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21 오늘의 에세이
"편리한 일상 속에서 놓친 것들
— 여유와 정서에 대하여
물건을 사러 나가는 일은, 한때는 작은 소풍 같았다.
편한 신발을 신고, 가방을 둘러메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길을 걷던 시간.
바람결에 실려 오는 빵집 냄새, 슈퍼 앞을 지날 때 풍기던 싱그러운 채소 냄새,
가끔은 누군가의 웃음소리도, 괜히 내 기분을 좋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샴푸가 떨어진 걸 깨닫자마자,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해 쿠팡을 열었다.
스타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땐, 고민도 없이 다시 클릭.
반찬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언제부턴가, 냉장고를 열어 재료를 챙기고, 칼질을 하고, 조리를 하는 일이 귀찮음의 목록에 올라와버렸다.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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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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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도, 심지어 졸린 눈을 비비면서도 필요한 걸 살 수 있다.
그런데 문득, 창밖을 내다보니 햇살이 너무 좋아서 멈칫했다.
이렇게 좋은 날, 나는 왜 두세 번의 클릭으로 모든 걸 해결해 버리고 마는 걸까.
편리함은 내게 시간을 선물해줬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손에 쥔 스마트폰은 쉴 새 없이 알림을 쏟아내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까지 "필요"하게 만드는 세상의 유혹은 끊임없다.
편리해진 만큼 생각해야 할 것도 많아졌다.
그리고 그 많아진 생각 속에, 나도 모르게 시간은 깎여나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물건 하나를 사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면서,
거리의 풍경을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작은 것들을 느끼며 살았다.
삶에 여백이 있었다.
지금은 필요한 걸 얻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줄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전하다.
모든 것이 빠르게 움직이는데, 이상하게 마음은 점점 더 조급해진다.
편리함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나는 오늘도 뭔가에 쫓기듯 하루를 보낸다.
편리함이 주는 안락함 속에서 정서는 점점 숨이 차는 것 같다.
가끔은, 일부러 불편을 선택해도 좋겠다.
천천히 걸어서 마트에 가고, 장바구니를 들고 돌아오는 길에
피어 있는 꽃을 한 송이 눈에 담고,
길가에 앉아 쉬고 있는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바람결에 실린 계절을 느끼면서.
편리함은 삶을 간편하게 만들었지만,
정서는 여전히 느림 속에서 숨을 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