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풍경 - ‘발품발줌’ 스마트폰으로 만나는 철공과 예술의 융복합 공간
문래동 철공소 골목은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 58번지에 위치한다.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5분 정도 걷다 보면 아파트와 대형 상가 아래로 시간이 멈춘 듯한 골목이 나오고, 이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수십여 곳의 철공소가 원형을 이루는 중심 공간을 만난다.
이 일대는 1960년대부터 철공 제조업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하여 80년대까지 국내의 산업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역사적인 골목으로 지금까지도 철공소들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곳에 예술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더니 이제는 산업 현장과 예술 공간이 융복합된 창작 예술촌으로 거듭나고 있다.
◇ 문래동 철공 단지 풍경
이곳에 예술가들이 입주하게 된 배경은, 2000년 무렵부터 홍대 일대의 상권이 발달하면서 임대료가 상승하자, 당시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고 있던 젊은 작가들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문래동 철공 단지로 찾아들면서부터이다. 1층에는 철공소가 있고 2~3층에는 작가들의 작업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공존하며 삶을 가꾸어가는 예술촌이 되었다.
현재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과 협업으로 서울시의 대표적인 예술 창작촌인 문화적 테마 공간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문래동 철공 단지가 서울의 이색 공간으로 인식되면서 많은 관광객과 사진가들이 자주 이곳을 방문한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생업에 종사하는 철공 단지 내의 주민들에게 정신적인 손해를 끼치는 일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수시로 그들의 일상을 카메라로 찍어가는 비문화적 행태로서 불쾌감을 유발하는 행위 등이다.
그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골목골목마다 ‘초상권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촬영문화를 만들어주세요.’라는 표지판을 세워두었다. 그래서 필자는 주로 철공소가 문을 닫은 주말을 택해 출사한다.
문래동 공장의 철문은 세월의 흐름 속에서 녹이 설고 빛이 바랬으나, 철문마다 작가들이 그려 놓은 작업과 묘하게 조화를 이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장 철문이 즐비하게 닫혀 있는 휴일에는 더욱 볼거리가 많고 찍을 거리가 많다.
필자의 ‘찾아가는 갤러리트럭’도 전시 출발의 첫 신호로 휴일을 잡아 이곳 철공소의 철문에 사진 액자를 부착하여 전시를 한 바 있다. 이색 공간만큼이나 이색적인 전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곳에는 공장 사이사이의 골목에 그려진 벽화 이외에도 건물 옥상마다 작가들이 작업한 설치물과 벽화가 있다. 휴일을 이용해서 올라가보면 소소한 재미를 편하게 찾아 볼 수 있어 더욱 좋다. 좋은 사진을 얻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기종에 상관없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 사진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스마트폰 줌 기능을 이용하는 것보다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발줌’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일명 ‘발품발줌’을 하여야 한다.
◇ ‘발품발줌’으로 찍어가는 문래동 사진 팁
문래동 철공단지를 보다 예술적으로 찍기 위해서는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지기 시작하는 늦은 오후 시간대를 이용할 것을 적극 추천한다. 이 일대의 높은 상가건물과 아파트로 인해 햇살이 측면에서 들어오면서 철공단지의 분위기는 드라마틱한 장소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한, 비가 오는 날도 적극 추천한다. 비가 오는 날은 철문이 빗물에 흥건하게 젖어 오래되고 녹슨 철의 색감들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더욱이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 중의 하나가 비가 오는 날에도 멋지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다. 렌즈에 빗물이 들어갈 염려도 거의 없으며 습기로 인해 렌즈가 흐려지는 일도 드물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렌즈는 빗물에 노출이 되어도 힘들게 닦아 낼 필요 없이 그냥 손가락으로 조그마한 렌즈를 훔쳐내듯 슥 닦아내면 된다.
심지어 한 손에 우산을 들고도 편하게 찍을 수가 있다. 고가(高價)의 카메라는 비 오는 날 사진 찍기가 용이하지 않다.
촬영 순서는 먼저 문래동 철공단지 내 원형 공간을 천천히 한 바퀴 돌며 구경하면서 오래 된 대상들을 하나씩 찍어나가면 된다. 그런 다음 반대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면서 차근차근 여유 있게 살펴보면 숨어있는 대상들을 새롭게 찾을 수 있다.
오고 가는 길에서 옥상을 올려다 보면 설치물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설치물 밑의 건물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 갈 수가 있다.
어떤 곳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문이 잠겨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열려 있다. 옥상에 올라가서 다른 건물들의 옥상을 바라 보면 옥상마다 작가들의 재미있는 설치물들이 있다. 그렇게 몇 번을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서너 시간이 금방 지나간다.
이렇게 발품을 팔다 보면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문래동 철공단지 내에는 몇 군데의 개방된 작가 작업실과 2층 코너에 작은 커피숍이 있다. 그 곳에서 휴식도 취하고 관람도 하면서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충분한 휴식을 가졌다면 이제는 철공단지를 벗어나 신도림 쪽으로 대로를 건너라.
그러면 문래동과 비슷한 공간을 또 만날 수 있다. 여기에도 벽화가 적지 않으며 볼거리 또한 쏠쏠하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낸 후, 늦은 오후 해가 지기 시작하면 다시 문래동 철공단지로 돌아 온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철문에 비치는 명암과 대비가 문래동 철공단지를 드라마틱하게 찍을 수 있는 효과를 제공한다. 이때부터는 해가 빠르게 지기 때문에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사진은 발품이다. 열심히 발품을 팔다 보면 반드시 좋은 사진을 얻는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진은 ‘발품발줌’이다. 더 많이 걸어야 하고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스마트폰으로도 좋은 사진을 만들어 낼 수가 있다.
스마트폰 사진가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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