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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01. 2017

1화: 제주를 찾아온 전업 작가의 꿈

1화: 제주를 찾아온 전업 작가의 꿈     


2016년 12월 1일, 서귀포 이중섭창작스튜디오에 입주 작가 8기(1년)로 선정되어 제주에 왔다. 그동안 작업했던 제주흑우의 울음소리에 운명적으로 이끌려 온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제주도는 나에게 여행지이거나 사진 작업 차 잠시 들르는 곳일 뿐이었다. 오래 머무를 수도 없고 이주는 더욱이나 경제적으로 허락되지 않는 곳이었다. 그저 잠깐, 남들처럼 동경만 하다 마는 곳이었다.     



어느새 작업실 입주 8개월째로 접어들면서 내게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겼다. 이제는 나도 제주도 정착을 꿈꾸며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에 내려온 지 처음 2개월여는 스마트폰 사진 작업을 위해 무작정 돌아다녔었다. 어차피 동그란 섬이니 돌고 돌아보자는 생각이었고, 서울에서 가져온 차도 있어 내비게이션을 달고 제주의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3개월쯤 되자 내비게이션의 도움 없이도 돌아다닐 만 하게 되고 제주의 아름다운 곳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제주는 내게 다가왔다. 물론 아직 제주의 끝과 속을 잘 알 수는 없다.    



나는 이른 아침 출사에 나섰다가 석양을 뒤로하고 작업실로 돌아오곤 한다. 어느 날부터인가 나는 꿈꾸기 시작했다. 제주에 정착하고 싶은 욕망이 생긴 것이다. 그러자면 우선 다양한 예술 작업이 가능한 주거 공간이 필요하다. 11월 31일로 입주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이중섭창작스튜디오는 때가 되면 나와야 할 것이다. 작업과 주거, 둘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을 마련해야만 하는데 나의 형편으로 가능할까? 결국 경제적 현실을 고려해 오래된 감귤 창고를 하나 구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창고 찾기는 너무나 순진한 꿈이었다. 제주의 많은 창고는 이미 다양하게 개발이 되어 있고, 지난 2~3년간 폭등한 제주의 부동산 가격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가 되어 있었다. 사실 전업 작가를 선언한 지금, 제주에서의 자립도 문제이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여전히 숙제이다.     


일단 꿈을 꾸자. ‘꿈꾸는 것은 이루어진다’는 일념으로 우선 내가 할 일을 그저 묵묵히 해보리라 마음을 다졌다.


꾸준히 스마트폰으로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SNS에 알려 가던 중 ‘제주에서 스마트폰 예술사진 찍기’라는 주제로 사진과 글을 제주 한라일보에 연재하게 되었다. 또 그동안 발품으로 알게 된, 제주의 아름다운 곳을 소개하는 ‘김민수 작가와 함께하는 제주 사진여행’을 지인과 함께 기획하게 되었다. 이것은 처음에 불과 12명의 사진 여행가와 함께 시작했지만, 현재는 많은 분이 함께하는 온라인 ‘밴드’로 발전하였다.    

 


한두 명씩 알게 된 제주 현지인들과 고향 선배님들은 뜻하지 않게도 내가 제주흑우 작가라는 것을 좋게 봐주고 이모저모 도움을 준다. 알고 보면 제주 사람들이 정이 참 많은데, 독특한 방언이나 오랜 역사적 배경 탓인지 육지 사람들이 이곳에 쉽게 정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도시의 무심한 이웃보다는 자꾸 말을 툭툭 건네는 이곳 이웃이 더 정겹다.     


어느새 반년이 훌쩍 지나갔다. 육지로 다시 돌아가야 하나? 제주에서 무엇을 해야 먹고 살지? 낯선 제주도에서 정착할 수 있기나 할까? 이래저래 생각이 많지만, 나이 오십 줄이 되어 전업 작가를 선택한 나는 제주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고자 한다. 근래 많은 사람이 제주도를 꿈꾸고 여행하고 정착도 하면서 다양한 뉴스거리를 만들어낸다. 나도 이제 그들 중 한 명이다.

   

사람들은 가끔 오해한다. 전업 작가나 예술가는 조금은 여유롭게 살아갈 거라고. 하지만 대다수 예술가의 삶은 결코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디지털 시대인 오늘날은 더욱 그러할 것이다. 집 안에 사들인 예술 작품 한 점 없더라도, 굳이 비용을 들여 콘서트에 가지 않더라도, 이미지가 연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손안의 스마트폰 하나로도 다양한 예술적 경험을 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나는 미술을 전공하고 일찍이 디자이너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길에서 나이 오십 이전까지 동분서주하면서 살아왔다. 2012년, 나이가 더 들면 그때는 주로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마음에서 스마트폰을 가지고 열심히 사진을 찍게 되었는데, 의도와는 달리 어느덧 ‘스마트폰 사진가’로 제법(?) 알려지게 되었다. 그새 스마트폰 사진 도서도 몇 권 내고, 여기저기 스마트폰 사진 강의도 하고 다녔다.      


우연히 제주흑우 사진을 찍으면서 운명적으로 제주도에 발붙인 지금, 그동안 먼 날의 목표로 두었던 그림 작업에 매진해보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일반 주택보다는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고, 제주흑우 갤러리도 겸하면서, 그곳을 많은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키워 나가기를 소망한다.  

   

제주 지인들이 종종 그런다. “일부러 찾지 마세요. 귀하게 찾는 것은 언젠가는 스스로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과연 그럴까? 반신반의하며 6개월을 제주도에서 꿈만 그리며 있었다. 난 제주흑우 사진을 찍으며 제주흑우의 기운을 늘 믿고 있다. 작업실에 걸려있는 흑우의 눈이 내게 말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우직한 소걸음으로 천 리를 가라.’ 흑우의 기운이 미쳤음일까?

어느 날 내가 바라는 그런 창고가 찾아왔다!          

<다음 연재>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밴드로 초대합니다.

https://band.us/n/aaaav4Mctcg0e

밴드명을 검색해 가입할 수 있습니다.

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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