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같은 면접

by 김모노

일하던 스튜디오에서 나와서 아주 잠깐 그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의 면접을 보러 다닌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마케팅 분야였다. 마케팅에 대해 잘 모르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원서를 넣어봤다. 연락 온 곳은 2곳. 오늘은 이 2곳의 면접에 대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첫 번째 회사는 집에서 왕복 3시간 거리로 꽤 멀었지만, 업무 내용이 재밌어 보여서 지원을 했었다. 대망의 면접날, 혹시나 어떠한 변수 때문에 늦을까 싶어 아예 집에서 일찍 나와 그곳에서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달콤한 팬케이크는 내 기분을 좋게 만들어줬다. 시간보다 살짝 이르게 면접장에 도착했고, 직원의 안내를 받아 회의룸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세상에, 내가 마케팅 분야에 면접을 본다니, 무슨 말들을 해야 할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회의룸에 앉아 있었다. 하지만 면접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 회의룸은 밖을 볼 수 있는 구조였는데, 내가 자꾸 밖을 쳐다보자 직원이 와서 면접관이 조금 늦는다고 말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알겠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몇십 분이 지나도 면접관은 오지 않았다. 떨리던 마음은 차분해졌고 조금 지나자 차가워졌다. 나는 가방을 메고 그 회의룸을 나왔다. 직원들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지만, 가봐야겠다고 말한 뒤 회사를 나왔다.

<오늘 면접 보기로 한 OOO입니다. 면접을 볼 수 없어 돌아가려고 합니다. 늦으면 얼마큼 늦는다고 미리 말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내용으로 면접관에게 문자를 보냈다. 답변은 황당했다.

<미팅이 늦어져서 지금 가고 있는 중인데, 돌아가시면 어떡하죠?>

적반하장의 태도에 어이가 없었다. 더 이야기를 해봤자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이 될 것 같아 마지막 답장을 보낸 뒤 연락을 그만뒀다.


두 번째 회사는 강남에 있었다. 거리도 가깝고 들어 본 회사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지원을 했다. 면접 전에 1차 과제가 있었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해서 냈는데,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 혹시 나 마케팅에 재능이 있나? 부푼 마음을 안고 면접 장소에 도착했다. 면접관 두 명이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그들은 내 과제를 들고 있었다.

"글을 읽어 봤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주제가 주어지지 않은 채 쓴 글은 자칫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들은 내 기억으론 나에게 그 글이 무슨 내용인지 다시 물어보지 않았다. 어쨌든 그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졌다.

"본인은 무슨 일을 할 때 주도적인가요, 따라가는 쪽인가요?"

"저는 두 모습이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서야 하는 부분에선 주도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에선 따라가는 쪽입니다."

그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개만 골랐으면 좋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나에게 다시 대답을 요구하진 않았다. 그들은 면접 내내 그런 태도를 유지했다. 탐탁지 않지만 질문은 해주겠다는 느낌을 면접 내내 받았으니까.

"이럴 거면 저를 왜 부르신 거죠?"

이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참기로 했다. 그들은 내게 2차 과제를 내주겠다고 했다. 웃으면서 면접을 보고 웃으면서 인사한 뒤 회사를 나왔다. 2차 과제 같은 건 개나 줘! 라며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이 바닥도 좁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에 와 작성해 보냈다.


결국 두 회사 모두 가지 못했고, 가지 않았다. 그러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싶지 않았다. 처음 보는 면접자에게 이런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동료가 되면 얼마나 더 엉망으로 사람을 대할지 끔찍했다. 면접은 면접관도 면접자를 평가하는 자리이지만 그 자리는 면접자가 그 회사를 평가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면접관이 면접자를 원해도 면접자가 그 회사를 원하지 않으면 가지 않는다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면접관과 면접자 사이에 갑과 을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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