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일로 알게 된 전무님이 오랜만에 메일을 보내주셨다. 아마도 한참 전에 브런치 시작했다고 브런치 주소 알려드렸는데, 그간 남몰래 글을 읽고 계셨던 것 같다. 브런치 구독자나 라이킷에도 없었기 때문에 읽고 계신지 몰랐다.
내 브런치의 글들이 사실 꽤 솔직한 편이라 이것을 직장일로 알게 된 -소수일지라도- 분들에게 공유한다는 게 잘했나, 실은 살짝 고민이 있었다. 그러나 일로 만난 분들과 통화하거나 고민을 상담해 줄 때도 나는 솔직한 편이긴 하다.
그런데 브런치 글을 보고 나를 만나는 기분이라는 말에 답을 찾은 것 같다. 나는 일로 알게 된 분들이 연락처만도 4000명이 넘는다. 그분들 중에는 내가 일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족처럼 도와준 분들도 많다, 은인이신 거다. 그러나 직장, 집, 봉사 등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 그분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기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이렇게나마 나의 안부를 전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글을 쓰는 것으로 아쉬움이 해소되는 것 같다.
주말에도 직장일로 알게 된 분들 중 소수의 분들을 계속해서 추가적으로 초대했다. 태반이 브런치를 안 하고 계셔서 본의 아니게 브런치 홍보대사가 된 듯 쑥스럽고 송구하다. 오히려 가족이나 오랜 절친 등 글의 소재가 되실 분들은 초대하지 않았다.
직장일로 알게 된 한 전무님이 주신 메일
나는 글쓰기 관련해서 어떤 특별한 백그라운드도 없고 출간한 책도 없는 비천한 스펙이다. 그래 작가 신청에 덜컥 합격하고는 한동안 두려움이 밀려들기도 했다. 브런치 마을에서 망신 당하거나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서다. 그러나 이번에도 달동네에서 태어나 장착한 맨땅에 헤딩하는 정신으로 브런치에 훌륭한 작가님들의 글이나 책, 조언, 유튜브 영상들을 보며 한 걸음씩 배워가고 있다.
우선은 내가 관심이 있고 익숙한 것 중 주제를 정해서 글을 썼는데, 이런 주제들을 좋아할까 반신반의했다. 그럼에도 이런 나의 부족한 글들을 읽어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자주 뭉클하다.
글은 글솜씨의 수련뿐 아니라 작가의 글쓰기 열정과 성실, 내면과 삶, 가치관과 철학 등 입체적인 소산이라는 생각이 있다.그렇기에 오롯한 소신으로 구독자 수가 많든, 적든 매이지 않고 보석같이 훌륭한 글을 쓰시는 작가님들을 보면, 저는 그저 테크닉만 섭렵하고 있는 게 아닌가 부끄러움과 성찰의 마음이 들곤 한다.무한 경쟁사회에 물들어 뭐든 보이는 것, 결과물에 치중할까봐 스스로 단도리하면서 말이다. 그래 글이 우리 인류 역사에 기여한 족적을 되돌아보며 글의 본질과 기초인 A B C부터 탄탄히 다져가는 클레어가 되고자 한다.
좋은 글을 길어 올리시는 브런치 작가님들께 매일 감동하고 감탄하며 계속해서 배움을 얻어 가겠습니다.
구독자가 되어, 때론 남몰래(^^) 구독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절절히 머리 숙여 거듭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