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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 Aug 31. 2023

다시 책 읽기가 좋아지기까지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지겨워져서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날들의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당연히 자연스레 ‘독서’라고 대답했다. 그런 나 자신이 부끄럽게 여겨졌던 것은, 너무나도 요즘 사람처럼 책 읽기보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더 많이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출퇴근길에 책을 읽었다. 나름(?) 과시욕이 있어서 출퇴근 길에 소설책보다는 인문서를 읽었다. 필요해서 읽은 적도 있었고, 재밌어 보여서 읽은 적도 있고, 어쨌든 책을 읽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아주 흥하지도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제한데이터를 쓰지도 않았기 때문에 영상에 투자할 데이터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자의 반 타의 반 출퇴근의 지루한 시간을 때우기 위해 책을 읽었다. 책을 갖고 다니느라 가방이 늘 무거웠다.


여튼, 그때까지만 해도 이러구러 책을 읽는 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요즘의 날을 되돌아보니 책을 잘 읽고 있지 않더라. 꾸준히 읽고 있기는 하다. 한 달에 한 권 정도? 업무상 필요한 책을 읽기도 하는데 그건 내 업무의 일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걸 제외하면 그 정도다. 이러면 책을 좋아한다고 말하기가 참 부끄러운 수준이 된다.


책을 안 읽고 대신 보는 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였다. 나 같은 경우는 인스타그램을 더 많이 보고 있었다. 출근길에 짧게 짧게 보기에 인스타그램이 더 잘 맞았다. 집에서도 어느 순간 유튜브를 잘 틀어놓고 있었다. 독서할 시간과 여유가 점점 사라지고 있던 게 한 원인이었다. 업무와 가사와 육아와 더불어 정신없는 일과의 반복이 책을 멀게 하는 배경이었다.


인스타그램의 릴스나, 유튜브의 영상은 참 보기에 편했다. 그냥 틀어만 놓으면 알아서 넘어가고, 알고리즘에 의해 내가 관심 있어할 만한 영상을 자동으로 열어주고, 좋아 보이는 것들을 연관시켜 줘서 쇼핑에 눈 뜨게 하고...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과 일들과 것들을 보여주니 참 재밌었다. 쉽게 보고 쉽게 익히고 쉽게 넘어가고 쉽게 빠지는 것들이라 좋았다. 시간을 쉽게 쓸 수 있고 편하게 넘어가게 해 주니 그것 또한 좋았다.


© chadmadden, 출처 Unsplash



그런데 잠시 정신을 차리게 되니, 내 안에 남은 것이 거의 없더라.


머리가 텅 빈 기분이었다. 분명 많은 지식과 정보와 단편적인 쓸모들을 보았는데 나 자신은 허무해지고 있더라.


이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문제는 아니었다. 내가 여기에 잘 맞는 사람이 아닐 뿐이었다. 비교적 옛날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인 나에게는 책이 더 잘 맞는 매체였던 것이다. 물론 책을 읽는다고 이보다 더 잘나게 되거나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 그냥 나에게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짧고 편한 지식보다는 줄글의 지식이 더 잘 맞을 뿐이다.


짧고 신속하고 편리한 것들에서 조금 길고 불편하고 무겁고 어려울 수 있는 것들에 다시 눈길이 가기 시작했다. 장바구니에 담아만 두었던 책들을 다시 사서 읽는다.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을 다시 꺼내 읽었다. 책 읽는 게 취미라 했지만, 다시 옛날 마음으로 읽는 건 오랜만이라 그런지, 참 재밌었다. 독서가 재밌었다. 어려운 내용인데 재밌었다. 유튜브가 전해주지 못하는 깊이와 범위와 넓이가 있었다. 조금 더 구차하게 추가하자면, 광고도 없었다.


책을 읽고 나니 다시 글도 쓰고 싶어졌다. 다시 제대로 책 읽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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