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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 Aug 31. 2023

추리소설을 쓰려면 제일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왜 하필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걸까, 나는

편안한 책상과 걸상. 눈이 편안해지는 조명. 그리고 노트북.


일단 글을 써내려 갈 기본적인 물리적인 환경은 준비되었다. 여기에 추가로 블루라이트가 차단된다는 보호안경도 쓰고 자못 비장하게 굳게 다문 입술까지 갖췄다. 열 손가락을 자판기 위에 올려놓았으니 커서가 깜박이는 모니터를 바라보며 무언가를(아니면 무엇이라도) 쓰기 시작하면 되는데 도무지 손가락을 움직일 수가 없다.


내가 뭘 쓰려고 이 밤에(그렇다, 나는 한밤 중에 책상 앞에 앉아있다.) 노트북을 열었더라. 맞다, 소설 쓰고 싶어서 그랬지. 추리소설.



© lunarts, 출처 Unsplash




소설가, 구체적으로는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은 게 내 꿈이다. 어릴 적부터 공공연히 말하곤 했던 내 진짜 꿈이다. 왜 하필 추리소설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나는. 많은 글 중에 왜 추리소설을 쓰고 싶은 걸까.


거창한 이유나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답은 간단하다. 내가 추리소설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좋아하니 많은 추리소설을 읽어 왔고, 그러다보니 나도 직접 추리소설을 창작해보고 싶은 은밀한 욕구가 생겼던 것이다. 사랑이야기를 쓰는 작가가 있고, 인생의 고와 락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있고, 깊은 철학을 다루는 작가도 있는데 나는 그냥 추리소설을 좋아하니 쓰고 싶은 것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추리소설은 까다로운 분야라는 점이다. 다른 소설이 쉽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추리소설은 그 장르적인 특성상 독자를 '속여야'한다. 속인다고 말하니 (아직 진짜로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면서) 괜히 쾌감이 느껴진다. 독자들이 읽으면서 쉽게 알아차릴 수 없는 숨겨진 이야기나 상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구성이나 결과가 나오게 해야 하는 게 우리가(어쩌면 나만?) 생각하는 추리소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복선이랄지, 반전이랄지가 필요한 소설이기 때문에 쓰기가 어렵다.


쓰기가 단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잘 쓰기도 어렵다. 이제 독자들은 모두 똑똑하고 눈치가 빨라서 웬만한 복선이나 반전으로는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새로워 보이는, 새로울 뻔한 이야기라도 써야 하지 않겠는가.


작가는 아는 것도 많아야 할 테고, 경험한 것도 많아야 할텐데 추리소설은 실제 경험담을 녹여내기도 어려운 장르기도 하다. 살인자와 탐정의 쫓고 쫓기는 전개를 쓰고 싶다고 실제로 탐정이 되어 볼 수도(이제 우리나라에 탐정업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당연히 살인을 경험해 볼 수도 없고. 관련 강의나 매체 등을 통해 실제 사건에 대해 공부할 수는 있지만 말이다. 만일 내가 사랑 이야기를 쓴다면 내 수많은(?) 절절한(?) 경험담을 녹여낼 수도 있을텐데!(아닙니다)


어렵기는 하지만, 추리 소설은 분명 매력적인 장르다. (모든 추리 소설이 살인과 범인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사건 사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므로 이를 전제하고 이야기하자면) 범죄자와 탐정/경찰/검사 등 탐정역의 경쟁, 그리고 작가와 독자의 머리싸움이 일어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퍼즐을 맞추어 가듯이, 복잡한 미로를 가장 지름길로 빠져나가듯이, 풀지 못한 문제를 풀어내듯이 이런 일을 겪을 때의 쾌감이 느낄 수 있는 게 추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추리 소설을 쓰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독자를 잘 속이려는 마음가짐이다.... 가 아니고, 추리 소설의 매력과 장점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다음에 독자를 어떻게 속일지, 등장인물들을 어떻게 속일지 구상을 해야 할 것이다.


일단, 추리 소설을 쓰려는 (=독자를 속이려는 (아님)) 마음은 먹었다. 이제 나는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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