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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수 Jun 24. 2018

4화:  찾아가는 갤러리트럭, 월드컵 응원전!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갤러리트럭 월드컵 응원장을 준비하다!  


6월 18일 월요일은 우리나라와 스웨덴 간 월드컵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이번 월드컵의 첫 경기이다. 승환과 나는 한 며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하였다. ‘문화예술창고 몬딱’의 높은 창고 벽면과 넓은 주차장을 이용하여 생중계 축구 경기를 보기로 한 것이다.    


“빔프로젝터를 이용하자!”

“그리고 파전도 만들어 보죠!”


지난해 ‘문화예술공간 몬딱’을 만들면서 나름 다양한 장비를 마련해 놓았다. 고등학교 선배가 후원해 준 300인치 빔프로젝터는 그중 하나인데, 그동안 공연과 강연에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었다. 이번에는 갤러리트럭에 이것을 설치하여 월드컵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하자는 것이다. 거기다가, 잠시 제주도에 머물고 계신 승환 어머님의 도움을 받아 파전 부침도 준비해 보기로 했다.    



월요일 저녁은 감산마을 부녀회원과 함께하는 승환의 팝아트 미술수업이 있는 날이다. 저녁 8시부터 한 시간 동안이라, 이분들도 수업을 마치고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형님, 제가 막걸리 30병 후원할게요.”

“저는 잡채와 두부김치를 준비해서 가겠습니다.”    


즐거움을 더하고자, 부일 동생은 시원한 막걸리를, 요리사인 일근은 손수 만든 잡채와 두부김치를 가지고 온다고 한다. 내친김에 우리는 6월생인 요리사 일근과 작곡가 배장이님의 생일 파티도 겸하기로 했다. 친히 지내는 지인들이 모여 서로 생일을 축하해 주고 있는데 그새 4명째이다.


형님! 오늘은 빨간 티셔츠를 함께 입죠!”    


평소 검은색 옷만 즐겨 입는 내게 내미는 성하의 특별한 선물이다. 성하는 한때 중국에서 10여 년 체류했었는데, 중국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2010년 붉은색 응원단 티셔츠 2개를 장롱에서 꺼내 왔다. 물론 함께 입었다. 일근은 일식집의 빨간색 요리사 옷 2벌을 가져와 승환과 나누어 입었다. 금세 우리들은 월드컵 붉은 응원단이 되었다.    


창고 정면으로부터 멀찍한 곳에 갤러리트럭을 세워 놓고, 그 안에 노트북과 빔프로젝터를 설치하였다. 차량 겉면에는 승환과 나의 작품들을 전시하여 여느 때 모양의 옥외 갤러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트럭 앞쪽 주차장에다, 케이블 롤통으로 여러 개의 식탁을 만들고 군데군데 의자를 갖다 놓으니, 제법 그럴싸한 행사장이 되었다.



부일의 막걸리, 일근의 잡채와 두부김치에다, 승환 어머님께서 준비해 주신 파전 반죽까지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구워내어 차려 놓고 보니, 월드컵 응원전 먹거리로는 풍성하기가 그만이다.


#2. 다 함께 월드컵 응원


저녁이 되자 갤러리트럭에 전선을 연결하여 트럭 안팎에 빛을 밝혔다. 드디어 빔프로젝터가 TV 화면을 몬딱 창고 벽면에 대형 화면으로 투사한다. 멋진 야외 극장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갤러리트럭이 새로이 변신하고, 몬딱 주차장은 별빛 영롱한 제주의 밤하늘 아래 잠시 색다른 곳이 된다.


“오늘 무신 일이 있수꽈?”



저녁 미술수업에 온 감산마을 부녀회원마다 창고 벽면의 대형 화면에 놀라며 제주말로 묻는다. 수업을 마치는 대로 함께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자고 하니, 다들 웃으며 실내로 들어간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성하의 큰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욱 쩌렁쩌렁하다. 속속 지인들이 도착하고, 동네 분들도 모여든다. 막걸리와 파전 등 먹거리에 저녁이 흥겨워진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이 스웨덴에 열세이다.



지인 중 하나가 하필 스웨덴 유니폼 색깔과 비슷한, 노란색 형광 티셔츠를 입고 왔다. 그 친구는 오늘 옷을 잘못 골라 입은 탓에 줄곧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렇게 웃고 즐기는 가운데 전반전이 끝났다


중간 휴식시간 15분을 이용하여 깜짝 생일 파티를 진행하였다. 유튜브 채널에서 생일 축하 동영상을 골라 창고 벽면에 띄우고, 케이크를 준비하고, 촛불을 댕겨, 6월생 배장이 님과 일근 동생의 생일을 축하했다.



축구 경기는 아쉽게도 우리나라가 패하였다. 하지만 ‘문화예술창고 몬딱’과 투털브라더스의 '찾아가는 갤러리’는 바로 우리 마을 감산리에서 마을 사람들과 지인들이 함께하는 뜻깊은 밤을 가졌다.



이튿날 화요일은 비가 와서 갤러리트럭이 출동하지 못했다. 매주 화요일에 고정적으로 출동하기로 한 애초 계획을 바꿔, 이제부터는 요일을 가리지 않고 날씨를 고려해서 매주 1회씩 출동하기로 했다.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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