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뿌쌍 Jul 20. 2020

아이의 사회생활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45개월 육아, 경험으로만 알 수 있는 것들



나는 하원 하는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오는 아이의 몸짓, 목소리, 표정어내는 보통의 엄마다. 미세하게 감지되는 것들은  아이의 감정을 읽어내는 주요 지표가 되어 아이의 그 날 어린이집 생활이 어땠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까닭이다.  


몇 주전이었다. 달려와 엄마에게 안기는 아이의 표정이 유난히 어두웠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냐는 질문에 딱히 이렇다 할 답 없었다. 시무룩한 모습은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내내 계속되었다. 간식을 먹이며 물어보니 '00가 이제 나랑 안 논대. 00랑만 논다고 했어'라고 답했다. 초보 엄마는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그랬어? 속상겠네'라고 말하안아주고 있자니 아이가 받을 상처가 걱정되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음날 아침 등원을 준비하던 아이 '엄마 나 어린이집 가기 싫어. 00와 00가 이제 나랑 안 논댔어. 엄마, 이제 난 혼자서 놀아'라고 말했다. 여전히 아이의 마음 해결되지 않았나 싶어 초보 엄마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친구들과 갈등이 생기걱정은 조바심으로 변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분명 그 이유 때문이라 짐작 가는 것이 있었다.   




작년 가을, 처음 만났던 어린이집 같은 반 엄마들 모임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우리 아이를 보고 반색을 했다. 그의 아이가 매일같이 집에서 잠들 때까지 우리 아이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뜻밖의 소식에 놀라웠던 것은 나였다. 우리 아이는 집에서 그 아이에 대해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즈음 새로 친해지는 친구였나 보다 생각하며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니 그 아이가 우리 아이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고 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좋게 말하여)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그 아이에 비해 우리 아이는 무덤덤해 보였다. 지어 아이가 쉬가 마렵다 하여 엄마인 내가 화장실로 데려갔을 때까지 그 아이는 따라와 옆에 서 있었다.


그 이후 조금씩 이는 자신의 단짝 친구들에 대해 말할 때면  그 친구 이야기도 하기 시작했다. 울을 지나 올해 새 학기가 시작되며 새로 입학한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지난해 같은 반 친구들로 구성되었다. 친한 친구들이 많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아이를 포함 세 명을 주축으로 하여 많게는 남자아이들 다섯 명이 그렇게나 어울려 논다고 이야기를 들었다. 내심 흐뭇하기까지 했다. 그 나이에 소외되지 않고 그룹을 형성해 어울리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다행인가 싶었다.


그런데 아이는 이런 관계에서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이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평소 명랑 쾌활한 아이가 이렇게 풀이 죽어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하는 것은 꽤나 드문 경우였다.     




"담임선생님과 상담하기로 약속을 잡았어요"


라고 말하며 집을 나서는 나에게 친정엄마는 너무 예민하게 대응하지 말라고 만류하셨.


"아이의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무슨 문제는 없는지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한 책임이에요"


라고 답하며 주저함 없이 어린이집으로 달려갔다.
아이 미술수업을 하는 동안 난 다시 어린이집으로 가서 담임과 상담을 할 예정이었다. 이미 미술심리치료사인 미술수업 센터장님에게는 미리 상황을 설명하고 수업하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해 놓은 터였다.


어린이집 담임선생님과 마주하고 앉아 며칠 아이의 상태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하고 있자니,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한다.  


"어머님, 아이들이 집에 가서 저마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해요. 힘들었거나 서운했던 이야기를 본인 입장에서 하다 보면 듣는 부모님들은 걱정을 하시죠. 어머님, 그런데 시하도 만만치 않아요"


"네?"


"오늘은 시하가 색연필을 가지고 색칠하다 한 친구의 손등에다 마구 그렸어요. 그러는 바람에 그 친구가 울었는데 아마 오늘 집에 가서는 그 친구도 누군가가 괴롭혔다고 말할 거예요. 아이들이 서로 놀다가 '너랑 안 놀아' 하며 삐치고 돌아서는 게 이맘때 아이들에게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에요"


라고 설명하는 게 아닌가. 나는 몹시 심각했던 표정을 풀고 놀란 표정으로 '우리 아이가 그... 그랬나요?'라고 되묻기에 이르렀고 (자식 겉을 낳지 속을 낳던가), 그 알록달록한 교실에서 벌어지는 매일매일의 이야기 일부분을 들어볼 수 있었다.  


"한 아이가 너 이거 하면 내가 우리 집에 있는 초콜릿 백 개 줄게 라고 말하면 어떤 아이는 같이 놀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무시하기도 하고 천차만별이에요. 시하는 그런 경우 대부분 자신의 놀이에 집중하는 편이에요. 쉽게 토라지고 너랑 안 놀아하다가도 또 같이 놀고 하는 관계를 자연스럽게 반복하고 있으니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말하는 선생님의 의견이 충분히 이해가 되고, 듣다 보니 유치하지만 아이들의 시선과 그들만의 세계가 너무 재미있어서 웃음을 참지 못하는 상태로 상담을 마쳤더랬다. 그래도 남자아이들은 단순해서 대충 그렇게 상황이 종료되지만, 여자아이들은 삐치고 놀고 안 놀고 하는 갈등이 더 심해 때로는 중재가 곤혹스럽다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한편으로 큰 위로가 되기까지 했다.


"아이들끼리 대화하는 것을 듣다 보면 재미도 있으시겠어요" 


라고 묻자, '네 물론 재미도 있지만 어머님 때로는 우리끼리는 심각 상황일 때도 많아요'라고 장난스레 웃으며  답하는 담임선생님과의 상담은 이외의 소득이었다.   




그다음 날 미술심리치료센터장이 전날 아이와 상담하며 메모한 내용과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는 작은 체구로 인해 친구들로부터 장난스런 여러 상처를  ("여기는 키 큰 애들만 들어오는데야"라고 말하며 그들끼리만 놀거나) 받았다는 것과, 그동안 단짝 친구로 우리 아이에게만 집중했던 그 친구가 이제는 그 대상을 바꿔 다른 친구에게 최근 집중하기 시작하는 것에서 느낀 서운한  감정들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술수업에서 미술심리치료사 센터장이 아이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메모. 45개월 아이가 툭툭 털고 일어서기에는 이미 크나큰 상처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과잉이 아니었다.


이 내용을 아이의 담임선생에게 전달하고 다시 전화상담을 이어가면서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은 '엄마는 의연해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네 맞아요 어머님, 속상하시겠지만 이런 문제는 엄마가 나서고 개입하여 해결해 줄 수 없어요. 아이 스스로 이겨내고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담임선생의 의견은 진심으로 느껴져 큰 힘이 되었다. 미술심리 센터장도 같은 의견으로 친구들과의 관계를 아이 스스로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 주고 어떤 일이든 엄마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조언해 주었다. '친구들의 말에 상처 받지 않고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해지도록 긴 시간 꾸준히 교육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는 센터장의 말에 힘을 얻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엄마인 나 스스로가 깨닫고 반성하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의 생에 첫 사회생활에서,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주기도 하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터해 나가는 과정을 엄마는 안쓰럽지만 그저 지켜 바라봐 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더 심각해진다는 것을 고 나서 이 문제에서 의연해지기로 결심했던 밤, 아이는 침대에 자려고 누워 있다가 말한다.


"엄마, 오늘 ㅇㅇ가 장난감을 뺏어갔어"


 순간 어쩔까 잠시 고민하다 나는 아이를 꼭 끌어안고 심각함을 덜어낸 채 말해줬다.


"너희들 때는 뺏고 뺏으면서 서로 그러고 노는 거야. 너도 친구들 장난감 뺏어가 놀 때도 있잖아. 괜찮아. 친구가 뺏어가면 넌 다른 장난감 가지고 같이 놀면 되지!"


그러자 아이는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까르르 웃는다. 이 녀석은 그동안 엄마의 심각한 반응을 내심 즐겼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엄마의 관심을 유발하기 위한 노력이었달까.


"요 녀석이!"

하고 안아주자 아이는 마치 그게 정답이었다는듯이 장난스러운 웃음으로 침대를 뒹굴었다.


다시 명랑함을 되찾은 모습으로 46개월을 지나고 있는 아이는 그의 첫 사회생활에서 아픔과 시련을 이겨내고 한층 더 성숙해지는 과정을 보내고 있다.


그 대신 아이에게 말해줬다. 어느 상황에서도 힘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엄마에게 얘기해 달라고. 엄마는 항상 네 편이고, 너에게  어떤 문제가 생겨도 엄마는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아이는 알았다고 답하고는 잠에 들었다. 엄마는 잠든 아이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다짐한다. '엄마야... 더 더 의연해지자! 어떤 상황이 와도 아이보다 심각해지지 말자'라고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너의 성장을 여기에서 멈추어 주면 안 되겠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