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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17. 2018

3화: 조수마을로 찾아간 갤러리트럭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제주시 조수마을에 등장한 투털브라더스


갤러리트럭은 매주 화요일마다 제주의 관광지와 마을을 찾아 시동을 건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마을이다. 갤러리트럭은 육지에서 제주살이 전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예전에 여러 차례 마을 전시 경험이 있다. 그때 느꼈던 소소한 즐거움이 추억으로 떠오른다.


“승환, 이번에는 한경면 조수마을로 가자!

"1박도 하고 오자.“    


최근 나는 조수마을에 있는 한경면 서부사회복지센터에서 격주로 ‘마을 포토존 만들기-스마트폰 사진 잘 찍는 법’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어느 마을보다 먼저 이곳을 찾게 되었다. 아담하면서 퍽 정감이 드는 마을이다. 큰 나무 밑에서 전시를 진행하면 뜨거운 6월 햇볕도 피할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조수마을에서 전시 행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에 어디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캠핑하기로 했다. 늘 ‘문화예술창고 몬딱’에서 개인 작업을 하면서 창고 지킴이를 하는 우리에게 갤러리트럭과 함께하는 외출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우리는 한경면 사회복지사가 추천해 준 몇 군데를 모두 돌아보고, 그중 가장 마땅한 장소를 찾았다. ‘한경농협 조수지점’ 바로 앞이다. 마침 큰 나무가 있는데, 정자에서 몇 분이 장기를 두고 있다. 경험상 이런 곳이라면 마을 사람들이 갤러리트럭 전시에 접근하기 쉬울 것이고, 우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을 것이다.     



갑자기 나타난 블랙트럭과 우리 얼굴을 보고 금세 마을 어른들의 시선이 와 닿는다. 승환과 나는 갤러리트럭을 열고 작품을 트럭 곳곳에 붙이며 전시 준비에 열중인데, 벌써 몇 분이 다가와 무슨 트럭이냐고 묻는다.


“찾아가는 갤러리인데, 작품 전시를 합니다.”

“두 사람이 털이 있어 투털이구만!”



우리 둘의 수염 무더기 얼굴과 트럭에 써 놓은 ‘투털브라더스의 찾아가는 갤러리’를 쳐다보고서, 웃음기 그득한 얼굴로 말을 건네 온다. 안덕면 감산리에서 왔노라 인사를 드리고는, 우리는 조수마을에서 계획대로 전시를 시작했다.


#2. 조수마을에서 만난 새로운 인연



유명 관광지만큼은 아니어도, 농협 앞 큰길가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띈다. 작은 전시이나마 가까이서 마을 사람들과 문화예술을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 이 갤러리트럭 전시의 뜻이다.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다가온다. 애써 승용차를 세우고 찾아오기도 한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학생도 멈춰 흥미를 보인다. 마을 어른들이 삼삼오오 방문한다.    



“제주흑우, 검은 소 사진입니다.”



갤러리트럭에서는 나의 제주흑우 사진을 작은 액자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나는 작품 소개와 더불어 잘 알려지지 않은, 일제강점기 제주흑우 수탈의 역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승환은 그의 팝아트 작품을 소개하면서, 누구든지 즐겁고 창의적으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스마트폰 사진이 이렇게 잘 나와요?”


스마트폰 사진 강의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여기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몇 가지 촬영 팁도 알려주고, 마침 이 마을 사회복지센터에서 격주 토요일에 직접 스마트폰 사진 강좌를 열고 있으니, 배워 보시길 권한다. 우리가 도착한 것을 알고 사회복지사가 음료수와 간식거리를 사 들고 찾아왔다. 고맙다.



사회복지사는 6월 23일에 야영장에서 ‘제주도 다문화가정 버스킹 행사’가 있는데, 우리더러 와 줄 수 있겠는지 묻는다. 1박 2일 행사인데, 전기 시설도 갖추어져 있으니 밤에 갤러리트럭이 와서 전시도 하면 좋을 것 같단다.


“네, 그렇게 하죠!”   


의미 있는 행사에 초대되는 것은 늘 감사한 일이다.



오후 7시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다녀간다. 전시 중에 찍은 몇 장의 사진을 지인에게 전송하니 바로 답이 온다.


“작가님, 오늘 의자를 차지한 삼촌, 마을 밖의 제주 풍경을 사진으로 본 아이, 하굣길에 발걸음을 잠시 멈췄던 학생, 다들 오늘 저녁엔 집에 가서 갤러리트럭 이야기를 하겠네요!”   



지인의 말대로 그들이 우연히 만나는 우리의 ‘Street Art' 작은 전시가 대중과 보다 가까이서 작품을 공유하고, 문화예술을 함께하고자 하는 예술적 실천이 될 수 있다면, 소소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나에게는 분명 큰 즐거움이다. 오늘도 갤러리트럭은 제주 조수마을에서 새로운 인연을 맺는다.


#3. 드디어 나의 첫 비박!


승환의 취미인 비박 여행을 나도 언젠가는 꼭 함께해 보고 싶었다. 그 바람은 갤러리트럭 전시와 더불어 이루어지게 되었다. 전시가 끝나면 좋은 곳에서 텐트를 치고 1박을 하고 돌아오기로 한 것이다. 조수마을 전시는 예정대로 오후 7시에 마치고, 근처 하나로마트에서 조촐한 저녁거리를 샀다.     


“신창 해안가 어디를 잘 골라 보자!”


조수마을 근처는 ‘신창 해안도로’ 경치가 유명하다. 이곳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석양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제주의 명소이다. 신창 쪽으로 달리는데, 벌써 노을빛이 좋다. 바람도 잠잠하고, 어느새 하늘과 푸른 바다에 붉은빛이 퍼지고 있다.    



“형님 여기 어때요?

마침 화장실도 잘 되어 있네요!”


승환은 오랜 캠핑 경험으로 장소를 잘 잡는다. 무엇보다도 공용 화장실이 근처에 있어 다행이다 싶다. 풍력발전기 아래가 최적의 장소다. 우리는 해가 지는 바닷가를 바로 앞에 두고 각자의 1인용 텐트를 꺼내 펼쳤다. 나는 이 텐트를 한 번도 설치해 본 적이 없어 머뭇거리는데, 승환이 재빨리 내 것까지 설치해 준다.



석양이 좋은 바닷가에 오늘 밤 머무를 집이 금세 생겼다. 준비해 온 캠핑 장비를 꺼냈다. 스마트폰 손전등으로 빛을 밝혀 라면을 끓이고 고기도 구워 소주 한 잔을 들며 ‘투털브라더스’의 행복한 시간이 시작되었다. 오늘 하루 일어났던 이야기도 하고, 전업 작가로서 제주살이에 대한 이야기도 나눈다. 총각인 승환에게 어서 여자 친구를 만나 이런 곳에 함께 오라고 했다. 밤이 점점 깊어간다.



나의 첫 1박 2일 비박은 예상대로 좋았다. 1평짜리 나만의 집에서 별을 바라보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눈을 뜨니 텐트 작은 창으로 보이는 여명이 참 다.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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