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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Aug 15. 2017

2화: 내게 찾아온 창고

#1. 창고를 가지고 온 남자     


2017년, 제주 생활이 거의 반년이 넘어갈 즈음의 어느 날, 나는 우연히 건축 일을 하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그는 제주의 건축 붐을 타고 육지에서 건너와 일을 하고 있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다가 제주 정착을 위한 작업실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작가님, 내가 쓰던 창고가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그는 서귀포에서 건축자재를 보관하는 창고를 임차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제 사업장을 제주시로 옮길 생각이란다. 본인이 3년 기한으로 임차해서 1년이 지났는데, 마음에 들면 남은 2년을 내게 재임대해 주겠다고 한다. 나는 한번 보기나 하자는 마음으로 창고를 찾아갔다.     



원래 감귤 창고로 사용하던 것인데,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제법 큰 창고이다. 서귀포 안덕면 감산리, 일주도로와 근접하고 있으나 일대가 움푹이 낮게 자리 잡아 사람들 눈에는 금방 안 들어올 형세다. 



바다는 안 보이지만 산방산은 보인다. 카페 등의 영업에 어울릴 자리는 아니지만, 나의 작업실로는 쓸 만하겠다. 넓은 실내에다 천장도 높고, 외부 주차 공간도 넉넉하다.    


“좋아요! 제가 사용하겠습니다!”     


제안에 선뜻 응하고, 이후 그와 임대차 계약을 마쳤다. 나는 대체로 사람을 잘 믿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상처가 남았던 인생 경험도 제법 있다. 아무튼, 창고도 마음에 들었던지라 찾아온 기회를 쉽게 허락했다.    


 

한때 감귤 창고로, 최근에는 건축자재 창고로 사용한 공간에는 잡다한 집기와 자재 따위가 남아 있다. 천장이 높고 내부가 넓어서 환기는 좋겠지만, 겨울 추위는 어떨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나는 꿈을 그려가기 시작했다.     



#2. 이중섭거리에서 만난 아티스트 서승환     


지금 내가 거주하는 곳은 ‘이중섭창작스튜디오’이다. 서귀포시 ‘이중섭거리’에 있는데, 일대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 널리 알려진 곳이다. 주말에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거리에서 아트마켓을 차린다. 나도 예전에 경험이 있는 터라 남달리 보며 가끔 마음에 드는 아트상품을 사기도 한다.  

   


토요일 어느 날, 이중섭거리의 한 아트마켓에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팝아트 형식이다. 작은 나무판자에 아크릴로 재미있게 그린 소품이다. 판매하는 작가를 보니 더 재미있다. 나와 빼닮은 수염을 달고 있다.  

   


“혹시 김민수 작가님 아니세요?”     


어? 나를 알아본다. 알아봐 주니 무척 고맙다. 그는 페이스북 친구라며 SNS에서 나의 사진을 보아서 알아본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만났다. 인사를 하고 보니, 나이는 젊어 35세인데 마침 동향이다. 전남 광주에서 학교를 다녔다고 한다. 나도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오랜만에 동향인과 고향 말로 대화를 나누니 더욱 정겹고 반갑다.     




그는 제주에 온 지는 2년째이고 총각이다. 평일에는 열심히 그림 작업을 하고 주말에는 이 거리에서 작품을 팔아 살아가는, 그야말로 생계형 작가이다. 가끔 번 돈으로 훌훌 홀로 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중섭거리의 길바닥 아트마켓에서 우리는 편의점 캔맥주와 치킨을 나누며 금방 친해졌다.     



나는 잠시 생각했다. 

‘얼마 전 큰 창고를 빌렸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누군가와 함께하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그런데 수염 난 이 친구가 친동생처럼 느껴진다.’  

   

 “혹시 작업실 필요하지 않아요?”     


그도 작은 공간인 집에서 작업하다 보니 큰 작품을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면서 제주에서 알게 된 아티스트 몇몇과 공동 작업 공간을 찾는 중이라고 한다. ‘마침 내게 이만저만한 공간이 있는데 거기서 나와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하는 나의 제안에 그는 긍정적으로 답을 한다. 나는 그를 데리고 계약해 둔 감산리 창고로 향했다.     



그는 창고를 보더니 함께하겠다고 한다. ‘그래! 우리 이곳에서 함께 뭔가를 만들어 보자’ 하며 우리는 의기투합을 하였다. 그렇게 일이 순조롭게 풀려나가는 듯했다.   

  

창고를 보여주고 밖으로 막 나서려는데, 처음 보는 남자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선다. 누구냐 물으니 그중 한 이가 “나, 이 창고 주인이오.“라고 한다. 자신이 실계약자라는 것이다. 

    

“이건 뭐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미 보증금도 다 건넸는데. 갑자기 아득해진다.     


<다음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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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김민수


도서 '쉽게 스마트폰 예술사진 잘 찍는 법' 출간 작가 / 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 / 아티스트

김민수 www.kimminso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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