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아이와 요리에 소질없는 엄마가 사는 법

적성에 안 맞는 요리와 육아 어떻게 극복할까

by 뿌쌍



어제 오후 어린이집에서 하원하는 아이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장보기 하러 다니는 시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대부분의 생필품을 온라인으로 구입한다. 그리고 정기배송을 통해 무엇인가를 사기 위해 고심하는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절약했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엄마들처럼 나도 그렇게 육아하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마트로 오프라인 장보기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이가 매우 좋아하는 고기를 사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아이가 마트 시식코너에서 금방 구워 놓는 시식 두부를 너무나 잘 먹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달 전부터 시작된 우리의 장보기 루틴은 과일코너에서 딸기와 방울토마토, 오이를 사고 뒤도 옆도 안 보고 직진하여 두부 시식코너에 들러 쌓아 놓은 두부를 카트에 담으며 종이 소주잔에 담긴 시식 두부를 얻는 것이다. 매번 사온 두부는 냉장고에 쌓여가지만 그래도 괜찮다. 시식코너 이모님은 "또 오셨네요! 우리 얘기가 두부를 잘 먹으니 너무 예쁘네! 더 가져가세요~"하면서 종이컵 가득 담아주신다.


고기를 사고 요거트와 아이스크림 등 필요한 것을 담아 계산하러 가는데 아이가 또 두부를 더 먹고 싶다고 조른다. 내 아무리 열혈엄라지만 두 번을 찾아갈 염치가 없어 아이에게 집에 가서 밥 먹자고 제안했지만 아이는 고집불통이다. 그렇게나 지극정성으로 태교를 했건만 아이의 고집은 정말이지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럴 경우 나는 고집을 꺾으려 하기보다는 설득을 하는 편인데, 대부분의 경우는 좋게 끝나는 법이 없다. 내 성질이 나오거나 아이가 펑펑 울면서 포기하거나 둘 중에 하나다.


하지만 최근 '4세의 반항'에 대해 깊이 이해를 했던 바, 요즘은 타협으로 바뀌었다. "그럼 엄마가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부탁해 볼게.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먹어야 하니까 다 먹을 수는 없어.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다?"라고 하니 아이는 "네~ 알았어요"라고 명랑하게 답하였다.


내가 두부 앞에서 아이에게 져주는 이유는 오로지 하나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잘 먹는 것이 그저 고마운 까닭이다. 이유식을 시작하였을 때부터 아이는 잘 먹기보다는 분유에 집착했다. 분유가 없으면 세상이 끝날 것처럼 행동했기에 분유 아닌 다른 것을 아이에게 먹여야 하는 두려움이 커졌다. 초보 엄마는 그렇게 아이에게 해 주는 이유식이 부담스러워졌다. 첫돌이 되었을 무렵 아이가 아프기도 했지만, 여기저기 아기를 데리고 비행기를 타고 다니느라 내가 제대로 밥을 해 먹이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컸다. 그렇게 육아는 점점 더 어려워졌다.


15개월 무렵, 새벽에 아이가 배가 고파 깨어나 울었을 때, 나는 그 즉시 가스레인지 불을 켜고 냄비에 물을 담아 생쌀을 넣고 어쩔 줄 몰라하며 눈물을 흘렸다. 주는 밥을 지겹도록 먹지 않는 아이에게 온갖 화를 다 냈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이렇게 육아를 실패했다는 좌절감에 고통스러웠다. 제대로 먹지 않은 아이는 평균보다 작았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왔을 때, 친정엄마는 세상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그때부터 친정엄마는 외손주 살찌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셨다. "이맘때 아이는 감자를 많이 먹여 무겁게 키워야 해"하며 온 세상 감자를 다 먹일 기세로 요리를 시작하셨다. 닭장에서 꺼내온 유정란으로 만든 계란찜에 폭폭 만 밥을 아이 입에 떠 넣으면 아이는 꿀떡꿀떡 잘도 받아먹었다. 엄마인 내가 주는 숟가락은 거부하면서 외할머니가 주는 밥숟가락 앞에서는 입을 쩍쩍 벌렸다. 나로서는 그 모든 게 신기했다. 아이에게 배신감도 느꼈다.


그러나 하루가 다르게 포동포동하게 살이 오르는 아이를 보면서 안도와 함께 친정엄마의 마법을 유심히 관찰했다. 도대체 나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며칠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것은 '인내심'이었다. 나는 줄 때 먹지 않으면 화를 냈는데, 친정엄마는 아이를 기막히게 달래 가며 한 숟가락을 떠 넣기 위해 무진 애를 쓰셨다. 밥을 삼키지 않고 물고 있는 아이를 침착하게 대하는 친정엄마의 노력은 수많은 경험과 삶의 연륜에서 나오는 아이의 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였다.


어느 순간 이제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친정엄마가 하던 대로 조금씩 재료를 사다가 아이가 먹을 만한 한 끼 요리를 만들었다. 소고기와 채소를 잘게 다져 넣고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준비한 식사를 차려놓고 깨어난 아이에게 먹이기를 해 보았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아이는 밥을 물고 30분, 1시간씩 버티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준비했는데 왜 나랑은 먹지 않는지 분노했다. 스트레스가 극한에 달해 결국 다시 아이를 안고 친정엄마께 가서 "엄마, 아기 밥 좀 먹여주세요"를 반복했다. 그렇게 아이는 할머니와 먹으며 무려 세 돌까지 자랐다. 이유식부터 세 살 아이의 올바른 식습관까지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렇게 나는 아이가 먹고사는 생활에서만큼은 빵점 엄마가 되었다.


그러다 지난달 친정엄마가 동창분들과 일주일 여행을 떠나셨을 때, 아이와 함께 먹고 생존해야 하는 문제에서 극한 삶의 무게가 엄습해왔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피하지 않기로 했다. 아이와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싶었다.


대화가 필요하다 싶었다.


"왜 밥을 안 먹니?"


라고 물으니 아이는 또박또박 답했다.


"엄마가 하는 건 맛이 없어서요"


라는 아이의 대답에 머리를 쿵 맞는 느낌이었다.

그랬다. 아이는 지금껏 내가 하는 요리가 맛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었다. 요리에 재능이 없다고 나 스스로도 생각해왔다. 물론 지금껏 제대로 된 요리를 만들어 본 적도 없다.


무엇이든 전문가가 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가지고, 요리는 식당에서 먹는 것을 택해왔던 것이다. 오랜 시간을 그렇게 싱글로 자유로웠던 나였다. 다행히 요리에 재능이 없는 나를 이해해 주는 남편을 만났던 덕분에 식탁에서 위기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이후 분유를 떼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통해 영양을 공급받아야 하는 이유식이 시작되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그랬으니 내가 했을 아이의 밥이 맛이 어떠한지는 따질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왜 안 먹냐고 윽박지르고 화를 내고 길길이 날뛰었던 것이었다. 미식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무시한 채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고려하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겨우 해 주었던 나는 얼마나 무지했던가.


그래서 나는 그 즉시 아이와 함께 마트로 달려갔다. "먹고 싶은 걸 엄마에게 말해줘"라고 말했더니 아이는 "응, 알았어"라고 답했다. 그렇게 우리는 아이가 먹고 싶다는 것을 함께 골랐다. "엄마 딸기 먹고 싶어요" 하면 여러 종류의 딸기 중에서 아이가 고른 것을 담았고, 고기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요거트도 아이가 선택하는 것을 샀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먹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원하는 대로 아침엔 우유에 아이가 고른 초코 시리얼을 먹게 했다. 저녁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고기를 구워서 밥과 함께 먹이고 나서 목욕한 후에 우유를 한 컵 붙여 먹여 자는 일상을 시작했다. 자아가 완성되었고 의사표현이 명확한 아이가 그만 먹겠다 하면 화를 내지 않고 "그래"하며 한 숟갈 더 먹으려 애쓰지 않고 받아들였다.


이제는 아이가 충분히 포동포동해진 덕분에 여유가 생겨서 그런지도 모르겠으나, 곧 40개월을 바라보는 아이를 키우면서 초보 엄마가 늦게나마 깨달은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면 아이가 좋아한하는 것을 먹게 해 주는 것이다. 아이가 원한다면 시식코너의 두부도 좋고, 치킨도 좋고, 피자도 좋다. 냉동 떡갈비를 사다가 에어프라이어에 구워주고, 컵라면을 먹겠다면 물에 씻어서 준다. "우리 배고픈데 갈비탕 한그릇 나눠 먹고 갈까?" 물으면 아이는 "좋아!" 라고 답한다. 그러면 된다. 그렇게라도 맛있게 다양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이가 원한다면 최선이다.


아이가 철분이 가득한 소고기와 채소가 다져 있는 영양밥을 매끼마다 먹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깨닫고 나니 나는 더 이상 아이가 한 끼 빵을 먹고 잠들어도 가슴이 아프지 않다. 내가 요리를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완벽하고자 했던 마음을 내려놓으니 아이와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식탁 앞에서 평화를 찾았다. 초보 엄마는 이렇게 네 살 아이와 함께 생존하는 법을 배우며 살고 있다. 론 이 모든 것은 언제든지 '영양식 먹이기' 백업 가능한 친정엄마가 옆에 계신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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