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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 Nov 10. 2020

추리소설은 한국에서 인기 없어

나는 왜 추리소설로 브런치를 쓰는가

첫 브런치북 완성기

첫 번째 브런치북을 무사히 완성했다. 올해 초부터 구상해 온 대강의 목차와 개요가 있었다. 잦은 구상과 머릿속 퇴고를 거쳤다. (직접 쓰진 않고 머릿속으로 개요를 짜보았다는 이야기다.) 추리소설과 내 연애, 결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하고자 했다. 원래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총 20회의 목차를 구성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는 5개 정도의 이야기를 과감히 빼버리게 되었다. 글을 쓰는 단계에서 글이 의외로 술술 풀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분량이 다른 편과 크게 차이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쉬웠다. 한편으론 너무 무리하게 진척시키지 않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비교적 수월하게 브런치북이란 걸 잘 완성했다. 완성도와 글 수준의 정도를 떠나서 일단 계획했던 대로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포함하여 어떻게든 흐름이 있는 하나의 글묶음을 만들어낸 나 자신에게 스스로 대견하다고 해주었다. (토닥토닥 쓰담쓰담 오구오구)


총 15개의 글은 9월 중순부터 10월까지 차례차례 완성되었다. '완성'이라고 하니까 뭔가 대단하게 고심하고 쓴 것 같지만, 사실 생각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술술 쓸 수 있었다. 일기 하나도 쓰기 어려워하는데 이렇게 나름 잘 써지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기분이 상쾌했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일단 글감이 '추리소설'이었고, 어디 나도 한 번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지원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기까지

"나도 '브런치'를 시작해야겠어!",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것은 '브런치 작가'가 되도록 신청한 것이 아니었다. 일단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았다. 약 2주 간 브런치 첫 화면에 걸리는 글들과 추천받는 글들의 특징을 알아내고자 했다.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다. 그래도 글을 써 본 경험은 여러 가지 있었다. 대단한 경험을 말하는 건 아니다. 블로그에도 써보고, 연구논문도 써보고, 회사에서 보고서도 써봤다. 문제는 글을 얼마나 잘 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무엇을 쓸 것인가,였다. 그러려면 브런치에서는 어떤 글들이 인기 많은지 알아야 했다.


그리고 2주 정도 브런치에 올라오는 글들을 살펴보면서 조금 낙담했다. 어떤 방향으로 글을 써야 할지 쉽게 감이 안 잡혔기 때문이었다. 나는 추리소설로 내 브런치 글들을 써내려가고 싶은데, 이건 전혀 인기 있는 주제가 아니었다. 아니, 인기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았다. 브런치 알고리즘도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보였다. 


그렇다고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나 특별한 것도 없는 일상을 잘 그려낼 자신은 더더욱 없었다. 한 번 생각해보기는 했는데 너무 쓸 말이 없다. 그리고 이미 인기 있어 보이는 주제는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고.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그 주제에 대해 더 잘 쓸 자신도, 남다르게 쓸 자신도 없었다.


잘 아는 주제로, 내 머릿속에서 술술 나올 수 있는 글감이 필요했다. 그게 나한테는 추리소설이었다. 이왕이면 내가 좋아하는 주제라서 쓰면서도 내가 즐길 수 있는 글감이 필요했다. 그게 나한테는 추리소설이었다.


결국 이것밖에 없다는 생각을 굳히고 브런치 작가를 신청했다. '작가의 서랍'에 내가 쓸 글의 총 3회 분량을 올려두었다. 나는 활동하고 있는 다른 블로그나 매체가 없기 때문에 브런치 작가가 되기에 좀 불리할 거라 생각했다. 대신 브런치에서는 추리소설로 쓸 거라고 분명히 밝히고, 내가 쓸 글의 목차를 프롤로그 맨 마지막에 적어두었다. 그리고 지원서에 '프롤로그에 목차가 있다'라고 명시했다.


다행히 한 번의 시도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왜 굳이 추리소설이야 

추리소설은 한국에서 안돼.


이런 말, 안 들어본 것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정확한 통계나 수치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서 추리소설은 그렇게 인기 있는 것 같지 않다. 변방이나 소외지역에 있는 것 같은 기분. 


일단 내 주변에 물어봐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마침 숙박한 곳 근처에 에도가와 란포 전시관(란포가 살던 저택을 활용한 전시관이었다)이 있는 걸 알고 신나했는데 나 말고는 에도가와 란포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인 '에도가와 코난'은 알지? 코난의 성은 에도가와 란포에서 따온 거야. 이름은 코난 도일에서 따온 거고. 

라고 말해줘도, 명탐정 코난만 알고 에도가와 란포는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결국 혼자 다녀왔다. 


그 외에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웠다. 내 주변에만 유독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장 친한 평생의 단짝이 추리소설을 좋아하고, 직장에서 가장 의지하고 친한 동료가 추리소설을 좋아한다. 그 두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싶다. 


그러니 브런치에 추리소설로 글을 쓴다고 하니, 꼭 추리소설로 써야 하냐는 질문이 나왔다. 일단 다른 사람들이 검색해서 찾아 볼만한 주제로 쓰든가, 너만의 독특한 경험을 찾아 글로 승화시키든가, 남다른 소소한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그 경험담을 적어가는 건 어떠냐는 의견 등이 나왔다. 


모두 내가 잘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는 우직하게 밀고 나가기로 했다.


추리소설이 뭐가 어때서!


,라고 자신만만하게 생각하고 과감히 도전했지만, 사실 이제와 보니 남들의 말이 맞았던 같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지 이제 반쯤. 브런치 방문자 수는 현재 328명이다. 하루에 많으면 10명, 적으면 0명이 찾는다. 유입검색어는 거의 없다. 그러니까 추리소설 제목이나 추리소설의 장르나 추리소설 작가나 이런 걸로 검색하는 사람이 많지 않거나, 그런 검색을 해도 브런치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정도의 논리가 세워진다. 물론 브런치 메인화면에 올라가는 일 따위도 절대 없다. 이쯤 되면 브런치북 관계자들은 추리소설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내 글이 형편없다는 생각을 먼저 하는 게 순서겠지만서도.)


요즘은 스스로에게 되말하기도 한다. '젠장'


그래도 좋아하는 글감으로 글을 쓰는 건 참 신나는 경험이다. 아직 나는 추리소설만으로 만들어 보고 싶은 브런치북이 몇 개나 더 남아 있다. 추리소설이 뭐가 어때서. 추리소설 재밌으니 같이 와서 같이 읽어요. (제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까지

마침 "제8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라는 공고가 떴다. 막 브런치 작가가 된 직후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음이 살짝 급해졌다. 달력을 보며 계산을 해보니 이틀에 하나 정도 글을 완성해야 내가 계획한 스무 개의 글을 다 쓸 수 있었다.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몇 개의 글을 빼버렸다. 


그래도 시간이 부족했다. 이때 나는 다른 시험도 같이 준비하고 있던 차였다. 일도 하고 있었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글은 쓰고 싶었다. 별 수 있나. 잠을 줄여 시간을 쪼개야지. 


마감일 하루 전에 브런치북이란 걸 완성했다. 꼼꼼한 퇴고 따위는 없었다. 맞춤법 검사만 열심히 했다. 브런치북 완성 후에 몇 개의 문장은 지우기도 했다. 지나고 다시 읽어보면 왜 항상 나의 모든 글들은 부끄럽고 벌거벗은 기분인지.


응모하고 나서야 다른 사람들의 브런치북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가 생겼다. 모든 응모작을 다 본 건 아니지만 역시 추리소설 관련된 브런치북은 쉬이 보이지 않더라. 그러면 내 브런치북도 나름 경쟁력이 있는 건가? 아니면 정말 너무 마이너해서 관심도 애정도 받지 못할 브런치북이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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