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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04. 2018

1화: 몬딱-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이 움직이다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문화예술창고 몬딱   

 

2018년 6월, 나의 제주살이가 1년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은 이제 제법 자리를 잡아서, 주말마다 작은 문화센터가 열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재능 나눔을 하고 있다. 제주살이의 첫 시작으로 서귀포시 안덕면 감산리의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하여 만든 것으로 2017년 12월에 개관한 것이다.

  

서귀포 안덕면 감산리 210-4 문화예술창고 몬딱


몬딱에서 서승환 작가와 나는 감산리 마을문고 어린이와 부녀회를 대상으로 미술(팝아트) 수업과 스마트폰 사진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우리 두 사람은 각자 오는 8월과 12월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며 전업 작가로서의 행보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제 갤러리트럭을 정비해서 나가 보자!”   

  

햇살 좋은 5월 어느 날, 몬딱 주차장에 오래도록 쉬고만 있는 갤러리트럭을 보며 문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몬딱에 신경을 쓰느라 관심에서 멀리 밀려난 이 트럭은 이래 봬도 2014년 한국 튜닝카 경진대회에서 트럭 부문 1등을 차지했던 몸이자, 한때는 육지에서 '찾아가는 갤러리'로 유명한 이색 트럭이었다.

멋진 이동 갤러리트럭이 이 아름다운 제주에서 달리지 못하고 있음이 아쉬워 승환에게 던진 말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가는 갤러리 어때?”

“텐트도 가지고 가서 1박2일 하면 좋겠다!”    


승환은 비박이 취미이다. 홀로 여행을 가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텐트에서 자는 걸 좋아한다. 나도 그런 승환을 따라다니며 가끔 체험을 해볼까 해서 그의 것과 똑같은 1인용 텐트를 사 놓았다. 그래서 이왕 나선 김에 1박 2일을 해 보자고 했다.


승환은 좋아한다. 그래, 둘이서 갤러리트럭을 가지고 마을과 관광지를 찾아다니며 전시도 하고, 바람도 맞고, 밤하늘의 별도 바라보자. 그렇게 제주를 달려 보자.

  

#2. 재정비되는 갤러리트럭, 이름을 새로 짓다   

 

오랫동안 서 있던 트럭은 다행히 시동은 잘 걸린다. 겉은 무광 흑색 도색이라 좀 떨어져서 보면 괜찮아 보이기도 하지만, 오래 방치해 놓은 탓에 손을 좀 보아야 할 곳이 있어 보인다. 전체 도색을 다시 하고 싶지만 비용이 꽤나 들 것 같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은 몬딱을 만들면서 감귤창고 70평 에폭시 도색 작업을 스스로 하지 않았던가? 그에 비하면 트럭쯤은 쉬울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무광 흑색 스프레이 10통 주세요!”  

  

철물점에서 개당 2천 원에 사 온 스프레이를 직접 뿌리기 시작했다. 기본 바탕이 잘 되어 있던 터인지 몇 시간만에 새 차처럼 보인다. 성공이다.



차량 겉면에 쓰여 있는 이름을 바꾸기로 했다. 원래는 ‘스마트폰 사진가 김민수의 찾아가는 갤러리’라고 작은 글씨로 시트지 작업을 해 놓았었다.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 제주 곳곳을 찾아가며 이색 전시회를 할 것이니 이름을 새로 정하는 게 맞다. 

   

“몬딱 Street Art”

“제주 투털브라더스의 찾아가는 갤러리 어때?”    


제주에서 운명처럼 만나, 문화예술창고 몬딱을 함께 만들며 고생을 함께한 승환과 나는 지금은 형, 동생이 되었다. 우리는 수염이 비슷해서, 우리끼리 가끔 ‘큰 털, 작은 털’이라고 부르고 지낸다. ‘투털브라더스’, 재미있다. 업체에 맡겨서 시트지로 ‘몬딱 Street Art'라고 크게 써 붙이려고 하니, 멋지긴 할 텐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

    

“형님 제가 써볼게요.”

“컴퓨터로 디자인해서 주세요.”    


승환의 미적 손재주로 트럭은 '몬딱 Street Art'로 멋지게 개명되었다. 비교적 작은 글자들은 업체에 맡겨서 시트지 작업으로 처리하였다.




‘문화예술창고 몬딱’, ‘제주 투털브라더스의 찾아가는 갤러리’ 외에 SNS 검색이 가능한 해시태그 #찾아가는갤러리 #김민수작가 #서승환작가 #투털 #몬딱 #제주를 달린다 등의 단어를 트럭에 붙였다. 이제 트럭 겉면은 완성이다.    



#3. 아뿔싸! 트럭 바닥이 큰일이다    


한동안 방치했던 트럭이라 엔진오일 등 점검을 받으러 AS센터를 찾아갔다. 그런데 정비원이 차량 바닥을 보더니 혀를 찬다.

   

“이 차 너무 오래 세워 놓았나 보네요!”

“바닥에 녹이 엄청 슬었어요!    


제주도는 해풍과 습기가 많아서 차량에 녹이 많이 슨다고 한다. 내 눈으로 봐도 차량 바닥은 심각하다. 노후한 부분을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했더니, 딱히 뾰족한 방법이 없고 새것으로 교체는 비용이 꽤 든다 한다. 그러니 일단 타고 다니면서 문제가 생기면 그때마다 고치는 게 좋겠단다. 뭐가 터질지 모르는데 다 교체할 필요는 없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쓸 만하니 운행해도 되겠다고 위안해 주면서 친절하게 이곳저곳 점검해 준다. 그러다 트럭 겉면의 ‘투털브라더스’ 글자를 보고서, 우리를 다시금 쳐다보고 웃는다. 창고로 돌아오니 주문해 놓은 자동차 후방카메라가 와 있다. 전에 쓰던 것이 고장이 나 이 부분도 해결해야 했다. 트럭이 탑차라 후방카메라가 없으면 몹시 불편하다.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가며 해 보니 후방카메라도 스스로 설치가 가능하다. 여기에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을 끝으로 이제 트럭은 나름대로 완벽하다. 제주에 살게 되면서 정말 많은 것을 해 본다.

 

#4. 갤러리 트럭에 작품을 전시하다    


몬딱을 방문한 사람들은 주차되어 있는 갤러리트럭을 보고는 다들 실내를 궁금해 한다. 대부분 푸드트럭이냐고 묻는다. 갤러리트럭이라고 답하면 어떻게 전시가 되는지 궁금해 한다. 이제 오픈하여 보여줄 때가 온 것 같다.

 


제주에 살면서 스마트폰으로 찍은 나의 제주 사진들을 알루미늄에 특수 출력하는 주문을 해 두었다. 트럭의 전시 공간이 본래 협소한 데다 이제는 두 사람의 작품을 같이 전시해야 하는 마당이니 육지에서 하던 것보다 크기를 줄여서 의뢰했다.


이제 작품을 트럭에 부착해 보자!”   


우리는 작품 액자 뒷면에 자석을 붙여 트럭 실내 공간 곳곳에 디스플레이를 시작했다. 승환의 팝아트 작품, 나의 ‘제주 스마트폰 사진’, ‘제주흑우 사진’, 최근에 작업하기 시작한 ‘한라산소주가 있는 제주풍경 사진’, 그리고 나의 ‘출간 도서’ 몇 권 등, 나름 풍성하다.


제주흑우 사진

  

“형님 멋지네요!”

“그래, 이제 우리 첫 출동하자”    


제주 갤러리트럭 오픈 D-day는 6월 5일 화요일로 정했다. 매주 화요일 우리는 1박 2일로 이색 기행을 하기로 한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을 벗어나 제주의 자연과 마을을 찾아다니며 전시를 하고 대중과 소통을 시작한다.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린다. 어떤 날은 바닷가에서 파도 소리를 듣다 잠들고, 또 어떤 날은 오름에서 텐트를 치고 별을 세다 돌아올 것이다.



 '찾아가는 갤러리’ 기행 첫 장소는 석양이 아름다운, 제주시 이호테우해변으로 정했다. 자, 드디어 시작이다! 

  

'찾아가는 갤러리' 1회 : 제주 이호테우 등대 주차장 / 2018년 6월 5일 오후 4시부터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문화예술창고 몬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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