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

by 쓸모

나는 여럿이서 밥을 먹기보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편한 사람이다. 식당에 가서 혼자 밥 먹는 것도 카페에 가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 일이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거나 카페에 가는 것보다 편하다. 서른 초반이 지나고 혼자 있는 법을 알게 되고 혼자 있는 것이 익숙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사람이 살아가는데 혼자 있는 법을 터득하고 살아간다는 건 중요한 과업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사람들을 만나보면서 생각이 드는 것은 애를 써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퇴근하고 잠깐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집에 돌아와서는 목욕을 하고 머리를 말리고 차가운 물 마시고 책상에 앉아서 묵혀뒀던 생각들을 정리하다가 문득 나의 이십 대의 삶으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 그 시절 나는 무엇으로 살았고 무엇과 누구를 위해 살았을까. 확실한 것은 나를 위해 살지 않았다는 것과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살았다. 대학생 사절 필독 도서이자 교양과목 과제를 하기 위해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몇 번이고 읽었지만 나는 어렸고 뭘 몰라서 대인관계를 맺는 방법을 몰랐다. 그 시절의 나는 모방의 삶 그 자체였다. 대학교 선배나 동기들을 보고 습득한 것들을 기억했다가 모방해서 하면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내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을 위해 살아갔냐고 되돌아본다면 허영과 이기심으로 가득 찼었다.

실제로 대놓고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나를 미워하는 사람들에게서 원인과 이유를 찾으려 했지 정작 나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려 하지 못했다. 한때는 모두와 잘 지내보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모두가 잘 지낼 수 없다는 것을 몰랐던 나는 어느 순간 혼자 남게 되고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못한 시절도 있었다. 사람들과 섞여 살아가는 데 있어서 모두와 잘 지낼 수 없다. 나의 편이 있으면 나의 편이 아닌 사람들도 있기 마련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정말 뭣 모르고 그 시절을 거쳐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몰랐다는 것이다. 남들의 시선과 기준에 맞춰 모방하며 살아온 나에겐 정작 진정한 나를 만나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이었다. 내가 나를 모르니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사람과 같이 있을 때 편하고 좋은지 그것을 모르며 살아왔으니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게 되고 그렇다 보니 상처가 되기도 하고 후회만 남기도 했다. 관계를 맺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거나 방법을 몰랐다는 것보다 앞서 내가 나를 모르며 살아온 시절이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그렇지만 그 경험들이 나를 알게 되고 형성해 나가는 데 있어서 지금의 내가 있기도 한 것 아닐까.

시간 여행을 마치고 다시 현실 감각을 느꼈을 때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다. 여전히 사람이 어렵다. 그러나 그 시절의 경험을 통해서 지금의 내가 있게 되므로 나답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아가느냐고 묻는다면 나답게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도 나답게 살아가고자 한다고 대답할 수 있으리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안온하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