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뿌쌍 Jun 18. 2020

너의 성장을 여기에서 멈추어 주면 안 되겠니?

생후 45개월은 육아의 혁명




엄마 나 떠날 거야.


어디로?


내가 태어난 제주도로 갈 거야.


혼자?


아니, 할머니 할아버지랑


할머니 할아버지가 동의했어?


응. 같이 간다고 했어.


느닷없는 아이의 선언에 운함이 밀려온다.


차마 '엄마는?'이라고 물어보지 못했다.

이미 아이의 입매에서 엄마는 제외되어 있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았던 터다.


아직 48개월도 안 된 녀석이 엄마를 떠난다고 선언하니 독립을 알아가는 성장발달이 기특하기도 하고, 벌써 이렇게 자랐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럼에도 엄마를 그의 동행인에서 제외했다는 점은 분명 서운했다. 마가 없으면  거면서 왜 이렇게 츤데레 캐릭터 밀당을 하려나 모르겠다.




어제는 함께 저녁밥을 먹다가 아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 그냥 따로 살까? 요즘 지루하지?"


"배를 잡고 구르며 웃고 싶은 욕구를 꾹 참으며 왜?"


"나는 편식을 안 하는데, 엄마는 자꾸만 내가 편식한다고 하니까 싫어서"


군더더기라고는 하나 없는 아이의 담백하고 진지한 표현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았다. 이런 감정을 표현할 줄 알게 되다니 감탄이 먼저 터진다. 이제는 서운함도 없다. 그저 대견하다. 무엇이 어찌 되었던 녀석은 엄마에게 불만이 있는 다. 상에서 발생하는 사소한 잔소리들이 듣기 싫다는 표현이라 해석된다.


언제나 크려나 연거푸 숨을 몰아쉬며 육아로 고통스러던 지난 시간들은 말끔하게 잊혔다. 그리고 어느덧 네 돌을 앞둔 아이 이처럼 자신의 세상을 나씩 만들어 고 있는 신비한 경험을 한다.


어제는 아이가 하는 행동과 말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아이를 꼭 안아주며 물었다.


"넌 어쩌면 이렇게 예쁘니?"


그러자 아이는 답했다.


"엄마가 나를 잘 돌봐주어서요"


그 순간 다시 아이를 와락 껴안고 심장을 맞대고 있으려니 고맙고 또 고마운 말에 눈물이 또르르 흐른다.


조금만 더 크면 저 원수 같은 녀석!이라 한숨을 내쉬게 된다는 선배들의 말처럼 그런 날들이 언젠가는 나에게도 오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아이가 너무나 빨리 자라 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겠지.




아이가 어서 자라주기만을 매일같이 바라 왔던 것은 진심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육아 일상을 탈출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변덕마저 생긴다. 저 앙증맞고 귀여운 아이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그의 정제되지 않은 순도 300% 생각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심장이 녹아내리는데,

너의 성장을 여기서 멈추어 주면 안 되겠니...

눈과 가슴에 담아두기만으로는 무나 아까 육아의 황금기 '라 벨 에포크(La belle epoque)!'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아이를 바라보, 그런 아이 성장이 아깝기만 하다는 45개월 차 초보 엄마의 타까운 고백이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를 만난 지 25주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