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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Aug 26. 2020

출산 후 처음 접한 육아 용어 3종

초보 엄마라서 미안해


'육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시작한 초보 엄마였다. 임신과 태교, 출산까지는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며 스스로 완벽했다 자부할 정도로 공부하고 또 준비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왜 육아라는 분야는 그토록 무지한 상태로 두었던 것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스스로도 납득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아이만 낳아놓고 정말이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게 맞다.


게다가 마흔이 다 되도록 주변에서 신생아 육아를 하는 사람들을 가까이서 기회도 거의 없었더라니 간접경험조차 없던 나에게 출산과 동시에 '육아'라는 태풍이 몰려왔다. 그건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육아에는 무지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어느 날 나의 출산, 즉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우리는 그렇게 부모가 되었다.


그런 상태로 아이의 생후 일주일을 지켜보며 겪었던 에피소드는 '너무나 충격적인 것들'이라 부끄러울 정도다. 그럼에도 혹시나 나 같 육아를 모르고 시작한 초보 엄마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여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출산 후 읽어보는 생소한 [신생아 초보 육아 용어] 몇 가지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Tempur 매트리스를 즐기며 편안히 자는 생후 5개월 무렵 아기, 아기 그 스스로 뒤집기를 할 때까지 엎어 재우는 것은 유아돌연사를 방지하기 위해 절대 금지다.



1. 이행


신생아가 울고 먹고 싸고를 24시간 동안 한두 시간 간격으로 반복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정도일지는 상상도 못 한 세계가 펼쳐졌다. 나는 마취에서 깨어난 정확히 아기 생후 이틀째부터 패닉 상태로 신생아를 두 팔에 받아 들게 된다.


육아에 대해 유식하든 무식하든 어찌 되었든 초미의 관심사는 잘 먹는지 잘 싸는지에 집중되었고, 매시간 수유량과 배변 상황을 하루 일지를 적듯 벽에 붙여둔 포스트잇에 기록해 간호사에게 보고(!)를 드렸다.


그러다 삼일째가 되는 무렵 오후 4시께였다. 아기가 차고 있던 기저귀 색이 변하기가 무섭게 보송보송하게 바꿔주는 새로운 일에 엄청난 보람과 희열과 매력을 느끼고 있던 나는 그날도 재빠른 손동작으로 기저귀를 열었다. 그 순간 훕~~ 어랏? 이게 뭐지? 순간 나는 깜짝 놀라 한두 걸음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러자 남편이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이상해. 시하 기저귀 속에 이상한 게 들어 있어. 빨리 와 봐"


그게 무슨 소리냐며 다가와 아기 기저귀 속을 함께 들여다본 남편도 깜짝 놀란다. 우리는 둘 다 어쩔 줄을 모르고 다시 자세히 들여다본다. 아무리 봐도 이건 아이의 응가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이물질 같다. 회색 빛깔의 이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덩어리들을 보노라니 외계 생명체의 배설물 같기도 하고 오싹한 기분마저 든다. '내가 외계인을 낳았나?' 순간 스치는 걱정 한편으로는 씹던 껌 같기도 하다.


"여보, 당신 혹시 껌 씹다 여기에 뱉어놨어?"


라고 묻자 남편은 펄쩍 뛴다. 자신이 왜 애 기저귀 속에 껌을 뱉어놓냐고 해도 해도 너무하다며 서운해 말을 잇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 알았어. 껌은 아니고... 그럼 뭐지? 여보 이게 뭘까?"


하지만 남편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우리는 투명 요람에서 곤히 잠든 아기의 기저귀를 펼쳐놓고 둘이 서서 머리를 맞대고 온갖 근심 걱정 속에 갑론을박을 하다 간호사실에 전화를 걸어 병실로 와 달라고 부탁을 하기로 했다.


간호사분이 오자마자 기저귀 속 정체불명의 이물질을 조심스럽게 내보였다.


"아기 기저귀 속에 너무나 이상한 게 들어있어요"


라며 기저귀를 펼치는 순간 간호사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리고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했다.


"산모님 이건 이행변이예요"


"네? 이행변이요?"


"네, 아기가 태내에서 탯줄로 영양을 공급받다 모유나 분유를 먹기 시작하면 일반 변으로 가는 단계에서 보이는 정상 변이예요"


"그럼 정상인가요?"


"그럼요. 정상적인 거예요"


그제야 한 번에 이해가 되는 '이행변'이라는 용어가 더없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 무렵 내 입에서는 '그럼 정상인가요?'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만큼 무지했던 까닭에 우리 부부는 가슴을 쓸어내리고 서둘러 기저귀를 바꿔주었다. 이후 리는 이행변을 검색하며 무지를 통탄하고, 나는 남편에게 씹던 껌 발언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했다.



2. 양배추 붙이기


출산 후 이틀째부터였나. 가슴에 엄청난 통증이 시작됐다. 부풀어 오르다 마치 터질 것 같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나보다 못해 출산 삼일남편이 간호사실에 콜을 했다. 그러자 괴로워하는 나를 본 연륜 있는 간호사분께서는 모유수유 의사를 물었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남편분은 지금 근처 마트에 가셔서 양배추를 한 통 사 오세요. 그리고 그걸 차갑게 해서 가슴에 붙이고 있으면 통증이 좀 가라앉을 거예요"


"네?????"


남편과 나는 눈이 동그래져서 간호사를 바라봤다.


"머~ 양배추요? 아니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여행을 가는 시대에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양배추를 가슴에 붙이는 게 최선이라고?"


너무나 당황하여 되묻자, 노련한 간호사분은 숨을 쉬고는 봐 뿌쌍씨! 당신이라고 뭐 별 수 있겠어? 그냥 양배추 두 장 가슴에 붙이고 조용히 앉아 있어 그것이 만국 공통 비법이라고 알려준다.


정말이지 그 상황에서 양배추가 최선이라는데 무지한 나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 '빨리 양배추를 사다 줘'라고 외치고는 결국 차갑게 해서 가슴 양쪽에 붙이고 누워 있기를 반복했다. 양배추가 미지근해지면 냉장고에서 다시 꺼낸 차가운 양배추로 바꾸어 붙이면서 애 낳고서 진짜 별짓 다해 본다고 볼멘소리를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결국엔 원 위층에 있던 후조리원에 올라가 국제모유수유 전문가라는 분을 만나야 했다. 걱정되어 따라온 남편이 아기를 안고 근심 가득한  눈길로 보는 앞에서 입에 수건을 둘둘 말아 급조한 재갈(!)을 물고 출산보다 더 큰 고통을 견뎌야 했다. 그렇게 전문가의 은혜로운 손길로 2회에 걸쳐 양쪽 유선을 뚫는 지막지한 시간을 보낸 끝에 통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따라서 모유수유를 준비하거나 또는 그러하지 않더라도 출산 전부터 미리 전문가를 만나 마사지로 관리하며  준비하는 것이 좋다. 나처럼 출산 후에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상태로 가면 지옥(!)을 맛보고 올 것이다. 사전에 준비하여 이 경험은 최대한 패스하기를 바란다.


옆에 누워 있으면 마치 아저씨 한 명과 같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던 '으랏찻차~' 신생아적 아기의 용쓰기는 평생 기억할 추억이 되었다.


3. 용쓰기


아무리 무지해도 어떻게 이런 기본도 모르냐고 되묻는다면 정말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정말 몰랐기 때문에 몰랐다고 말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쓴다.


나는 신생아를 본 적이 몇 번 없다. 한 명뿐인 친조카도 신생아 시절에는 한두 번 본 것이 전부고, 이후 서너 살이 되어 다시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 나 신생아가 온몸에 힘을 주고 내지르는 무지막지한 고성(?)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더랬다.


더구나 그 아기가 내가 낳은 아기라면 세상 온갖 걱정에 잠 못 이룰 정도로 심각해진다. 나는 조용히 잠만 자던 신생아가 생후 1주에 접어들 즈음부터 몸을 비틀듯이 하며 내지르는 괴성 처음 접하고는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 조리원에서 지내던 시기라 갑작스러운 나의 콜에 조리장이 달려왔다.


"아기가 이상해요. 갑자기 막 소리를 지르고 몸을 비틀고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


이미 생후 신생아의 64가지 (그것들이 다 떤 검사인지 다 이해 못지만 상술이더라도 마음 편하자고 했더) 온갖 검사를 하는 것에 동의했고, 이후 모두 정상이라는 결과지까지 받아 본 상태였지만 식을 낳은 어미 마음이 어디 그러한가. 걱정에 또 걱정이 끝없이 생겨나는 일상을 비로소 엄마가 되어 보니 알겠더라는데 왜 아기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는 걸까?


"이건 용쓰기예요"


"용쓰기요?"


"네, 아기들이 엄마 뱃속에 있었을 때 좁은 곳에서 웅크렸던 몸을 펴는 과정이라 보시면 되니 걱정하지 마세요. 정상입니다" 


그제야 또 새롭게 접한 용쓰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면서 알게 되었다. 아기가 내지르는 이 우렁찬 소리가 크는 과정이라는 것을!


아기는 배앓이도 없었고, 패턴도 일정하고 매우 잘 자고 잘 먹고 순했는데 용쓰기만큼은 세상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모으듯 요란하게 했다. 조리원을 퇴소하고 3주를 더 보내는 동안 잠에서 깬 아기의 용쓰기에 조용히 책을 읽던 나는 기절초풍하듯 놀라 책을 떨어뜨린 적도 있다.

그것은 마치 피트니스센터에서 요란하게 운동하는 관종 아저씨들의 모습과도 같았는데,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집이 떠나가라 '으랏차차찻차~'하는 소리를 냈더라는 것이다.


얼굴을 씨벌겋게 해서 용을 쓰는 것은 아기가 크기 위한 과정이라 이해했기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득달같이 병원으로 내달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 여기까지 출산 후 겪은 여러 에피소드들 중에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일주일 내용을 정리해 봤다. 혹시 모를 나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른 채 육아라는 전장으로 출정하는 초보 엄마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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