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노을을 감각적으로 찍는 법-
대부도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위치한다.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으로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아름다운 섬이다.
시화 방조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대부도를 중심으로 여러 섬이 두루 퍼져 있고, 노을이 질 무렵이면 아름다운 석양빛에 물든 항구들을 제법 만날 수 있다. 대부도에 진입하여 차로 30여 분 달리면 탄도항에 다다른다.
탄도항 서쪽으로는 하루에 두 번 물이 빠지면서 길이 열리는 누에섬이 있다. 모양이 마치 누에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조그마한 섬이다. 섬 가까이 바닷길에는 풍력발전기 세 개가 서 있는데 바닷길이 열리고 닫힐 때 신비로움을 더한다.
누에섬과 풍차 뒤편으로 스러지는 노을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때로 자욱이 깔리는 안개와 만나 고혹적이면서도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하기까지 한다. 나는 노을 지는 풍경보다 안개 낀 날, 비 내리는 날의 탄도항 풍경을 흑백으로 담기를 좋아한다.
사진을 찍을 때 안개 낀 날은 찍고자 하는 대상 이외의 눈에 거슬리는 주변 경관을 저절로 빼준다. 그뿐만 아니라 온통 회색빛 세상이 되어 색마저 빠져버린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사진은 프레임 안에서 대상을 많이 뺄수록 좋은 사진이 된다. 이 부분은 다음 연재를 통해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누에섬 가는 길에 바닷길이 열리기 시작하면, 서둘러 길을 따라 들어가 인적이 한산할 때 찍어야 작품사진으로서의 가치가 극대화된다. 참고로 요즈음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바닷길이 열린다.
탄도항은 비교적 관광객이 많으므로 이른 아침이나 인적이 드문 시간을 이용하여 사진 찍기를 권한다. 누에섬 가는 길에 세워진 풍차를 배경으로 찍으면 근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얀 풍차, 길, 사람을 함께 담고 흑백으로 보정하면 풍차의 크기와 하얀색의 조화 등으로 인해 멋진 작품사진을 만들 수 있다. 풍차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도 함께 찍으면 신비로운 섬의 느낌을 살리기에 더할 나위 없다.
해가 지기 시작하는 골든타임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으로도 누구나 멋진 노을을 담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노을을 담다 보면 지는 태양이 찌그러져 보이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거나 아주 작은 점처럼 보여 보통 줌 기능을 이용하여 찍게 된다. 그런데 태양을 크게 찍기 위해 줌을 이용하면 대부분 선명하게 찍히지 않는 것이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의 아쉬운 단점이다. 이럴 경우 나는 절대로 줌 기능을 이용하지 않으며 대상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는 일명 ‘발품발줌’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바다 저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에게 가는 길은 아무리 노력해도 불가항력이다. 그럴 경우 주변에서 쉽게 구해지는 물체나 대상에 저무는 태양을 집어넣어 찍는다. 태양이 반드시 사진에 보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담아낸 노을 풍경은 오히려 어떤 사진보다 감각적이며 특이한 사진이 된다. 물론 스마트폰 카메라의 단점도 자연스럽게 날려버린 셈이 된다.
이렇게 해서 아름다운 노을 사진을 얻어 낼 수 있다. 하지만 사진을 찍으면서 황홀한 노을을 수없이 보아 왔지만, 눈으로 보는 만큼 카메라에는 신비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없는 것이 노을이라는 것을 늘 느낀다. 이상하게도 노을만큼은 우리의 망막으로 들어오는 것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매 번 한다. 아마도 창조주가 빚어내는 작품이라 완전한 모방을 허용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마트폰 사진가 김민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