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수 Jul 19. 2018

5화: 갤러리트럭 옥수수 축제에 초대되다

제주 문화예술창고 몬딱

#1. 맛있는 제주 초당옥수수


 '찾아가는 갤러리트럭’이 제주도에서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7월 7일 애월읍 수산리에서 개최하는 사탕옥수수 축제에 지인의 추천으로 초대되었다. 이 축제는 팜(farm) 파티에서 출발하여 올해 들어 마을 축제로 처음 자리매김하는 행사이다.  



“가보자! 초당옥수수가 참 맛있어!”      


‘작은 털’ 승환에게 꼭 가자고 했다. 내가 옥수수를 매우 좋아해서다. 사실은 제주에 와서 한동안 옥수수를 통 먹어 보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제주산 초당옥수수를 먹어 보고 깜짝 놀랐다. 그냥 구웠는데도 그 맛이 매우 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맛있는 옥수수도 좀 먹어 볼 겸, 사람 많은 축제에서 전시도 할 겸, 겸사겸사 축제에 참여하기로 했다.


축제장은 멀리 애월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죽 늘어선 작은 몽골텐트에서 맛있게 보이는 옥수수를 팔고 있다. 버터를 발라 노릇노릇하게 구운 향긋한 옥수수가 이내 나를 유혹한다. 전시보다는 맛있는 옥수수 생각이 앞선다. 마침 배도 고프다.


“옥수수 주세요!”

“치즈 가루도 뿌려 드시면 더 맛있어요!”



버터를 발라서 구운 옥수수에 치즈 가루도 뿌려 준다고 한다. 나는 옥수수 7개를 사서 마침 도착한 성하네 가족, 일근, 승환과 함께 하나씩 먹으며 행사장으로 올라갔다. 그런데 언덕 위라 바람이 심상치 않다. 역시 제주도는 바람이 세다. 주최 측에서 행사장 무대 반대편 가까운 자리에 공간을 마련해 주어서 그곳에 갤러리트럭을 세우고 전시장을 열었다.    



“형님, 바람이 너무 센데요!”


세찬 바람에, 트럭이 흔들리고 작은 액자들이 이리저리 쓰러지고 떨어진다. 승환은 급히 테이프를 찾아 액자들을 고정하고서는 전시를 마무리한다. 7월인데도 바람이 시원하다 못해 차갑다. 그래도 우리는 트럭 안에 몸을 피할 수 있어 다행이다.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공연을 준비하는 가수들은 리허설 준비에 애를 먹는다.    


#2. 차갑고 세찬 바람에 시작된 전시와 공연    


시간은 흐르는데, 바람이 잦아들기는커녕 더 몰아친다. 관람객이 점점 많아져야 하는데 되레 줄어만 간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는 여러 팀이 각자 예정된 공연 준비로 바쁘다. 우리의 ‘배장이’ 가수도 세찬 바람을 맞아가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다들 고생이 많다.  



알고 보니 이곳의 공연은 다 재능나눔이라고 한다. 축제는 본래 조그만 팜(farm) 파티에서 시작된 것으로, 마을 발전을 위해 점차 규모 있게 기획되어 온 것이란다. 아무튼 나도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하게 되어 기쁘다.  


어느덧 애월 바다로 저녁노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이제 사람들이 공연을 보러 모여들고, ‘찾아가는 갤러리트럭’ 전시에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승환은 바람을 피해 트럭 한구석에서 틈틈이 그림 작업을 한다. 8월에 있을, 다가오는 그의 첫 개인전 준비에 열심이다.



나는 갤러리트럭을 방문하는 관람객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공연 무대도 기웃거리면서, 어느새 흥겨움에 빠져든다. 일근, 지영, 성하 가족, 수현 부부도 우리 모두의 지인인 ‘배장이’ 가수의 공연을 보면서 옥수수 축제를 즐긴다. 낯선 인파 속에서 이렇게 함께하는 지인들이 있어 더욱 반갑고 흥이 난다.



날씨 탓에 결국 관람객 수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우리를 포함한 여럿이 끝까지 공연을 함께하며 자리를 지켰다. 예술가들은 단 한 명의 관람객만 있을지라도 기쁨을 느낀다. 내 작품에, 내 공연에, 시선을 주고 공감해 주는 그 마음이 고맙기 그지없는 것이다.



공연의 끝은 ‘배장이’ 가수가 마무리를 지었다. 우리들은 찬 바람에 굳은 몸도 풀 겸 나의 작업실인 ‘문화예술창고 몬딱’으로 다시 모이기로 했다. 갤러리트럭을 접는 중에 행사를 기획한 이가 찾아와 따뜻한 옥수수 한 꾸러미를 건넨다.  

 

“오늘 감사합니다! 가시는 길에 드세요.”    


따뜻한 옥수수 한 꾸러미가 돌아오는 갤러리트럭 안에서 가지런한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다. 내 마음도 따뜻해진다.


다음 연재) 


제주 감귤창고를 업사이클링 한 '문화예술창고 몬딱 - 잇다.나누다. 즐기다' - 작가 작업실/갤러리/문화예술공간

문화예술창고 몬딱


매거진의 이전글 4화:  찾아가는 갤러리트럭, 월드컵 응원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