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Jun 10. 2018

2화: 찾아가는 갤러리의 이호테우 첫 전시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전날부터 내리는 비


 '찾아가는 갤러리’ 첫 전시 행사는 6월 5일, 제주시 이호테우 등대 주차장에서 하기로 했다. 몇 가지 여건이 마음에 든다.


김민수의 스마트폰 사진


이곳은, 우선 말등대를 배경으로 저녁 노을이 아름다워서 여행자들이 많이 온다. 또 등대 앞에 마침 주차장이 있어서 갤러리트럭을 세워 놓기가 쉽다. 게다가 근처에 야영장도 있어서 텐트를 사용하기에도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주차장에서 갤러리트럭 전시를 진행하고, 밤에는 승환과 함께 파도 소리를 들으며 텐트에서 자고 오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비가 오는데 큰일이네!”

“그래도 일단 준비는 해 놓자.”


출동 전날, 승환과 나는 갤러리트럭 마무리 작업에 열중했다. 트럭 겉면에 걸기 위한 작품 액자 뒷면에 강력 자석을 붙이고, 우리의 첫 1박을 위한 캠핑 장비도 꼼꼼히 챙겼다. 전시 작품들과 함께 텐트, 침낭 등 여러 장비를 싣는데, 어느새 소풍 가는 아이들처럼 마음이 설레기까지 한다.


일기예보를 다시 확인해 보니 6월 5일 오후 2시부터 제주시는 비가 그치고 날이 갠다고 한다. 우리는 처음 계획한 대로 오후 4시부터 이호테우에서 첫 전시를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은 작업실과 갤러리를 겸하며, 다양한 기능을 갖춘 복합 문화예술 공간이다. 제주에서 보기 드물게 큰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해 놓은 것으로, 좀 이색적인 공간이다 보니 방문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간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서귀포 안덕면 감산리 210-4)


하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직접 찾아와야 즐길 수 있는 고정된 공간이다. 생각을 넓혀, 작가가 직접 대중을 찾아가 전시를 하고 소통을 하는 방식은 어떨까? 이동 갤러리트럭은 이런 취지로 시작하는 것으로, 나는 이것도 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래저래 벌여 놓은 일이 많아졌기도 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제주살이가 나는 재미있다.


#2. 이호테우 바닷가에 도착하다


제주살이 하는 동안 가깝게 지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중 노래를 아주 좋아하고 잘 부르는, ‘배장이’라는 예명을 가진 작곡가가 있다. 그가 저녁 무렵 이호테우에서 축하 버스킹을 해 주겠다고 한다. 감사하다.


“비가 그칠 것 같아 음향장비 챙겨 갑니다.”


다행히 비만 그친다면 첫 전시가 풍성해질 듯하다. 전문가의 축하 공연도 있겠다, 제주시에 사는 지인들도 가족과 함께 축하차 들르겠다고 하니 말이다. 소박하게 시작하려고 한 전시 오프닝이 하루 사이에 무척 커져 버린 느낌이다.


제주에서의 삶, 일상이 가끔은 드라마 같다. 예측하기 어려운 일들이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난다.


오후 3시. 드디어 트럭에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조수석에 앉은 승환도 설레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짐을 가득 실은 갤러리트럭이 묵직하다. 서귀포시 몬딱에서 40여 분을 달려 제주시 이호테우에 도착했다. 예상대로 비는 그쳤지만, 하늘이 온통 회색빛이다.



“오늘 사람들이 많이 올 것 같지 않아!”

“그래도 잘 해보자.”    


육지에서 갤러리트럭 경험이 많은 나는 그다지 걱정이 안 된다. 관람객이 많은 날도 있고, 하루 5명도 채 안 되는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날씨야 어떻든 트럭을 열고, 준비한 작품들을 겉면에 부착하고, 디스플레이를 하니 금방 멋진 ‘찾아가는 갤러리’가 된다.



“어? 뭐 하는 트럭인가요?”

“아 네! 작가들이 직접 찾아가는 전시입니다.”


여행객들이 다가와 물어 온다. 사진도 찍어가며 하나하나 꼼꼼히 살핀다. 나와 승환은 작품 설명도 해 주고 이동 전시의 취지도 말해 준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의 투털브라더스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제주 관광지와 마을을 돌아가며 이색 전시를 시작한다고. 모두 재미있게 둘러보고 한 마디씩 응원하며 간다.



예상대로 오늘 이호테우 등대 앞 주차장은 썰렁하다. 시간이 흐르면서 금세 다시 비라도 뿌릴 듯, 바람이 세차지는 데다 하늘빛은 진한 회색빛으로 변한다. 그러나 내 기분만큼은 첫출발의 감동이 좀처럼 식지 않는다.


#3. 축하 방문한 지인들


오후 6시가 지나면서 날씨가 더 안 좋아진다. 이슬비가 내리고, 바닷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어온다. 그런 가운데 지인들이 속속 도착한다. 배장이 님이 음향장비를 싣고 왔지만, 공연을 할 수 없다. 게다가 아이들과 함께 온 지인들도 있어서, 기상 악화에 더욱 난감해진다.



원래 우리 둘의 계획은 전시를 마치고는, 파도 소리를 들으며 라면에 소주 한잔을 기울이다가 각자의 1인용 텐트에서 자고 오는 것이었다. 그런데 뜻밖에 지인들이 밤에 야영장에서 작은 공연을 열고 즐기면서 우리의 첫 전시를 축하해 주겠노라고 고기와 음식을 싸 왔다. 일이 또 커졌다. 더없이 고마운 일이나 그 또한 이 날씨로는 어림없게 되었다.


“형님,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요.

우리 모두 상현이네 펜션으로 가요!”


늘 꾀가 많은 성하의 말이다. 상현이라는 친구가 운영하는 애월읍 황토방 펜션에 아주 큰 방이 있다는 것이다. 30명이 들어가도 넉넉한 공간, 방 3개에 야외 바비큐 시설이 있는 그곳으로 다 함께 가자는 것이다. 다들 찬성이다. 급히 예약했음에도 주인은 우리 모임을 후원하고 싶다며 사용료를 아주 후하게 해 주었다. 참 고맙다.



갤러리트럭을 접고 애월읍 펜션에 도착하니 정말 넓은 방이 준비되어 있다. 30~40명도 너끈하겠다 싶다. 사나운 바람도 피하니 아이들도 어른도 좋아한다.   


모두 20명이 넘는다. 다들 인사를 나누며 소개를 한다. 바비큐장에서 고기가 구워지고 따뜻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우리의 첫 전시를 축하해 주기 위해 바쁜 시간을 나누고 먼 길을 달려와 함께해 준 지인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이다.   

  


배장이 님의 축하공연은 이곳에서 새롭게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기타 선율과 함께 그의 노래가 흐른다. 모두 함께 따라 부르면서 밤이 깊어 간다. 오늘 밤은 이호테우 밤하늘의 별을 세다가 잠들 수는 없게 되었지만, 지금 내 눈에는 이들이 밤하늘의 그것보다 더 반짝이는 별들이다.


 “승환, 다음 주에는 마을로 가자!”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제주의 마을들을 찾아가 문화예술을 공유하면서 전시 활동을 하는 것도 의미가 클 것이다. 격주로 마을과 관광지를 다녀 볼 생각이다.   

     

제주 투털브라더스 '찾아가는 갤러리' 일정

일시: 6월 12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장소: 제주시 한경면 조수마을 삼거리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문화예술창고 몬딱


매거진의 이전글 1화: 몬딱-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이 움직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