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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목요 Apr 09. 2022

월 40만 원 관리비 포함

강원도 원주의 청정 자연에서 두 달간 살 수 있는 작업실을 빌려준다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지원했었다. 그림 관련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한 나는 지원서를 작성할 때 티끌만 한 이력이라도 갖다붙이려 애를 썼다.


'원주의 자연을 벗 삼아 그림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 그림들을 모아 책으로 엮어볼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전공도 관련 없고 경력도 빈약한 나는 선정되지 않았다. 과거에 선정된 작가들의 이력을 봤을 때 '난 안 되겠구나' 이미 예상한 바였다.


-


이렇게 되고 나서야 말이지만 난 원주를 전혀 몰랐다. 서울과 강릉의 중간 정도에 위치해 있는 도시라는 것과 원주에는 바다가 없다는 것 정도만 알았다.


마침 예술인 지원금이 통장에 들어왔고 나는, 바닷가 근처의 저렴한 단기 임대 방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누가 나를 뽑아주길 기다리는 것보다 내가 찾아 나서는 편이 빠를 것 같았다.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 어플을 매일 들락거리던 어느 날, 한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월 40만 원 관리비 포함.

가스비와 전기, 수도세는 사용한 만큼 내면 된다고 했다. 근처에는 (아마도)걸어서 갈 수 있는 해변이 있고, 작은 슈퍼도 있었다.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언덕 위여서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이만한 방 컨디션에 이만한 가격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게 집주인과 후루룩 계약을 했다. 강원도 동해시의 어느 낡은 아파트에서 한 달을 살게 된 것이다.


이제 짐을 쌀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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