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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May 09. 2021

이렇게 재미난 소방관 놀이

[키자니아 서울]에서 함께한 5세 아이 눈높이 직업체험


남이 하는 것을 따라 하는 것 콧방귀를 뀌던 내가 아이를 출산한 이후로는


남들 하는 것은 다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아이가 키자니아에 가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응응~ 성의 없이 대답만 하였지만...

 어느 순간 검색을 하는 나를 보면서 생각했다. 남들 다하는 그것을 내 아이에게 해 주지 못할까 봐 조바심이 났었을까.




3월 한 달은 다섯 현장을 진행하느라 새벽까지 일하느라 녹초가 되었더랬다. 이른 아침부터 작업지시에 현장 감리, 발주, 또 이어지는 실측에 상담, 그리고 여러 현장에서 빵빵 터지는 여러 사건사고(! 바스 몰딩이 하나 부족해 눈물을 흘리며 40여분 운전해 가며 수소문했던 ㅠㅠ) 수습까지 도무지 매일매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무리 좋아서 시작했더라지만 도대체 내가 왜 무엇을 위해 이 고단한 생을 살아야 하나... 하는 회의가 들 때나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재를 구하러 다닐 때면 운전대를 잡고 펑펑 울었고, 담당 TR에게 온갖 하소연부터 어려움을 사자후처럼 쏟아내기도 했었다.


그렇게 좌충우돌 하나 둘 현장이 마감되어 갈수록 밤늦도록 일에 미쳐 살고 있는 엄마를 인내하며 기다려 준 아이에게 함께 시간을 보내며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도 커져갔다.


밤이면 녹초가 되어 돌아오는 엄마에게


"엄마가 좋아하는 맥주!"


라고 말하며 냉장고 문을 열어 시원한 캔맥주를 가져다주는 아들의 센스에 감동받고 사는 엄마도 무엇인가를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아이에게 선물하듯 예약하고 다녀온 키자니아 서울에서의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게 숨가빴더라는 고백! 진심으로 이곳이 뭔지도 모르고 왔다가 (이렇게 바쁜 놀이체험장일 줄 모르고 왔다가) 사태를 파악한 후로는 전투력이 상승하였더라는 후일담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아마추어 엄마의 키자니아 체험기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이것만은 놓치지 말자, 소방관 체험!


키자니아의 백미는 단연코 소방관 체험 이리라.

이맘때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그랬겠지만 우리 아이도 소방관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키자니아에 가면 여러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정도로만 알고 왔다가 소방관 체험을 본 순간 가슴이 뛰는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간색을 보고는 흥분하여 뛰어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선물을 만들어 준 것만 같은 뿌듯함에 어깨가 절로 으쓱거렸다.


처음 입장을 하자마자 얼떨결에 줄을 선 곳이 소방관 체험학교였고, 아이는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대도 극구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정말이지 꼬박 한 시간을 기다리는 지루한 시간을 견뎌내자 약 20여분 동안 아이는 물론이고, 엄마인 나에게도 잊을 수 없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소방관 대원 여러분, 조금만 더 힘을 내어 불을 꺼 주십시오.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3층부터 물을 뿌려야 합니다. 대원 여러분, 집중력을 흩뜨리면 안 됩니다. 불길이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내어 주십시오"


소방학교 교관님의 안내방송이 이어지는 동안 웃음이 나와 배를 잡고 구를 지경이었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리 아이를 비롯한 여섯살, 일곱살 열댓 명의 아이들이 너무나 진지하게 화재를 진압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동심을 이해하는 시간, 키자니아에는 상술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동심을 자극하는 온갖 체험으로 가득했고, 아이는 매우 흥분된 상태로 그 스스로 하고 싶은 체험을 골라 줄을 섰다.


각 체험마다 완료하면 키자니아 화폐를 주는데 그걸 쓸데가 없어 나온 길에 키자니아 은행에 들러 통장을 개설하고 입금해 두었다. 다음번 방문시에 쓸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아이가 선택한 체험은 소방관 -> 파일럿 -> 새우깡 연구소 -> 은행이었는데 이렇게 4가지만 해도 오전이 다 지난다.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시간을 맞추기 위해 뛰어다니는 부모들도 곳에서 볼 수 있다.


소방차나 엠뷸런스 등 자신의 아이가 타고 있는 차량을 따라 부모들휴대폰을 들고 촬영하느라 줄 지어 따라가는 장면도 매 시간마다 볼 수 있다. ( 나도 물론 맨 앞에서 아이를 찍어대느라 극성을 좀 떨었더랬다.)


답답한 실내라고 느껴지기보다는 화려하고 볼거리 가득한 동심의 공간이라서 좋았고, 무엇보다 쾌적한 공기정화 시스템을 갖추어 많은 이들이 오가고 있었음에도 눈이 따갑거나 목이 아프지 않아 우리나라 설비 기술력에도 감탄했다.


개인적으로는 놀이기구 타는 것보다 (놀이기구 못 타는 엄마라서 미안해 ㅠㅠ) 훨씬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백점 만점에 90점을 주고 싶다. 마이너스 10점은 사악한 가격 대비 체험시간 횟수가 적어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는 것! 5세 아이가 소방차를 타기 위해 한 시간여 기다리기에는 너무나 지루하다. 파일럿 체험도 마찬가지였는데, 횟수를 조금 더 늘려보면 어떨까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미리 예약하면 더 저렴한 것 같은데, 어쨌거나 이렇듯 다양한 체험놀이공간을 운영하기로 한 아이디어는 백점이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무엇인가 보람찬 노력봉사를 하기에는 키자니아가 단연코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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