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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 Sep 13. 2023

추리소설을 쓰려고 범죄를 저지를 수는 없고

추리소설의 영감을 찾아보자

추리소설을 쓰려고 하니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내가 대체 어떤 추리소설을 쓸 수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나는 (옛날 사람이란 그런지 몰라도) '추리소설'이라는 용어가 입에 잘 붙어 있어서 이렇게 말하지만, 요즘은 보통 '미스터리소설'이라고 많이 말한다. 이 미스터리소설 범주 안에 들어가는 이야기는 참 다양하다. 탐정소설, 스릴러소설, 추리소설, 범죄소설 등등이 이 안에 포함되기도 하고 이들의 특징이 모두 혼합되어 나오기도 한다.


탐정의 매력이 돋보이는 탐정소설이든, 공포심이 깊게 전해지는 공포소설이든, 범죄의 잔혹성과 사회의 부조리가 드러나는 소설이든 '추리소설'의 특징만 갖추면 추리소설로 분류될 수가 있다. 어떤 걸 쓰든 중요한 건 흥미로운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대개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특징을 내 마음대로 나열하면 이렇다. "범죄, 사건을 풀어나갈 탐정, 탐정을 도와주는 조수, 사건의 복잡함, 독자의 뒤통수를 치는 반전, 그리고 마침내 드러나는 놀라운 진실." 물론 추리소설의 범위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지금 나열한 것이 추리소설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그냥 내 마음대로 떠올린 것이다. 그렇지만 추리소설이라고 분류되는 소설의 중요한 특징들임에는 틀림없다.


여하튼, 어떤 이야기의 소설을 쓰게 되든 '삐빅, 추리소설입니다'라는 인정 딱지를 받으면 될 텐데 문제는 과연 내가 어떤 이야기를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는 것.


추리소설이라고 하면 역시 범죄 사건을 다루어야 하나 싶다. 살인 같은 거 말이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추리만화로 누구에게나 잘 알려져 있는 <소년탐정 김전일>이나 <명탐정 코난>을 봐도 가장 흔하게(?) 나오는 것이 살인이다. 시체가 있고, 범죄가 나오는.


문제는 지금껏 평온하게 살아오기만 한 나로서는 범죄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 추리소설 팬이라고 하면 으레 <그것이 알고 싶다>나 <용감한 형사들> 같은 범죄 시사 프로그램 같은 걸 좋아할 거라 생각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시사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창작물에서는 맘껏 사건을 즐기지만(?) 현실의 사건은 무서워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사건에 대해 공부를 해야 범죄 사건을 창작물에 녹여낼 수 있을 텐데, 범죄를 공부하는 게 무서우니 이것 참 난감하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추리소설이 범죄를 다루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소위 '코지 미스터리'라고 분류가 되는 게 있다. 우리말로 하자면 '일상 미스터리'인데, 잔잔한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다룬 소설이다. 시체가 나오는 범죄가 아닌 시시콜콜한 사건, 예를 들어 쿠키가 사라졌다든지, 책의 순서가 바뀌었다든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친한 척하며 등장한다든지의 일의 진상을 파헤치는 그런 시시한, 아니 소소한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일상의 모든 것을 추리소설의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코지 미스터리를 쓰겠다고 하면 나도 어쩐지 금방 시작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이람). 그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는 어려운 법.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SF를 쓸 수 있을 리 만무하고 무협지를 본 적이 없는데 '회귀한 의협인이 힘을 숨김' 같은 소설을 쓸 수 있을 리 없으니 내가 소설에 녹여낼 수 있는 내가 알고 있는 '무언가'를 찬찬히 고민해 보기로 했다.


실제 경험이나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서 그럴듯한 줄거리를 떠올리는 것이 가장 쉽고도 자연스러우며 어렵지 않은 방법일 것이다. 내가 잘 알고 있거나 잘 알 수 있는 영역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예를 들면 역사라든가, 날씨라든가, 어느 연구실에서 직접 경험했던 스탠드 실종 사건 같은 거라든가...






계획했던 바였지만,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리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일이 꼬이게 될 줄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설마 들키지는 않았겠지.'

아주 천천히 준비해 온 그것을 가방에서 꺼냈다. 눈에 띄지 않게 들고 오느라 고민을 했지만 부피가 작아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날카로운 날을 자랑하는 칼은 스치기만 해도 피가 날 것 같았다. 괜히 내 손이 베이게 될까 봐 조심스러웠다.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방 안에 혼자 있지만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신경 쓰였다. 겁이 났지만 이제 돌이킬 수는 없다.


그 사람은 내가 자신을 죽이려 여기에 왔다는 것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이유도 모른 채 죽어가게 될 것이다.


달빛도 보이지 않는 흐린 밤이었다. 계획을 실행하기에 적당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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