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갈등이 있는 시어머니 A와 며느리 B가 동시에 브런치 작가로 등단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도 필명으로 말이다. 아주 실험적이고 재밌는 일들이 벌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나리오 1. 시어머니 A와 며느리 B의 동시 브런치 작가 활동
브런치 마을 이장님은 오늘도 A작가와 B작가가 아침부터 멱살만 안 잡았지 한바탕 신경전과 육두문자 대화가 오갔다면 혀를 찬다. 브런치 마을 이장님은 오랜만에 모든 작가분들과 구독자분을 대상으로 브런치 방송을 한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트 테스트. 소리 잘 들리세요? 브런치 마을 동민 여러분.
오늘도 시어머니 A작가와 며느리 B작가가 또 싸움을 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두 분 모두 브런치에 글을 올리셨던 것 여러분 모두 기억하시죠? 서로의 입장을 시와 수필로 승화하며 화해하는 듯했습니다만.
그런데 또 접시가 깨지고 말았습니다. 이, 참...
사람이 쉽게 바뀌거나 변할 순 없는 법이죠.
시끄러운 소란 제가 대신 양해 부탁드립니다.
눈 질끈 감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소대로 글을 올려 주세요.
우리가 명색이 문학을 하는 사람들인데, 세상과는 달라야 하지 않습니까?
오늘도 A작가, B작가의 브런치 글을 읽어 보시고 여러분 각자 입장에서 리뷰를 좀 올려 주세요.
이번 소란도 문학적으로 잘 승화해 봅시다.
참, 이번 가을 브런치 백일장 주제는 <고부갈등>이오니 시상과 주제 미리 사색해 주세요."
브런치 이장님은 문학도답게 방송도 구어체로 정감 어리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는 방송을 해놓고도 마음이 안 놓이는지, A작가에게 전화를 건다.
"거, A작가님 며느리 좀 겁박하지 마세요.
구독자수 10만 명이나 되시는 브런치 어르신이 위신이 있으시죠.
구독자 단톡방 만들어 찌라시 뿌렸다면서요?"
A작가는 뜨끔하며 얼굴이 달아올랐다. 평소 브런치 마을에서 우아하기 이를 데 없는 원로 작가이기 때문이다. 마치 집에서만 드러나던 자신의 민낯이 폭로되는 것 같아 적잖이 당황했다.
"이장님은 왜 저한테만 그러세요? 제가 그동안 얼마나 속이 터졌으면 그랬겠어요? 저도 많이 참았다고요. 제 글 읽어 왔으니 익히 아시잖아요"
A작가는 이장님은 유독 예쁜 며느리편만 든다고 생각하며 더 열불이 난다.
'역시 여자는 젊고 예쁘고 봐야 하는 거야,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깐. 문학도는 무슨..'
A는 그간 속이 속이 아니었다. 며느리. 안 그래도 집에서 마주칠 때면 일거수 일투족이 눈엣 가시처럼 보기 싫었던 그 며느리. 그녀가 작년부터 브런치에 작가로 등단했다는 것은 천청벽력 같은 일이었다. 그간 글로나마 속풀이 하던 것도 이젠 며느리 눈치를 보아야 한다니 서럽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며느리가 자신의 아들 곧 며느리의 남편의 치부를 자꾸 들추는 글을 올리는 것이 영 못 마땅했다. 문학은 솔직하고 또 그 소재도 검열 없이 자유로워야 하기에 눈을 질끈 감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부엌 식탁을 지나다 보았다. 며느리의 브런치 습작글을. 모두가 모르는 아들 비리까지 까발기려는 글이 널브러져 있었다, 브런치 작가 서랍에. 아들이 조만간 승진을 앞두고 있는데, 이것만은 입을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그래서 A는 자신이 10년 동안 구축한 10만 구독자 중에서 입이 가벼운 사람들만 모아 단톡방을 따로 만들었다. 며느리의 입을 봉쇄할 전략회의를 했던 것이다. 오늘 아침 이장이 이것을 어떻게 알아냈는지 A를 취조한 것이다.
한편 브런치 이장님은 며느리인 B작가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B작가님 그러니깐. 브런치 들어오자마자 너무 과격하게 글을 쓰셨어요. 여기는 튀면 안 돼요. 특히 시어머니가 계시기 때문에 너무 솔직하게 다 드러내면 서로 난감하죠. 그리고 브런치에 예쁜 사진들을 자꾸 포스팅하지 마세요. 여기는 글을 쓰는 공간인데, 그렇게 자기를 어필하면 사람들이 불편해 해요. 요즘 구독자 안 늘죠? 라이킷 더 줄었잖아요. 기죽은 듯이 그냥 불쌍 모드로 나가 보세요. 자꾸 글로 시어머니에게 대들지 마시고요. 그래야 구독자수도 늘고 라이킷도 늘어요. 여기서 시어머니는 브런치 유지라서 밉보이면 작가 생명이 길지 못 할 수도 있어요."
시나리오 2. 재벌의 브런치 작가 등단
브런치 마을이 소란스럽다. 얼마 전 뉴스에 상속문제로 기사화 되었던 그 유명한 C그룹 재벌이 브런치 작가로 등단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브런치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은 쑥덕쑥덕 되며 전운마저 감돈다.
"아니, 이게 말이 됩니까? 이곳은 순수문학을 지향하는 곳인데, 어떻게 C재벌의 작가 신청이 브런치에서 승인났냐구요. 이거 뒷돈 받은 거 아닐까요? 아님 C그룹으로부터 광고를 따냈나? 너무 속상합니다. 오픈라인에서 잘난 인간들 보는 거 질러서 한적한 이곳으로 둥지를 틀었는데. 이곳도 물이 흐려지는 듯 해서요. 나도 이참에 브런치에서 짐 싸야 하나 생각 중입니다"
한편 브런치 마을 이장님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C재벌 C작가에게 사전 교육을 시켜두고자 통화를 한다.
"C작가님 좀 낯설지요? 이곳이 문학을 하는 곳이라 다른 SNS와는 좀 달라요. 그래서 제가 몇 가지 팁(Tip)좀 드릴게요. 하나, 명품자랑이나 자식 자랑, 재산 자랑 등 자랑은 이곳에서 일절 엄금입니다. 명품이 짝퉁으로 사기당했다, 자식이 서울대 갔는데 적응 못해 낙향했다, 돈을 많이 벌었는데 다 날렸다. 이런 류의 반전이라면 괜찮습니다만.
처음에는 잘 모르실 테지만 지내다 보면 알게 될 거에요. 조금씩 주변 분위기를 잘 맞춰 가세요. 그래야 브런치 구독자 수도 늘고 라이킷도 많이 받을 수 있어요. 저도 실은 재력가 반열에 있던 사람인데, 처음 이곳에 들어와서 왕따를 당하며 수모를 겪었지 뭡니까. 손주 하버드대 갔다고 포스팅했다가 근 6개월을 개점휴업 같이 지냈어요. 참고로 실패한 얘기, 아픈 얘기, 고통스러웠던 가족사 등 그런 쪽 주제도 인기가 많으니 참고해 주시고요. 강조하지만, 튀지 않고 분위기를 잘 맞춰야 롱런할 수 있어요. 제가 C작가를 각별히 아끼니깐 귀띔 해주는 거예요."
상기 2개 시나리오는 오늘 급조한 허구라 두서가 없다. 그러나 브런치 마을 인구가 늘어나면 있을 법한 일이 아닐까? 작가의 자유인 창의적 사유를 해보았다.
시어머니 대 며느리. 또는 재벌 대 막노동판 노동자처럼 대립 구도에 있는 두 그룹의 사람들. 그런 이들이 브런치 마을에 함께 산다면, 브런치 마을의 평화를 위해 한편은 탈퇴해야 할까? 카카오 단톡방이나 다른 SNS에서는 은근히 있을 법한 일일테다. 심지어 가족 단톡방에도 간혹 있다는 풍문을 들었다.
그러나 "대" 브런치 패밀리는 다를 것이다.
문학이란 인간의 선뿐 아니라 악도 다루는 학문일 테다. 빈부갈등, 젠더갈등, 세대갈등, 정치갈등이 문학이라는 용광로에 들어가면, 글이란 이름으로 승화되고 오색 빛깔로 맞닿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문학이리라. 글이란 인간 내면의 깊은 흉부를 드러내며, 때로 저항하며 급발진으로 치달아 돌진할 수도 있고. 스스로를 반추하며 이내 자기를 비우고 내려놓을 수도 있는 아름다운 도구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곳 브런치가 목욕탕 같은 곳이었으면 한다. 이곳에서만은 인간은 더없이 자유로우며 솔직하며. 반대의 성향과 삶의 족적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도, 서로 척을 날 세우며 한치도 건널 수 없는 강 양편에서 대치하는 것이 아니라. 글이란 도구를 통해서 서로의 위선과 교양의 옷을 내려놓고 나를 날것으로 펼쳐 보일 수 있는 곳. 내가 오해하며 손가락질만 했던 상대 진영, 다른 성향과 가치관의 사람들을 다시 보게 되고 이해하게 되는 곳. 내가 오만하여 은근히 낮추어 봤던 비루한 그 누구가 실은 나보다 더 영롱하게 빛나는 영혼의 소유자였음을 깨닫고 숙연해질 수 있는 곳.
나는 SNS를 거이 안 하고 살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몇몇 SNS은 몇 년간 드문드문하다 이내 시끄러워서 그만뒀다. 실제보다 자기를 포장하고 자랑하고. 페이스북 품앗이로 일군 댓글 개수와 좋아요 개수로 위장해야 하는 또 다른 가식적인 계급사회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다듬어져 이것이 SNS상 교류고 사귐으로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런 점에서 이곳 브런치에 복싱장도 있었으면 좋겠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글이라는 도구로 멋지게 펀치를 날릴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말이다. (물론 온유 혹은 예의를 담은 정제된 그릇으로 말이다.) 그런 양 극단의 사람들을 구독하며 그것이 내 모습이며, 나의 입장인 것을 공감하기도 하고. 상대편의 마음을 읽어 볼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작년에 포털을 검색하다 우연히 우리나라에 이미 이런 실험적인 공동체가 있음을 발견하고 신선했다.
우리들 교회라는 곳이다. 내가 다니는 교회는 절대 아니니깐 홍보라고 생각하지 마시라. 이 교회는 정말 대한민국 막장 스토리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곳 같았다. 바람피운 남편, 본부인, 그런 내연녀를 본부인이 전도한 사연. 목사 신분에 부부싸움하다 칼을 꺼내든 바람에 경찰이 출두한 사연. (그 목사님도 이 교회에 부목사로 재직 중) 하버드대, 서울대 등 넘사벽의 고학력자들과 고등학교도 못 나온 사람, 심지어 전과자가 한가족이 되어 울고 웃는 공동체. 그래서 이 교회는 목욕탕 교회라고도 회자된다고도 한다.
나는 크리스천들이 설교 쇼핑, 교회 쇼핑하는 것에 대해 딱 질색하기 때문에. 타 교회 설교영상도 잘 안 보는 편이다. 그런데 우연히 이 교회 간증영상(사역자 설교 등)들을 보며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사실 교회공동체야 말로 영적 목욕탕이 되어야 마땅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