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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 클레어 Sep 12. 2023

광화문 글판(1)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햇살 웃음

2023년 9월 12일(화) 바쁜 햇살이 웃지요 


9월에 천재에게 기쁜 소식이 있었다.

천재는 13년간 복용하던 수면제를 끊었다,

나와 연애 시작하고 1년이 안 되어 일어난 변화이다.

그리고 저번주, 천재의 오랜 주치의 의사 선생님께서

잘하면 우울증 약 자체도 끊어도 될 정도로 많이 좋아졌다 하셨다.

우울증 약을 복용한 지 11년째, 온갖 의사들이 달라붙어도 꺼내지 못했던 그 동굴에서 말이다.

내 의사 남친 이솝우화란 연재글 제목에서,

"의사"란 사실 의사가 도리어 필요했던 남자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미소를 숨기지 못하는 한 남자의 얼굴은 수줍게 울렁였다.


나는 계절이 바뀔 때면 기다리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광화문 글판이다.

이번에는 어떤 글판이 올라올까, 소풍 전날 아이가 되는 양 설레곤 한다.

몇 해 전 아예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라는 책을 샀다.

광화문 글판을 모아놓은 책이다.

가끔 그 광화문 글판을 소재로도 글을 올려 볼 생각이다.



코로나가 발병한 지 3년이 넘었다.

광화문 글판의 한 구절이 요즘 절절하게 다가온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풍경"

풍경이란 노래의 가삿말이라고 한다.


구옥을 부서뜨리고 아파트와 빌딩이 새로 지어지는 도시.

새로운 것, 그 새로운 것에 가속도가 붙는 동안

구옥에 켜켜이 새겨놓은 우리들의 추억은 회색 도시를 유령 한다

 

무엇을 가꾸고 지킨다 보다

새로 개척하고 바꾼다가 미덕인 시대. 


나는 길가에 핀 꽃,

그것마저 차마 만지지 못해

손수 가꾸듯 눈으로 지그시 살피는 할머니의 그렁거리는 눈빛이 좋다.

생생 달리는 차도변에 오래된 리어카를 끌고 호탕하게 걷는 할아버지

그 의연한 땀방울 가득한 목 수건이 향기롭다


읽을 겨늘도, 느낄 겨늘도 없이 달려가는 풍경 속에서

원래의 풍경이 제자리로 돌아오며

원래의 풍경이 마음 한자리에 자리 잡으며

원래의 풍경이 소중한 오늘이 되는

그런 날이 나는 더없이 좋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창공에서,

낯익은 풍경들은 오늘도 바쁜 이들을 향해

품 넓은 밝은 웃음을 비추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림,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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