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지구 한 바퀴 알래스카
다시 또 하루가 밝아 온다. 이른 아침을 먹고 다시 차를 몰고 나온다. 톡에서 남서쪽으로 달려 발데즈를 다녀오기로 한다. 발데즈는 알래스카에서 부동의 항구로 송유관의 종착점으로 북쪽에서 채굴된 원유가 이 항구를 통해서 나가고 주변에 높은 산맥으로 둘러싸여 알래스카에서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곳이란다.
알래스카에서는 차를 몰고 나오면 그저 거기가 최고의 경치를 선사하는 장소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경치가 숙소에서 편하게 쉬게 하지를 않는다.
언제 또 알래스카를 여행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남는 거라 생각하고 오늘은 톡에서 발데즈까지 왕복 800킬로가 훨씬 넘는 거리 즉, 우리나라에서 서울과 부산을 왕복하는 거리다.
길을 따라 달리는 주변 산하의 경치가 수천 번을 이야기해도 모자랄 지경으로 아름답다. 침엽수림이 울창한 숲길을 달리는가 싶다가 넓은 강이 나타나고 또 저 멀리에서 설산이 다가오는가 싶다가 부끄러운지 구름으로 살짝 몸을 감춘다.
차들도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을 천천히 경치를 감상하며 달려간다. 외국에서 차를 몰고 다닌 경험이 그리 많지 않아 사고나 또는 차가 고장이 나서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면 낭패이기에 조심에 또 조심을 하며 운전을 한다.
알래스카의 도로는 봄이 되어 많은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정말 먼 길을 막고 공사를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공사구간에서는 차가 마음대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패트롤 카가 앞에서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야 되기에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우리 둘이 그냥 달려가는 길이기에 급할 것은 없었다. 느긋하게 차를 몰며 계속 남쪽으로 내려간다. 아름다운 경치가 피곤을 느끼지 못하게 하며 해도 길어 늦게 숙소에 도착해도 날이 어둡지 않으니 돌아다니기에도 나쁘지 않다.
발데즈가 가까워질 때 정말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다. 워싱턴 글라시어 스테이트 레크리여셜 사이트에서 바라보는 빙하의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곳을 트랙킹 하는 사람들도 있고 사진을 찍으러 많은 사람들이 내려갔다 올라온다.
지나는 거리의 주변 풍경들이 정말 아름답다. 그렇게 경치를 감상하다 다시 차를 몰고 내려오는데 길 옆으로 아름다운 폭포가 쏟아진다. 빙하와 폭포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 침엽수림 등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는 아름다운 경치다.
얼마를 달려왔을까? 드디어 발데즈에 도착한다. 바다와 그 주변을 둘러싼 산들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바다와 하얀 설산의 조합이 정말 잘 어울린다. 차로 시내와 항구 주변과 해안을 돌아본다.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아 조금 쓸쓸하기도 하다.
여기는 연어부화장과 또 낚시로 유명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냥 차로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한다. 구경을 가려면 조금 번거롭기도 하고 또 돌아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정말 여건이 된다면 캠핑카를 빌려 이런 곳에서 며칠이고 트랙킹도 하고 낚시도 즐기면서 그렇게 지내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렇게라도 알래스카를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욕심을 접는다.
다시 차를 몰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경치도 언제나처럼 새롭게 다가온다. 원래 나는 여행을 가게 되면 갔던 길로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불문율로 삼아 왔으나 여기서는 예외로 할 수밖에 없다. 다른 길로 돌아서 오는 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도로망이 그렇지 못하기에 같은 길로 되돌아온다.
되돌아오는 길도 새롭고 환상적인 모습이다. 오갈 때의 날씨가 서로 다르고 감정도 다르니 보이는 모습도 다르게 보이며 아름다움이 새롭게 다가온다.
왕복 12시간이 넘는 시간 운전을 하고 숙소에 들어오니 몸은 녹초가 된 기분이다. 그래도 정말 좋은 경치를 감상하였다는 뿌듯한 마음에 와인 한잔으로 피곤을 풀고 톡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는다. 이제는 다시 앵커리지로 갔다가 하룻밤을 머물고 알래스카에서의 여행을 접어야 된다. 아직도 이틀 밤을 알래스카에서 지내야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