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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을 1초 차로 놓쳤다

오늘 전철을 놓쳐서 되려 선물을 받았다

by 청년 클레어

출근길 전철을 1초 차이로 놓쳤다


앞선 사람들이 계단을 달릴 때

뭣도 모르고 아니 뭔가 감지하고 함께 달렸다.

숨을 헐떡이며

계단 곁 전철 플랫폼에 서서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내 페이스를 조절하며

천천히 걸어서 갈걸'


근데 내 눈앞에서 문을 사뿐히 닫고

출발하는 전철을 보며 3초 만에 투정을 털어냈다.


그리고 이내,

개구진 동심이 발동되어 갑자기 마음이 밝아졌다.

내 마음동에서 감사 퍼레이드가 일어난 것이다.


덕분에 뛰는 다이어트 운동하게 하심 감사

무리하고 위험하게 안 타서 다행이고 감사

전철 안의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당황과 염려를 끼치지 않아 감사

다시 전철이 올 동안 숨을 고를 여유 주셔서 감사

글감이 떠올라 감사

다음 전철엔 어떤 절묘한 사람들을 만날까 호기심에 감사

전철에 서서 가, 멋진 사진을 찍게 해 주셔서 감사

전철 안에서 글 한편 완성하게 하심 감사


이 한순간이 인생과도 어찌 이리 닮았는지

그땐 잃었다 생각했고

그땐 이 경쟁사회에서 나만 낙오된 것 같았고

그땐 실패했다 마음 무너졌던 날들

하지만 시간과 순리를 돌아

더 좋은 일로 포장되어 손안에 들어온 날들


오늘 나는 전철을 놓친 덕분에

감사와 사진, 글 한편을 선물로 받았다 :)


삶은 모든 순간이 은혜이며 감사제목이다



2023년 11월 8일 출근길에 전철에서 찍은 <한강> 사진 한컷














*그림,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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