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과 함께 세계로
아침 일찍 혼자서 숙소를 나와 그리스인 조르바 책을 쓴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잠들어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그리스인 조르바 책은 딸이 사 와서 나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조르바의 자유 분망 한 삶을 기억하기에 그와 닮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기도 하다. 조르바를 통해 작가 카잔차키스를 나타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자유를 표현했다가 교회에서 파문당하고 묘도 외곽에 묻히게 된 것이리라.
지도를 찾아보고 갔는데 길을 잘못 들어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엉뚱한 길을 헤매고 또 헤매다 겨우 묘를 찾는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는 성곽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는 헤라클리온의 시내가 다 보인다.
카잔차키스의 묘비에는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라는 비명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았다면 안에 들어가 보았을 텐데 멀리서 보고 만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시내 탐방에 나선다. 일단은 베네치아 요새로 들어가 유물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항구에 가서 배표를 바꾸러 가 본다. 미리 하니아에서 아테네로 가는 배표를 11월 26일 가는 것으로 예약해 놓았는데 크레타에서 나머지 일정까지 있기로 하고 3일 후에 가는 것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부둣가의 페리 사무실에 갔으나 모두 문이 굳게 잠겨 있다.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없어 한참을 헤매다 저녁에 출항하는 배에 트레일러를 싣고 하는 승무원이 있어 물어보니 오후 3시에 문을 연다고 한다. 밤 9시에 배가 출항을 하니 그 시간에 맞춰 일과가 짜여 있는 모양이다.
다시 시내를 통해 헤라클리온 고고학 박물관을 찾아 나선다. 박물관은 크노소스 궁전에서 출토된 것들을 비롯하여 많은 유물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정말 다양한 유물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고고학 박물관을 관람하고 나니 또 하루가 지나간다. 헤라클리온에서 사흘째 날이 저물어 간다. 다시 부둣가의 페리 사무실을 찾아 표를 바꾸고 숙소에 들어와 잠을 청한다. 남은 여행 기간은 크레타에서 머물고 11월 30일 하루는 전에 머물렀던 아테네의 숙소에서 자고 12월 1일 한국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