다. 지인이자 원장님을 만나 진료를 받으면서 사사로운 이야기들도 나누었다. 사적으로 뵙고 시간을 같이 보낼 때는 못 느꼈는데 이렇게 의사와 환자로 만나 시간을 보냄으로 존경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다른 날 또 방문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예약 날짜를 잡고 인사드리고 나왔다. 나왔을 때 치과 주변의 거리는 한산했다.
평소 좋아하는데 한동안 가지 않았던 바다를 보러 가려고 타지에서 여행 온 사람처럼 버스 여행 느낌으로 버스를 타고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에 한껏 느긋함과 동시에 여유로움을 느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수다스럽게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고, 노트북을 열어 작업하는 사람들, 전공책을 펼쳐서 공부하는 사람들로 다양했다. 오래 앉아 있을 예정이라 아이스커피 두 잔과 카스텔라까지 같이 주문하고 창가 쪽에 앉았다.
햇빛이 잘 들어오는 자리에서 글을 쓰고 기록하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아주 감사하다. 창밖에서 해의 빛을 받아 춤추고 있는 넓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동안 머리와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멈추고 아무 생각 없이 바라만 보게 된다. 정오가 넘은 시간대의 뜨거운 햇빛을 맞으며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을 마신다. 그러다 이런저런 생각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하는데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의 오후에는 가방에 챙겨 온 장 폴 샤르트르의 책을 꺼내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