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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쌍 Jul 25. 2020

이상형은 이익준인데 연애는 양석형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를 기다리며


요즘 매일같이 듣는 노래는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 다.

배우들의 노래는 가수들이 부른 원곡보다 훨씬 더 감정 이입된다. 노래를 들을 때마다 감동적이었던 드라마 장면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난다. 여운이 너무나 길다. 이 드라마는.

 

신원호 감독의 전작들을 모두 보아온 나에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명불허전' 역시나 실망은 없었다! 게다가 병원이라는 공간을 암투가 난무하고, 제약회사 리베이트로 복잡한 인간상을 그리는 소재가 아니었다는 것에서 더욱 값졌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로 감동을 꽉 채운 뮤직드라마였기에 그  더했다.


게다가 우리 세대의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명곡들로 채워진 이 드라마를 볼 때면 캔맥주는 필수였다. 대부분의 경우 본방을 보지 못했지만, 유료로라도 빠른 시일 내에 [슬의생]을 보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필사적이었다.

 

그렇게 캔맥주를 꺼내다 놓고, TV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물&콧물을 쏙 빼며 매 회를 즐겼던 드라마는 마흔이 지난 어느 육아맘의 쓸데없는 연애감정도 불러일으켰다. 나름 나의 찬란했던 이십 대 연애 추억도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럼에도 등장인물들과 매 회 다르게 소개되는 환자들의 이야기에 감동의 눈물을 흘려가다 보면 내 옆에 있는 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지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머어머~어떻게 해! 난 몰라!!!"


라거나 


" 꺄악~ 너무 멋져!"


라며 이익준이 잔망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마다 혼자 부끄러워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거나 감탄을 내질렀다. 그러다 감동적인 순간에는 '흑흑흑~ 흐어헝~' 눈물을 리다 코를 풀어가며 맥주를 마셨다.


그런 나의 '미친×' 쇼를 44개월 아이는 레고 블록을 맞춰가며 에서 한결같은 묵묵함으로 지켜보았다.  순간부터는 함께 외출했다 집에 돌아오면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의사 선생님 나오는 드라마 볼까?"


"(솔깃 솔깃~ 두세 번도 더 볼 수 있) 으응?"


"엄마는 의사 선생님 나오는 드라마 보고, 난 아이패드로 내  영상 볼까?"


엄마가 맥주를 마시며 눈물&콧물을 쏟아내는 시간에 아이는 옆에서 그가 원하는 아이패드 영상을 볼 자유가 주어진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던 터였다.


때로는 안된다고 (이미 재방, 삼방 했거든!) 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아이의 솔깃한 제안에 설득된 날이 더 많았다.


"어머어머 시하야 어떻게 해! 너무 멋있어!"


라고 드라마에 빠져 감탄사를 내지르면 아이는 표정을 빼고 말했다.


"엄마, 한 번 더 봐"




오랜만에 만난 친척동생 윤아와 함께한 저녁이었다. 여덟 살, 여섯 살 그의 아이 두 명과 다섯 살 우리 아이까지 도합 세 명의 아이들이 미친 듯이 뛰어노는 동안 둘이서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맥주를 마시다 슬의생 이야기가 시작됐다.


 한 살 차이니 세대적 공감이 누구보다 높은 편이었고, 비슷한 시기 육아 고충을 나누었던 사이라는 점에서 슬의생 열혈 시청자였던 둘의 대화는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다.


"언니~ 어쩌면 이익준은 그래 멋있어?"


라고 묻는 윤아에게


"진짜 멋지지. 방정 캐릭터부터 진지한 사랑고백까지! 노래방에서 이익준이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부를 때, 입술에 침을 바르며 부르는 그 진지함, 어떻게 그걸 연기라 말할 수 있니. 마치 그건 진짜 같았어"


라고 답다. 이어


"아효~ 내 이상형은 이익준인데, 난 항상 연애 그랬고 결혼은 양석형하고 했네"


라고 말하자 윤아는 빵 터져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사실 그랬거든.

그래서 말이야. 이익준 같은 남자가 현실에서 나타난다면 하루만이라도 그런 남자와 살아보면 안 될까...라고 어느 아줌마는 생각해 본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존재하기나 할까?) 그런 남자를 어디선가 따악~하고 만나게 된다면 내 24시간을 기꺼이 비워주리라. 어디까지나 열혈 시청자 아줌마의 판타지, 물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아니까 하는 말이다.


이제 슬의생 시즌2를 기다린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 그리고 모든 배우들과 스텝분들의 건투를 빌며, 참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주어 진심으로 고마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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