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에 대하여

by 쓸모

새벽에 목이 말라 잠에서 깼다.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를 꺼내 마시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해가 슬금슬금 뜨고 있었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취했다. 십여 년이 넘게 만나고 지내는 대학교 동기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번 해도 거의 다 지나가고 그러기도 해서 해가 가기 전에 시간을 맞췄었다. 술은 언제 마지막으로 마셨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체질에 맞지 않기도 하고 해서 멀리했었는데 유독 동기들을 만날 때만 한 잔 정도는 걸치고 싶어진다. 이들을 만날 때 좋은 건 지나간 이야기들을 그렇게 꺼내지 않고 지금 현재로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 지난 일들에 대한 건 그렇게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알코올이 들어가면 약간 흐트러진다. 나답지 않게 돼서 멀리한 것도 있고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염려 삼아서 그런 것도 있다. 맑은 정신으로 의식을 거듭하고 내뱉어야 하는 것이 말이라는 건데 그것을 어렵게 만들고 흐트러지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생각하고 의식을 자꾸만 하고 출력되는 말이라고 해도 말이라는 건 마치 마음이라는 과녁에 맞춘 화살과도 같다. 때로는 상처를 치료해주는 후시딘 같은 연고와 같기도 하지만 반면에 사람의 마음에 뚫리는 화살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아서 그것을 풀어주기도 하는 게 말이지만 오히려 더 풀기 어렵게 만드는 게 말이다. 가깝고 편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더 존중하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데 때로는 그게 어렵다. 익숙하다고 편안하다고 존중과 배려를 의식하기보다 편하게 무의식적으로 대하여진다.

말은 듣고 각자 자기 나름대로 해석한다. 의도와 마음은 그게 아닌데 다르게 전달될 때도 있고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으면 하는 건데 마치 풍선처럼 부풀리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이런 사람으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느낀다. 말하기보다 듣는 사람이 되고 지금도 말 수가 아주 적은 편이지만 말을 줄이고 오히려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장작에 불이 붙듯 마음이 타오른다.

새벽이 아닌 이른 아침이었다. 우유에 시리얼을 부어서 먹고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을 밥을 짓고 쌓인 빨랫감들을 보자마자 세탁기를 돌리고 차를 내렸다. 따듯한 차를 마시며 92914 노래를 틀어놓고 한참을 듣고 멍하니 책상에 앉아서 그렇게 일요일 아침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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