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무거워야 한다는 착각

by Solar Lu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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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주간의 포토에세이 챌린지를 잘 마쳤습니다.

참여해 주신 대부분이 미션에 성공하셔서, 리워드도 받고 책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회원님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챌린지를 통해 완성된 원고를 읽으며 참 많이도 가슴 뭉클하였습니다.

몇 페이지 안되는 짧은 포토에세이지만, 쉽고 빠르게 만든 책이지만 결코 무시될 책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반면, 엊그제 책 모임에서 어느 회원님과 에세이가 과연 책으로서의 가치가 있는가를 토론하다 든 생각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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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전히 책에 대해 어떤 ‘모양’을 기대합니다.

두툼한 제본, 논리적으로 정리된 문장들, 읽고 나면 어딘가 깊이 있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

그래야 ‘책 같다’고, 그래야 출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여깁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자, 어떤 이들은 그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너무 가볍다", "책이 너무 쉽게 나와서 깊이가 없다", "요즘 책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 말들 속에는 여전히 ‘책은 무겁고 진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책은 음식과 닮았습니다.

어떤 날은 정성 들여 만든 코스 요리가 필요하지만,

어떤 날은 따뜻한 라면 한 그릇이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배고픈 시간, 지친 하루 끝에 누군가의 짧은 이야기가 내 마음을 툭 건드린다면,

그것은 분명 한 사람에게 가장 따뜻한 책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도 교향곡만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몇 초 안 되는 짧은 리프나 한 소절의 가사가 어떤 이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죠.

책도 그렇습니다.

분량이나 복잡성으로 가치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충분히 ‘책 다운 책’이 됩니다.


시집이나 그림책은 어떤가요?

단 한 문장, 혹은 한 컷의 그림만으로도 우리는 멈춰 서게 되고,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렇게 한 페이지로 사람을 울리는 책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그게 무슨 책이냐”고 말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책의 깊이는 분량이 아니라 진심의 밀도로 결정됩니다.


책이 꼭 무겁고 어렵고 두꺼워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책은,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안아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충분합니다.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는 건,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대화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는 뜻입니다.

그 다양성 안에서 우리는 더 많은 목소리, 더 다양한 감정, 더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책은 이제

지식의 전유물에서 ‘공감의 도구’로,

완벽한 논리의 증명에서 ‘불완전한 마음의 기록’으로 조용히 그 자리를 옮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무거워야 한다는 착각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비로소 책이 진짜로 품을 수 있는 것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한 사람의 삶, 그 자체입니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소한 일상만큼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그 안에는 사랑이 있고, 후회가 있고, 웃음과 눈물이 녹아 있습니다.

몇 페이지 안 되는 에세이 한 편에도 그런 순간들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글로 옮기고, 책으로 엮는다는 것은

결국 ‘나의 삶을 조용히 꺼내어 누군가에게 건네는 일’입니다.


짧아도 괜찮습니다.

소박해도 괜찮습니다.

진심이 담겨 있다면, 그 책은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위로가 될 수 있습니다.


책은, 꼭 무겁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그 한 권이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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